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간단한 게임플레이-신선한 소재, 돌연사-무단횡단의 참신한 재미

“황당한 병맛 재미, 기발함으로 겜심을 어필하네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속마음은 알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으로 먹고사는 게임업계에서 절실한 속담이기도 하다. ‘유저들이 어떤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미리 알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가격이 얼마라도 사고싶다’고 할 정도로 유저들의 관심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화제가 된 게임 일본게임 개발사 코야 나카하타(Koya Nakahata)의 ‘살아남아라! 개복치(이하 개복치)’와 힙스터 웨일(HIPSTER WHALE)의 ‘길건너 친구들’(iOS 출시, 구글 미출시)을 통해서도 유저들의 마음은 내 프로필 사진을 본 소개팅 상대의 마음처럼 참 알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개복치’ 키우기와 ‘무단횡단’하는 알 수 없는 게임들

두 게임은 각각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먼저 ‘개복치’는 “쿠크다스 멘탈(멘탈이 약한)의 개복치를 키우는 게임”, ‘길건너 친구들’은 “무단횡단으로 길을 건너는 게임”이다. 이 설명을 들으면 “그게 도대체 무슨 게임이야?”라고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플레이해보면 “아...”라며 마음 속 깊이 공감 할 것이다.

‘개복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4명이 개발한 게임으로 유저는 다마고치처럼 먹이를 주며 개복치를 키울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동물(?)들과는 큰 차별성이 있다. 바로 개복치가 엄청나게 허약하다는 것이다. 게임 이름이 ‘잘 자라라! 개복치’가 아니라 ‘살아남아라! 개복치’인 데는 이유가 있다.

바다거북이 가까이 오면 “얼굴 무서워어어어어!!!”라며 죽어버리고, 기생충을 떨어뜨리기 위해 수면 위로 뛰어 올랐다가 “어어 너무 높은거 아냐아아”라며 돌연사 한다. 몸도 마음도 유리 멘탈이다. 일본에서 개발되었지만 대사의 번역 하나하나가 허약한 개복치의 멘탈을 잘 살렸다는 평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길건너 친구들’은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할 수밖에 없는 직관적인 무단횡단 길 건너기 게임이다. 유저는 화면을 터치하면서 앞으로 가거나 옆으로 움직일 수 있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어렵다. ‘플래피버드’처럼 룰은 간단하게, 난이도는 코어하게를 충실히 지킨 게임이다.

차선이 많아지고, 기차가 빠르게 지나가고, 물 위의 통나무를 넘어 길을 건너다보면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그렇다고 멍하니 서있다가는 차에 치이고, 물 위에 떠내려가고, 독수리가 채가기도 한다. 정말 알 수 없는 게임이다.

■ iOS 인기 순위 1,2위 다투는 개복치와 무단횡단 “저퀄이지만 괜찮아..”

요즘 나오는 3D 고퀄리티 게임에 비하면, ‘개복치’와 ‘길건너 친구들’은 저퀄에 속한다. 누가봐도 게임스러운 그래픽과 간단한 콘텐츠, 단순한 음악까지 어느것 하나 저퀄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iOS 무료 게임 순위 1, 2위는 다른 게임을 제쳐놓고 ‘개복치’와 ‘길건너 친구들’이 차지하고 있다. 리뷰도 ‘개복치’는 3만 7132건, ‘길건너 친구들’은 7214건에 달한다. 구글플레이에서도 ‘개복치’는 인기무료게임 부문에서 ‘마을을 지켜줘’(이펀) ‘영웅’(4:33)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있으며, “돌연사 너무 많이 해요” 등 10만 8100명의 리뷰를 달성했다.

갑자기 스타탄생, 도대체 왜 때문일까?

공통적인 이유로는 먼저 소위 말하는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음) 소재로 신선함을 더했다는 것’이 있다. ‘소심한 개복치’와 ‘무단횡단’이 게임 소재로 쓰였다는 것부터 각종 SNS를 통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쉽고 간단한 게임 플레이로 ‘피곤하게 머리 안 쓰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있다. 퍼즐이 아무리 쉽고 간단해도 결국에는 고민을 해야 하며, 자동 전투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전략에서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게임은 한결같이 심플하다.

세 번째는 유료화다. ‘개복치’와 ‘길건너 친구들’은 기본적으로 무료 게임이며, 게임 내에서 광고는 시도 때도 없이 롤링 되지만 특별히 결제를 유도하지 않는다. 사실 현금 결제를 하려고 해도 굳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개복치’에서는 새로운 모험을 열거나 먹이를 살 수 있는 MP를 충전하는 것, ‘길 건너 친구들’에서는 친구들을 사는 것 외에는 특별하게 없다.

■ 유희열의 단호한 심사평 ”이런 노래도 있어야한다“

이처럼 간단하고 유료화 모델도 탄탄하지 않은 ‘개복치’와 ‘길건너 친구들’은 상품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두 게임은 꼭 필요한 게임이라는 것.

얼마 전 가수 유희열이 SBS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단호한 심사평을 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한 참가자의 노래를 두고 가수 박진영과 양현석이 “기승전결이 없어 지루하다”며 혹평을 가한 것에 반해 유희열은 다른 관점을 보여주었다.

▲ SBS 'K팝스타' 중

그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굳이 따르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 나는 수줍고 소박하고 가녀리고 구름 위를 흘러가는 듯한 노래가 좋다. 이런 노래들도 있어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양현석은 “이런 노래를 콘서트에서 20곡씩 부른다고 생각해봐라”고 반문했지만, 유희열은 “그런 가수들도 있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싶어서 앉아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런 노래들도 있다”라며 참가자를 합격시킬 수 있는 ‘와일드카드’를 꺼내 결국 참가자를 통과시켰다.

같은 원리로 고퀄리티 3D 액션 RPG, 방대한 콘텐츠를 담은 시나리오를 가진 게임도 필요하다. 하지만 ‘개복치’와 ‘길건너 친구들’과 같은 간단하면서도 병맛 나는 게임들도 있어야한다. 시도 때도 없이 돌연사를 하더라도, 혹은 독수리가 채간다고 하더라도 열 길 물속보다 어렵다는 한 길 유저 마음을 심플함 하나로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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