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욱 코쿤게임즈 대표, “코어함으로 TOP” 전략 게임 글로벌 욕심

최근 코어한 전략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빠른 기간 안에 한국 유저를 사로잡았던 게임이 있다. 바로 머신존의 ‘게임 오브 워’다. 탁월한 게임성 때문인지, 지스타 기간 한국을 방문한 홍보모델 케이트 업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활약은 인정할 만하다.

미국에는 머신존의 ‘게임 오브 워’가 있다면, 한국에는 코쿤게임즈의 ‘전쟁의 노래’가 있다. 그리고 ‘게임 오브 워’에 특급 몸매의 케이트 업튼이 있다면, ‘전쟁의 노래’에는 이정욱 대표를 포함한 특급 개발자들(?)이 있다.

12월 4일, 특급 개발자들의 수장인 이정욱 코쿤게임즈 대표를 만나러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NPC를 찾았다. 처음 만난 기자에게 “시간은 금이라고 친구”라는 문구가 있는 명함을 건네주고,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언데드 암사다”라고 말한 이 대표는 심상치 않았다.

이정욱 대표와 함께 스타트업 개발사인 코쿤게임즈에 대한 이야기부터 11월 10일 출시한 첫 작품 ‘전쟁의 노래’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의 포부까지 넓게 나눠보았다.

■ 특급 개발자들이 모인 고치에서 나오는 나비같은 게임

게임 산업이 흥미로운 이유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접하고 꿈을 키워온 사람이 득시글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게임을 사랑하는 소년에서 게임을 손수 만드는 어른이 되었다. 서울대 공대 중 여자가 가장 많다는 지구환경시스템 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2009년 파프리카랩 COO로 일하게 된다.

그는 “패미콤, 메가 드라이브 등 모든 걸 마스터할 정도로 게임을 좋아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대학생 때는 엔씨소프트에서 인턴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2013년 10월에 만들어진 코쿤게임즈는 파프리카랩 팀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지난 5월 케이큐브벤처스에서 투자를 받았다. 송기문 CTO와 이상엽 CPO 등이 멤버다. 특히 송기문 CTO는 올림피아드에서 이름을 알리고 레전드로 남은 인물이다.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직접 개발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이름을 알렸다.

이 대표는 “파프리카랩에서 협업을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다. 이런 경험적 부분 때문에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우리는 우리의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고, 경험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경험이 그리워졌고 다시 모이게 되었다”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코쿤게임즈’라는 이름도 그들의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그는 “Cocoon은 고치, 번데기라는 의미로 시간이 지나면 나비로 변한다. 우리도 열심히 게임을 만들어서 나비같은 작품을 세상에 보여주자는 의미로 지었다. 물론 처음에는 ‘보스몹게임즈’ 등 입소문이 확실히 날 만한 이름도 고민했지만, 동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말렸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  “코어함에서는 TOP, 마니아들의 사랑 받고 있다”

코쿤게임즈의 이름으로 내놓은 첫 작품 ‘전쟁의 노래’는 어떤 게임일까?

한 마디로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정통 부족전쟁 장르에 영웅 시스템을 녹여낸 전략 장르 게임이다. 화려한 중세 판타지 컨셉을 바탕으로 도시 국가의 동맹, 침략, 거점 점령 등을 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티스토어에 출시되었다.

이 대표는 “요즘 유행하는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도 전략 게임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캐주얼하다. ‘전쟁의 노래’는 굉장히 코어한 게임이다. 웹게임 시절을 풍미한 ‘부족전쟁’, ‘이브온라인’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최근 북미와 유럽에서 유행하는 스마트폰 게임으로는 ‘게임 오브 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이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게임은 경쟁과 협업이 어우러져있다. 하지만 ‘전쟁의 노래’는 경쟁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혈맹 단위로 치열하게 경쟁한다. 아발로니아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영주들이 피터지게 싸우는 구조다”고 덧붙였다.

