넥슨지주회사 대표 엔씨소프트 인수 후 "브랜드 가치 지켜라" 첫 메시지

‘엔씨소프트의 경영진이나 조직구조, 기업문화 등 어떤 것도 건드리지 말라. 엔씨소프트가 갖고 있는 장점과 브랜드 가치를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지켜내야 한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지분 14.7%)가 된 넥슨 창업자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대표의 첫 메시지는 ‘엔씨소프트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라’였다.

▲ 김정주 NXC대표
김 대표는 게임업체를 인수할 때마다 경영진을 파견하고 넥슨의 자회사로 통합해왔던 관례를 깨고 엔씨소프트에 대해 ‘무개입’을 선언했다. 이런 방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선 엔씨소프트가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와 게임개발 노하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넥슨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엔씨소프트에 넥슨 사람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임원들에게 얘기했다”며 “엔씨소프트의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라는 지시만 있었다”고 13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을 개발하는 회사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곳이 엔씨소프트”라며 “임원이나 인력 파견은 물론 사소한 간섭까지도 하지 말라는 것이 김 대표의 뜻”이라고 전했다. 넥슨은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를 인수했다고 이날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넥슨은 지금까지 인수한 업체의 핵심 보직에 자기 사람을 보내는 방식으로 조직을 관리해왔다. 예컨대 2010년 인수한 게임하이는 넥슨의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한 김정준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 2월 경영권을 확보한 JCE에는 조성원 넥슨 퍼블리싱본부장과 김태환 넥슨 기획조정실장을 사내 이사로 파견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체는 개발 인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에 대해 독립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업체를 초기 단계에 인수하는 전략으로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한편에서는 인수 기업에서 히트작이 추가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초기 벤처기업(스타트업)의 기질이 사라지고 넥슨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게임개발 업체들이 안주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넥슨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에 상당수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것도 ‘국내 대표 게임개발사인 엔씨소프트의 개발 의욕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넥슨은 김 대표의 ‘엔씨소프트 불개입’ 원칙에 따라 해외 마케팅 등 제한된 분야에서만 엔씨소프트와 함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5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블레이드앤소울’ 중국 판매를 현지 유통업체인 텐센트와 함께 진행했다. 텐센트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중국 내에 유통시켜 지난해 5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넥슨과도 꾸준히 협력해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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