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전략적 제휴 불구, 이 시점 지분매각 이유 궁금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창업한 한국 1위 게임업체 넥슨이 2위 업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되었다.

지난 8일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공시했다. 넥슨이 사들인 주식은 엔씨소프트 창업자이자 김택진 대표의 지분 24.7% 가운데 일부다. 엔씨소프트 주식 321만 8000여주(지분율 14.7%)를 8045억원(주당 25만원)에 인수했다.

▲ 김정주 NXC 대표.
■ 김정주-김택진 연합 등장 게임업계 ‘패닉’
이 뉴스는 최근 게임업계 최대 사건으로 ‘게업업계’ 패닉을 몰아넣었다. 그리고 김정주 넥슨-김택진 엔씨소프트 ‘연합군’ 출범이 배경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한국 게임을 위한 두 사람의 ‘의기투합’이라는 말이 우세하다. 김택진 대표는 김정주 넥슨 대표의 대학(서울대) 공대 1년 선배다. 각자 게임회사를 설립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김정주 대표가 2009년 제주도로 본사를 옮긴 넥슨의 지주회사 NXC로 사무실을 이전한 뒤에도 두 사람은 종종 등산을 같이 즐겼다고 한다.

최근에는 한국 게임 시장이 9조대의 커졌지만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두 사람은 외국산 게임에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내고 나아가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자고 의기투합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합병(M&A)은 두 사람이 직접 만나 성사됐다. 이 매각 이후 김택진 대표의 지분율은 10%(24.69%에서 9.99%)로 낮아졌지만 경영권은 김 대표가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이유 때문이다.

김택진 대표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엔씨소프트가 가진 개발력과 넥슨의 글로벌 퍼블리싱 플랫폼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생각하며, 향후 많은 협업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 최대 게임 사건...하필 지금 빅딜 “쇼크”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이 빅딜의 시점이 왜 지금이냐”라는 갸웃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오는 21일 대작게임 ‘블레이드 & 소울’의 OBT(공개시범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또한 이 게임에 대한 국내 외 이용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개인소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8000억원의 ‘캐시아웃’(현금화)에 성공했다. 그래서 김 대표에게 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대표가 이미 성장한 엔씨소프트에서 나와 새 사업에 도전할 가능성이 나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최근 야구단 NC다이노스를 창단하는 등 다른 사업으로 발을 넓힌 상황이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는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 채 이뤄졌다. 지난 7일 최종 결정이 났는데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양사 모두 사내 임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8일 오후 4시40분께 ‘공시’를 통해 공개했다.

넥슨이 인수한 지분이 14.7%인 것은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 주식 15% 이상을 인수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기업결합신고를 하면 공정위로부터 시장의 자율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 등을 심사받아야 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번 주식 매각과 관계 없이 계속해서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직을 수행하게 되며, 오는 21일의 '블레이드 & 소울' 공개테스트(OBT)준비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빅딜에 당황하는 업계에서는 “넥슨의 퍼블리싱 능력과 엔씨소프트의 개발 역량이 시너지를 잘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김 대표가 대주주 자리를 내어준 만큼 중장기적으로 대표이사 교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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