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재단 지난 5일 설립, 이사장에 김 대표 부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무슨 생각으로 넥슨에 1대주주 자리를 넘겨줬을까.

김 대표가 갖고 있는 엔씨소프트 지분 24.69% 중 14.70%를 넥슨에 매각했다는 공시가 지난 8일 발표된 이후 그 배경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기 위한 두 회사의 ‘의기투합’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한편에서는 김 대표의 ‘정계 진출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게이머들의 기대가 큰 신작 ‘블레이드앤소울’ 출시를 눈앞에 두고 매각한 것이 이례적이고, 거래가격이 주식시장 가격보다 1만 8000원가량 낮은 것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와 인터뷰 및 전화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지분 매각 긴박하게 결정?

엔씨소프트는 지난 8일 김 대표의 지분 매각 사실을 공시하면서 ‘전략적 제휴 차원에서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게임시장이 빠른 속도로 외국산 게임에 점령당하는 상황을 타개하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넥슨과 같은 국내 1위 게임업체와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는 한두 달 만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김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왔던 블레이드앤소울 출시를 앞두고 대주주 지분을 매각할 만큼 긴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5년간 500여억원을 투자해 만든 블레이드앤소울은 오는 21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평소 매스컴 노출을 꺼려온 김 대표는 이번 만큼은 직접 나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할 예정이었다.

매각 가격은 주당 25만원으로 8일 종가(26만8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증권업계에서는 블레이드앤소울과 길드워2 등 신작이 나온 뒤 올해 안에 주가가 40만~5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주주 프리미엄은커녕 시가조차 다 받지 못했다. 황승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김 대표가 단순히 ‘캐시아웃(현금화)’을 하기 위해서라면 주당 25만원에 파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을 팔기로 결심한 사람이 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부인을 이사장으로 앉힌 것도 이례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엔씨소프트재단’을 지난 5일 설립하고 이사장에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을 선임했다. 뭔가 긴박하게 발생한 일 때문에 김 대표가 지분 매각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정계 진출?

엔씨소프트 주변에서 일부 흘러나오는 얘기는 ‘정계 진출설’이다. 엔씨소프트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리던 날 애도의 뜻으로 게임 서비스를 7시간 중지했다. 김 대표의 결정이었다.

김 대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2010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평소에도 교육이나 복지 등에 관심이 많았고 정치권의 러브콜도 끊임없이 받았다”며 “대통령선거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게임산업의 성장성에 회의를 품고 떠난다는 얘기도 있다. 부동산 개발 분야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부인 윤 부사장이 부동산 투자자문회사 저스트알의 최대주주이고,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5월 서울 삼성동의 경암빌딩을 1380억원에 구입하는 등 부동산에 평소 관심이 많았다.

○프로야구단은 예정대로

김 대표는 내년 프로야구 1군 진출을 앞두고 있는 엔씨소프트 야구단 NC다이노스의 구단주다. 지난 4월 창원시에서 열린 홈개막전에 참석하고 수시로 야구장을 찾는 등 프로야구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된 넥슨도 롯데자이언츠와 1년간 로고 공식 후원계약을 맺는 등 관심이 많다. NC다이노스는 예정대로 갈 것이라는 게 두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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