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삼둥이상-허니버터칩상-링딩동상 등 모바일 분야에서 주관적 시상

믿을 수가 없다. 흩날리는 벚꽃에 설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월이다. 첫눈은 12월의 시작과 함께 내렸고, 한파도 이에 질세라 들이닥쳤다. 소중한 기자의 26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고, 2014년의 불금은 네 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맘때면 슬슬 익숙해지는 것이 있다. 달력 위에 빼곡하게 잡힌 송년회 일정, 거리를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장식물과 캐럴, 그리고 TV에서 나오는 각종 시상식이다. 모두 한 해의 끝을 장식하는 일련의 행사다. 그런데 변화의 속도가 LTE인 게임업계는 이미 게임축제 ‘지스타(G-Star)’와 함께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진행하며 혼자 마무리를 해버렸다. 아무래도 아쉽다.

그래서 이번주 레알겜톡은 기자 마음대로 명예상(?)을 수여하고자 한다. 대상과 최우수상은 이미 4:33의 ‘블레이드’와 위메이드의 ‘이카루스’가 가져갔으니, 조금 다른 상을 주고자 한다. 참고로 심사 기준은 모바일 게임을 대상으로 하며, 지극히 주관적이다.

# 문(Moon)상: 슈퍼셀 ‘클래시 오브 클랜(Clash of Clan, COC)’

‘문상’은 슈퍼셀의 COC가 차지했다. 이유인즉 달님처럼 사람들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지하철역에도, 버스 옆구리에도, 강남역 전면 광고판에서도, TV에서도, 영화관에서도 COC를 볼 수 있다. 서울 하늘 아래에서는 COC의 손아귀를 벗어나기 어려운 것 같다.

COC는 몇 백억 원대의 천문학적 마케팅비를 쏟아부은 지 약 3개월 만에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1위를 차지하자, 게임이라고는 술 게임밖에 모르던 눈 먼 비 게이머로 하여금 기자에게 “언니,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 알아?”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며, 한국 모바일 게임사들을 시험에 빠지게 한 게임이다.

심지어 얼마 전 열린 지스타2014에서는 부스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부스 외관에 전면 광고를 하고, 전광판에 영상 광고를 돌리기도 했다. COC의 이러한 성공은 전세계적으로 인증받은 탄탄한 게임성이 기본 바탕이 되어 빵빵한 마케팅이 시너지 효과를 이룬 좋은 사례다.

한번 1위로 올라간 COC는 아직까지 매출 순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으며, 외국 기업에게 ‘한국 시장은 돈을 쏟아부으면 된다’라는 공식을 최초로 증명하기도 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과연 이러한 물량공세가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유례없던 ‘광고의 끝판왕’으로 등극하며 마케팅에 새 지평을 연 COC에게 기자는 문상을 주고 싶다.

# 삼둥이(대한 민국 만세)상: 헬로히어로, 서머너즈 워, 모두의 마블

최근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등장하는 송일국의 세쌍둥이 대한, 민국, 만세 삼둥이들이다. 기자는 비록 세쌍둥이는 아니지만, 게임업계에서 ‘대한 민국 만세’를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한국산 글로벌 성공작인 핀콘의 ‘헬로히어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을 삼둥이로 꼽는다.

먼저 2013년 2월 출시한 핀콘의 ‘헬로히어로’는 원조 글로벌 게임이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게임이 막 꽃피기 시작하며 글로벌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못할 때 ‘헬로히어로’는 세계로 나갔다.

전세계 1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문화권을 초월해 전세계 160개국에서 인기순위에 올랐으며, 페이스북에서 360만명 팬을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독일, 이탈리아, 미국 앱스토어 RPG 장르에서 1위를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출시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는 말이 필요 없는 귀염둥이 효자로 컴투스의 주가를 연초보다 482%이나 껑충 뛰어오르게 한 주인공이다. 특히 한국 게임으로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틀어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전세계에서 동시에 1등을 차지한 최초의 게임이라는 영광을 차지했다.

출시 5개월 만에 글로벌에서 2000만 다운로드(11월 초 기준)를 달성했다. 최근까지 12개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게임 매출 1위를 하는 등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컴투스와 게임빌은 해외 퍼블리싱 대기 기간이 1년이 넘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은 라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아시아 지역의 수호자가 되었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가 6000만 건을 기록하며 매출과 다운로드 상위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출시한 태국에서 5일만에 양대마켓 최고매출 1위로 ‘국민게임’으로 등극했다. 중국에서도 최고매출 3위에 오른 후 지난 10월 상륙한 대만에서는 11일만에 최고매출 1위, 역시 인도네시아까지 점령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까지 나아간 이 세 게임에게 삼둥이 상을 아낌없이 주고싶다.

# 허니버터칩상: 살아남아라! 개복치

최근 가장 핫한 과자는 누가 뭐래도 ‘허니버터칩’이다. 각종 SNS상에서 얘기는 들어봤지만, 아직까지 먹어본 적도, 편의점에 있는 것도, 누가 먹는 것도 실제로 본 적조차 없어 개인적으로는 ‘정녕 이 세상에 존재하는 과자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정도다. 절대적 물량 부족에도 허니버터칩의 뜨거운 인기는 맛과 함께 분명 SNS의 역할도 클 것이다.

이처럼 SNS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유저들 사이에 유행성 감기처럼 퍼진 게임이 있다. 바로 일본의 3인이 만든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다. ‘허약하기 그지없는 개복치’라는 신선한 소재는 SNS의 유저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기자 역시 ‘바다거북이 얼굴 무서워어어어’라며 돌연사하는 개복치를 SNS에서 처음 접하고 흥미를 느껴 다운받게 되었다.

알랙스 퍼거슨은 “SNS은 인생의 낭비”라고 이야기했지만, 수많은 SNS 유저들에게 폭발적 사랑을 받으며, 기자 역시 매일매일 개복치를 돌연사시키는 재미(?)에 빠지게 한 ‘살아남아라! 개복치’에게 SNS 스타 중 하나인 허니버터칩의 이름을 딴 상을 주고싶다.

# 링딩동상: 크루세이더 퀘스트(Crusader Quest)

가수 샤이니의 노래 ‘링딩동’은 수험생들에게 기피해야 할 곡 1위다. 한번 들으면 중독적인 사운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링딩동’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링딩동 수능’, ‘수능 금지곡’이 나올 정도다.

게임에서도 이런 중독적인 음악으로 유저를 홀리는(?) 경우가 있다. ‘테트리스’의 트레이드마크인 러시아 민요도 그렇고, 최근 나온 모바일 게임 중에선 NHN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고 로드컴플릿이 개발한 ‘크루세이더 퀘스트’이 있다.

네모네모한 픽셀아트만 보면 기자의 귓가에 울리는 8비트의 “빠라밤 빠라밤 빠라밤 빠라밤 밤밤!” 소리는 레트로한 그래픽과 꼭 맞아떨어지는 탓인지 왠지 모르게 중독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요를 들으며 게임하는 것을 즐겨, 게임음악은 꺼놓는 편이다. 하지만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가요를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실제로 유저들이 남긴 리뷰에서도 “업데이트 이후 노래가 안 나온다. 듣고 싶어도 못듣는다. 빨리 고쳐달라”는 평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게임에서 노래의 비중이 상당하다. ‘테트리스’하면 러시아 민요가 자연스레 떠올리듯, ‘크루세이더 퀘스트’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8비트 음악은 비단 기자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랑스런 아이유를 잠시 꺼둘 정도로 중독적인 8비트 음악을 선사한 ‘크루세이더 퀘스트’에게 링딩동 상을 주고싶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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