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정현 대표-정중재 PM, 새로운 것과 고전-퍼즐과 RPG의 조화

▲ 가스파드, '전자오락수호대' 4회 '완벽의 이면' 중
순위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목요일자 네이버 웹툰에 등장하자마자 상위권으로 한번에 올라간 웹툰이 있다. 바로 가스파드 작가의 ‘전자오락수호대’다. 아무도 모르게(게임 속 주인공들조차) 게임을 원활히 진행해나가는 숨은 일꾼들이 있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주인공 ‘패치’는 잘나가는 모바일 게임 부서에서 고전게임 부서로 발령 나며 본격적 이야기가 시작된다.

순위경쟁이 목요일자 웹툰만큼 치열하다는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도 등장과 동시에 특별한 이벤트도 없이 인기 순위 1위는 물론 최고매출 22위까지 오른 게임이 있다. 바로 로드컴플릿이 개발하고 NHN엔터가 서비스하는 ‘크루세이더 퀘스트(Crusader Quest)’다.

현실감 넘치는 3D 액션 게임, 귀여운 2D RPG가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독특하게도 고전 명작의 향기가 물씬나는 네모네모한 픽셀아트와 퍼즐 형태의 플레이 방식으로 유저들을 사로잡아 눈길을 끌고 있다.

11월 28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NHN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와 정중재 NHN엔터 PM을 만나 ‘크루세이더 퀘스트’가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오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게임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았다.

▲ 정중재 NHN엔터 PM(왼쪽)-배정현 로드컴플릿 대표

■ 젊은피가 만든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짬밥이 아닌 비빔밥?

먼저 배정현(35) 로드컴플릿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7년차 되는 젊은 인재다. 처음에는 콘솔 게임을 개발했지만, 2009년 로드컴플릿을 세우며 본격적으로 모바일 게임업계에 뛰어들었다. 이전에는 ‘범핑베어’, ‘디스코판다’ 등의 캐주얼 게임을 출시했다.

배 대표는 “로드컴플릿은 현재 27명정도 인원이 있으며, 그 중 17명이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만들어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80년생인 내가 가장 나이가 많고, 86, 87년생이 가장 많다. 막 스마트폰 게임이 시작할 때 만나 친하게 지내고 있다. 회사에서 맛집 모임도 하고, 철권 게임 대회를 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정중재(30) NHN엔터 PM과도 막역하다. 지난 4월부터 로드컴플릿과 일한 정 PM에게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PC게임인 ‘크리티카’와 모바일 게임 ‘포코팡’에 이어 세 번째 타이틀이다.

젊은 피가 만든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전게임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배 대표는 “개발자들 모두 젊지만 고전 게임을 좋아한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한마디로 신구(新舊)의 조합, 액션 RPG와 퍼즐의 만남이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블록을 터치하면 끝나는 게임인 줄 알지만, 상당히 깊이감이 있다. 이를 통해 유저들을 게임으로 끌어들이며 창발적 플레이가 가능하다. 자칫 게임에서 이것저것 넣다가 짬밥이 될 수도 있는데, 비빔밥으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스킬로 선택의 재미, 조작과 랜덤성의 조화를 살렸다."

▲ 가스파드, '전자오락수호대' 5회 '바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중
‘크루세이더 퀘스트’에 대해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당연 대세 3D가 아닌 픽셀아트로 게임을 개발하게 된 이유와 기획의도였다. 배정현 대표는 “항상 우리만의 색을 낼 수 있는 길을 간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그는 “3D가 지난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섣불리 시도해 우리만의 색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우리 취향대로 가보자고 생각했다. 독특하면서도 경제성이 좋고, 추가적인 콘텐츠를 넣기 쉬울 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어 만족한다. 곧 새로운 용사 6명도 들어갈 예정이다”고 소개했다.

기존 RPG의 공식을 깬 신선한 플레이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유저가 직접 모험을 하면서 스킬을 누르는 형식이 아니다. 용사들은 자동으로 뛰어가며, 유저는 스킬 블록을 최대 3개까지 모아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게임은 큰 틀에서 깎아내며 뼈대만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 대표는 “조작의 재미와 자동전투 두 가지 갈림길에서도 게임이 많이 달라진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과감하게 조작과 평타는 자동 진행으로 하되, 스킬 버튼을 통해 선택하는 재미를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액션이냐 퍼즐이냐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큰 이슈였다. 액션과 전략에서 어느정도의 조화를 원했다. 하지만 너무 실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어느 정도 운이 작용하는 랜덤성도 넣고 싶었다. 초기 시작은 퍼즐 하나를 언제 없애냐였고, 블록을 5개씩 주기도 했다. 이후에는 특수 블록이나 여신 스킬 등 다양한 요소가 추가되었다”고 덧붙이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특히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게임 속에서 짜임새 있는 구조를 가지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어 ‘여신’의 경우, 게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콘텐츠다. 여신을 구하는 것이 크루세이더들의 퀘스트이기 때문.

따라서 여신에게 스킬을 부여해 단순히 구해낸 여신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속에서 적극 활용하게끔 디자인했고, ‘여신의 방’과 같은 콘텐츠로 설득력을 더했다. 배 대표는 “여신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이를 통해 스토리를 강조할 수 있고, 게임 내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게임의 강점은 ‘개발진들이 게임을 사랑한다는 것’

그렇다면 이들이 뽑는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강점 3가지는 무엇일까?