즉, 게임의 코어함에서 ‘클래시 오브 클랜’이 그냥 커피라면, ‘전쟁의 노래’는 TOP인 수준이다. 너무 매니악하지 않냐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사실이다. 그래서 다운로드가 폭발적으로 많거나, 유저들의 진입장벽이 낮지는 않다. 하지만 즐겨주시는 분들은 정말 열심히 하신다. 정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재밌게 즐겨주시니 행복하다”라며 갑작스런 고백을 전하기도 했다.

■ “부족전쟁 하던 유저 어디 안 갔다”

첫 인상이 중요하듯, 첫 게임도 매우 중요하다. 접근성을 높여, 유저들에게 개발사 이름을 알리고 게임을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그들은 왜 ‘코어함’이란 선택지를 택했을까?

이정욱 대표는 “원래 전략 장르를 좋아했고, 개발자로서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상엽 CPO는 코쿤게임즈 이전에 카밤코리아에 있었는데, 직접 전략 게임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가능성과 한계를 봤다.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코어한 전략 장르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부족전쟁 하던 유저 어디 안 갔다’며 기뻐했다. 그래서 우리가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파프리카랩에서 이들이 만든 게임으로는 캐주얼한 북미향 소셜 게임 ‘히어로시티’가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코어한 게임도 있었다. 그는 “페이스북이 처음 열리고 징가의 게임들이 유행하던 시절이다. 우리가 원래 코어한 게임을 좋아해 유저들도 조만간 찾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대항해시대에 RPG를 엮은 시대를 앞서나간 게임을 만들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시대를 앞서간 코쿤게임즈의 감각은 이제 조금씩 길을 찾고 있다. 비슷한 장르의 게임인 ‘게임 오브 워’가 코어한 전략 게임으로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까지 올라가며 선전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주시한 게임으로, 출시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전쟁의 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게임 오브 워’가 출시된 것. 우리가 기존의 전략게임에서의 개선 방향으로 잡아놓은 것과 비슷하다. 우리에게는 애증의 대상임과 동시에,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고 이야기했다.

■ “글로벌 시장에서 머신존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은 욕심있다”

같은 장르인데다가 비슷한 방향성을 가진 게임이 시장에서 이미 선전하고 있어 어떻게 하냐며 기자는 걱정을 더했다. 특히 ‘게임 오브 워’가 1년 동안 100여 명의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이라는 것을 볼 때, 걱정은 더하면 더했지 덜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고민의 대상은 단순히 따라잡는 게 아니라 어떻게 게임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느냐다. 차별성에 대해 고민했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영웅’을 생각했다. ‘전쟁의 노래’에서는 다양한 영웅이 등장하고, 이를 합성-강화-승급하는 친숙한 시스템이 있다. 물론 각각 영웅의 스킬도 있다. 2성짜리라도 알짜배기 스킬을 골라 쓸 수 있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 유저에게 친숙한 RPG 방식을 택한 탓인지 ‘이런 장르는 처음이지만 재밌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자신감 넘치는 코쿤게임즈에게 분명 나비가 되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로 날아갈 욕심도 있을 것.

글로벌 계획을 묻자, “전략 게임의 가장 큰 시장은 북미다. 글로벌 유저들에게 ‘전쟁의 노래’로 한방 날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국에 런칭을 이미 했고, 인력 충원 및 파트너 등 단단하게 다져나가는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글로벌을 고려했기 때문에 기반이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게임을 출시한 코쿤게임즈인 만큼, 2015년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목표와 포부까지 물었다.

“막연한 불안감은 있었지만, 역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 2015년에도 우리가 지금처럼 열심히 하면서, ‘전쟁의 노래’를 사랑하는 유저분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전쟁의 노래’는 시간이 갈수록 더 즐겁다고 말씀해주시는 유저분들이 있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즐겁다. 오래오래 하고싶다. 더 욕심을 부리자면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오브 워’를 만든 머신존을 깜짝 놀래키고 싶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