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을 채우는 게임쇼, 불편했던 부스모델과 뿌듯했던 택시 기사님의 한마디

11월은 게임업계 기자라면 누구나 휴가를 쓰고 싶어 하는 달이다. 11월 초 ‘블리즈컨’ 출장에 이어 중순에는 ‘지스타(G-Star)’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지스타가 열렸다.

개인적으로 이번 지스타는 기자에게 세 번째다. 서포터즈로 놀러간 것(?) 한 번과 기자로서 두 번이다. 게임쇼 출장으로는 차이나조이와 블리즈컨 각각 두 번씩을 더해 총 여섯 번째다. 나름 한 번씩 갔다 온 출장이라 그런지 지난해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마냥 설레고 신났던 첫 번째 출장과는 달리 이번 지스타를 지나고 나서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컸다.

이번주 레알겜톡은 세 번째 지스타이자, 여섯 번째 출장을 경험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10을 채우는 게임쇼가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게임쇼 부스는 어딜 가든 비슷비슷하다. 게임을 시연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영상을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있고, 선물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한다. 하지만 이번 지스타에서는 이것만으로는 관람객들이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행사장에 들어오기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에 비해 2% 부족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심한 시각 황령산에서 우연히 만난 한 야경녀는 “부산에 왜 왔냐” 묻기에 “지스타보러 왔다”고 대답하니 “지스타? 나도 다녀왔는데, 거기 볼거 없던데.. 기사로 쓸게 있나”라며 기자의 걱정을 해주기도 했다.

▲ 2014 차이나조이
물론 해외 게임쇼도 마찬가지로, 차이나조이와 블리즈컨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스타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단 차이나조이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지스타는 매년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지만 차이나조이에는 지스타 전체 홀이 다섯 개 정도 있으니,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시간이 모자라다.

블리즈컨의 경우 2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티켓값은 물론, 숙박비와 교통비도 개인 부담이다. 행사에 참가하는 모든 유저에게 한정판 기념품을 주기는 하지만, 블리자드를 위해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진정한 마니아들이 모이는 곳이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가 재채기만 해도 환호하는 블빠들의 축제 블리즈컨은, 타겟층이 다소 두루뭉술한 지스타와는 다르다.

▲ 2014 블리즈컨

특히 올해의 경우, 15종의 게임을 선보인 넥슨은 모바일 4종을 제외하고 게임 시연 좌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미디어 갤러리의 영상으로 대체했다. 많은 관람객을 맞이하며 전체적으로 게임을 선보이는 효율성을 높였지만, 지스타 현장까지 오는 정성을 들인 유저에게 형평성은 떨어졌다.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컴투스와 게임빌, 네오위즈게임즈 등의 게임사들은 B2B에만 참석하거나 아예 그마저도 부스를 내지 않았다. 시연을 할 수 있는 게임도 크게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과 액토즈소프트의 ‘파이널판타지 14’, 스마일게이트의 ‘아제라(청소년 이용 불가)’, 엑스엘게임즈의 ‘문명 온라인’을 제외하고는 모바일 게임들뿐이었다.

결론적으로 차이나조이가 1씩 열 번을 주며 10을 채울 수 있는 거대한 게임쇼였고, 블리즈컨은 한번에 5씩 두 번을 줘서 10을 채울 수 있는 진한 게임쇼였다. 하지만 올해 지스타는 1씩 두 번만 주며 10을 꽉 채워주지 못해 감질 나는 게임쇼였다.

# 불편했던 부스 모델의 한 마디와 뿌듯했던 택시 아저씨의 한 마디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어하는 취재 중 하나는 국회의원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이다. 수십 대씩 몰려다니는 빼곡한 카메라 틈바구니에서 좋은 사진을 건지는 일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는 것처럼 행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빼먹을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지스타에서 서병수 부산 시장은 “부산은 게임산업 발전과 지스타의 성공적 개최를 지속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부산시는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어떠한 규제도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건전한 문화로 발전하도록 예산 지원도 아낌없이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화제가 되기도 한 만큼, 더욱 열심히 사진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지난해와는 다르게 올해 시간이 빡빡했던 탓일까? 리본 커팅을 하며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고 각 부스를 돌며 구경하는 관계자들에게 “잠깐만요, 정말 바쁘시겠지만 이쪽 포토 섹션에서 사진 한 장만 부탁드립니다. 사진 찍으려고 아침부터 기다렸어요!”라고 거듭 외치는 부스 모델의 간절한 한 마디가 기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이런 간절함을 뒤로한 채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린 곳도 있었고, 플래시를 터트릴 시간을 준 부스도 있었다. 올해 기자는 이렇게 찍은 사진 한 장의 값어치가 얼마나 비싼지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불편했던 한 마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뿌듯했던 한 마디도 있었다. 아래는 보람찬 하루 취재를 끝마치고 택시를 탄 기자와 아버님 또래의 기사님과의 대화다.

기사님: “벡스코 앞이 만다꼬 이래 멕히가 있노”=벡스코 앞이 왜이렇게 막히지
기자: “지스타 기간이라 그럴거예요”
기사님: “지스타? 아 그 게임 머 한다는 그거? 그거 하는가베”
기자: “네! 20일부터 23일까지 벡스코에서 합니다!”
기사님: “아가씨는 그라모 게임쪽에서 일하나?”
기자: “네, 전 게임기자입니다.”
기사님: “아까는 쭝국에 게이먼가 하는 아가 탔었는데..게임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밀어줘야 할낀데..어떤 아줌마한티 아~들한테 게임한다꼬 쿠사리만 줄끼 아이라 해보겠다카믄 학실히 밀어주야된다고 했는데”
=아까는 중국 게이머가 탔다. 게임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을 밀어줘야 한다. 어떤 아줌마 한테도 아이들이 게임한다고 하면 뭐라고 할게 아니라 확실히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게임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기사님께 혹시 게임을 원래 좋아하시냐 묻자 “전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기사님의 “해보겠다카믄 학실히 밀어주야된다”라는 한 마디는 업계인으로 뿌듯하고 반가웠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기자로서는 두 번째였던 2014년도 지스타의 슬로건은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였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한 지스타지만, 이 비장한 각오처럼 끝나지 않는 게임을 위해 지스타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멀기만 하다. 기자로서 세 번째, 출장으로는 어쩌면 아홉 번째가 될 내년도 지스타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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