배 대표는 “접근성과 깊이의 조화, 개발자들도 푹 빠져서 게임을 할 만큼 흡입력있고 친화력 있는 게임이라는 것, 신선하다는 것. 이 세 가지다.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고, 정중재 PM은 “개발진들이 정말 게임을 사랑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게임성이 탄탄하다는 것.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점점 깊어져 질리지 않는다는 점”으로 꼽았다.

사실 자기가 만든 요리는 냄새에 질려서 먹기가 싫어지고, 자기가 쓴 글은 뻔한 내용이라 몇 번 읽으면 질려버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개발진들이 1년 반이나 만든 ‘크루세이더 퀘스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꼽았다. 배 대표는 “정말 게임을 너무 열심히 해서 화가 날 정도다. 셧다운제를 도입해야하나 고민도 했다. 다들 퀭해졌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확실히 개발진들의 사랑은 게임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난이도 있게 말이다. 빵 굽기와 승급 제도, 무기 업그레이드 등과 같은 요소는 코어 유저들에게는 환영할 콘텐츠지만 너무 복잡한 느낌이 있다.

배 대표는 “난이도가 있는 것이 맞다. 사실 레벨업과 승급 등 콘텐츠는 기존에도 있던 것이지만 ‘빵 굽기’가 들어가면서 헷갈려 하시는 것 같다. ‘빵을 먹고 훈련한다’는 컨셉으로 접근성을 낮추며 무미건조한 공식의 플레이를 탈피하고 싶었다. 다양한 요소로 난이도는 있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어 유저들이 실험하고 이야기하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일반적 모바일 RPG와는 조금 다른 게임이다”고 설명했다.

200여종의 캐릭터와 여신들도 깊이감에 한몫 더한다. 이런 아이디어를 어디서 가져오는지 묻자,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몬스터가 아닌 영웅을 만드는 작업이라 더욱 신나게 한 것 같다. 아트 담당자 분들이 원하는 캐릭터들도 있고, 패러디도 하면서 아이디어가 쭉쭉 나왔다. 콘텐츠 팀이 만든 세세한 세계관 속에서 나온 캐릭터들로,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유저에게 소개할 수 있는 꿀조합이 있는지 묻자, ‘릴리스, 스네이쿠, 한조’를 꼽았다. 배 대표는 “바쁜 분들을 위한 조합이다. 릴리스에게 마나 보호막을 먹이는 것만 잘 컨트롤하면서, 그냥 하나짜리 블록만 눌러도 된다. 나오는 대로 눌러도 되는 꿀조합이다”고 전했다.

■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모험은 글로벌까지 이어진다.”

‘크루세이더 퀘스트’의 모험은 단순히 한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원빌드 기대작으로 전세계 출시를 위해 전진하고 있다. 현재는 안드로이드 버전만 한국 마켓에서 플레이할 수 있지만, 12월 안에 iOS 버전과 글로벌 런칭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이유로 ‘크루세이더 퀘스트’라는 다소 길고 어려운 이름도 나오게 된 것. 정중재 PM은 “‘진격의 용사’, ‘리틀 가디스’ 등 다양한 이름을 놓고 고민했다. 하지만 해외 사업 담당자와 이야기한 결과 ‘리틀 가디스’는 5세 여아를 대상으로 하는 옷갈아입히기 게임같은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그들만의 미묘한 뉘앙스가 있는 것. 검색과 어감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투표한 결과 ‘크루세이더 퀘스트’를 택했다”고 말했다.

배 대표에게 ‘마음에 드는지’ 묻자,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이름이 굉장히 튀면서 고전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무슨무슨 여신’ 이런 거였다면 오히려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발음 때문에 일본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가 고민이다”고 이야기했다.

글로벌 유저의 관심이 어떤지 묻자, 두 사람 모두 의외라는 듯(?) 이야기했다. 정 PM은 “아직 글로벌에 공식 오픈을 하지 않았지만, APK 주소 등을 통해 이스라엘이나 아랍에미리트 등 전세계 다양한 지역에서도 유저들이 접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 대표는 “현재 해외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는데, 유저들의 기대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이 중재 PM과 해외 사업 담당자, 로컴 직원들뿐이었는데 어느새 외국 유저가 늘었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유저의 관심도 상당한데 공식 카페를 운영할 계획은 없는지 묻자, “유저분들과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것 같다. 런칭 전부터 검색되는 모든 글을 찾아봤다. 새벽 2시에 부장님이 댓글을 캡처해서 문제를 알려주실 정도로 모든 글들을 샅샅이 찾아보고 있다. 다만 빨리 고치겠다고 답변하는 것보다 실천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앞으로 소통의 방면을 늘릴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고 이야기했다.

신구의 조합, RPG와 퍼즐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게임성으로 한국은 물론, 글로벌까지 모험할 ‘크루세이더 퀘스트’에 대한 로드컴플릿과 NHN엔터의 퀘스트는 각각 무엇인지 물었다.

정중재 PM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첫 번째 게임이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모바일 게임 중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례가 별로 없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재밌는 게임이 가진 힘으로 한국은 물론 글로벌도 바라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NHN엔터의 퀘스트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배정현 대표는 “개발할 때부터 출시 이후까지 이슈인 것은 색다른 게임이다보니 이에 걸맞은 하드 콘텐츠를 어떻게 추가하느냐다. 시나리오와 에피소드, 캐릭터, 퀘스트 이런 부분의 시스템은 잘 짜여있는데, 앞으로 무엇을 더 넣으면 유저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결론적으로는 앞으로도 참신하고 재밌는 게임을 통해 좋은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목표다. ‘크루세이더 퀘스트’는 전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한국 모바일 게임이다. 더욱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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