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과 장인정신 가득한 요시다 나오키 PD 인터뷰, “어려우면 어때?”

지난 10월 14일, 액토즈소프트가 스퀘어에닉스에서 개발한 ‘파이널판타지14’의 한국 서비스 일정을 공개하며 간담회를 진행했다. 기자 역시 행사에 참가해 무려 오전 11시부터 오후 14시 30분까지 폭풍 같은 취재를 했다.

유난히 길었던 시간 탓인지, 유난히 솔직담백했던 요시다 나오키 PD 탓인지 이날 행사는 임팩트 있게 기억되어, 만나는 사람들마다 ‘파이널판타지 14’ 행사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기자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파이널판타지 14’에 대한 시선은 조금씩 달랐다. 이번 주 레알겜톡은 ‘파이널판타지 14’에 대한 세 가지의 시선을 이야기하려 한다.

# 사실 ‘파이널판타지 14’보다 요시다 나오키 PD가 좋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기자에게 구글플레이 유료 게임에서 다른 게임에 비해 비싼(1만원) 게임으로 인식되었을 뿐 특별한 추억은 없다. 넘버링 작품만 14까지 나올 정도니,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게임인 것은 알지만, 페이스북에 링크된 전국 유명 맛집 목록처럼 ‘언젠가는 맛봐야지’라고 막연한 생각을 할 뿐 직접 맛본 적은(?) 없는 게임이다.

하지만 간담회를 통해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대한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게임보다는 요시다 나오키 PD가 마음에 들어서다. 기자가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다양한 화법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용이 없는 ‘빛 좋은 개살구’ 스타일부터 이것저것 계산하며 핵심을 피하거나, 구체적인 내용 없이 추상적인 이야기만하는 스타일 등.

보통 기자에게 사랑받는 솔직담백한 취재원들은 같은 회사 홍보팀의 진땀을 빼게 만들며 미움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중에도 기자와 홍보팀 모두에게 사랑받는 능력자도 있기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나오키 PD는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요시다 PD가 리뉴얼하기 전 버전에 해당하는 ‘파이널판타지 14 오리지널’에 대해 묻자, “한번 실패한 게임을 다시 만드는 것은 어렵고, 아무도 하기 싫은 작업 중 하나다. 나는 파이널판타지의 열정적 팬이었을 뿐, 시리즈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유저의 입장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했다.

이어 “처음에 조사를 하면 할수록 심각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뭘 하더라도 이것보다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내가 어떻게 고치더라도 이것보단 나을 것. 이대로 가다가는 더 이상 유저들이 게임에 기대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심지어 오리지널엔 초코보(펫 겸 탈것)도 없었다!”고 덧붙였고, 기자들은 그의 돌직구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시간이 살짝 넘는 긴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그는 한결같이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그리고 솔직하게 대답했고, 사진을 찍을 때는 센스 있는 포즈를 취해주기도 했다.

한 번도 게임을 해본적 없었고, 심지어 요시다 PD가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인터뷰를 마치고 사인을 받는 기자들 뒤에서 ‘나도 사인을 받아갈까’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물론 게임에 대해 관심도 생겼다. 말 몇 마디로 출범 첫 날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요시다 PD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 좀 불친절하면 어때? ‘파이널판타지’잖아.

요시다 PD는 인터뷰에서 ‘파이널판타지 14’가 어렵고 불친절하다는 말에 “요즘 온라이 RPG 게임은 퀘스트를 받고, 맵에 자동으로 찍힌 목적지를 향해 의미 없이 가고, 클릭으로 퀘스트를 완료한다. 동일한 NPC는 또 퀘스트를 주고, 바닥에 가이드라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저는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따라가는 것”이라 꼬집었다.

이어 “MMORPG의 경우 게임을 진행할수록 시스템이 복잡해진다. 그저 클릭으로 게임을 진행한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토리도, 장소도,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을 끝내기보다 유저들이 실제로 즐기며 모험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빨리 넘어가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4’는 스토리를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었다. 그런만큼 초반에는 클릭 연타가 아닌, 게임 자체를 충분히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왠지 게임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더불어 윤오영의 수필 ‘방망이 깎던 노인’ 속 장인정신(?)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친구는 “요시다 PD가 누구지?”라고 묻기에 “이 전에는 ‘드래곤퀘스트’를 담당했다더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웃으면서 “그러면 저렇게 말할만 하네”라고 답했다. 일본 RPG의 양대 산맥이자, 아직도 인기를 경쟁하고 있는(?) 두 게임을 만든 사람이라면 충분히 저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건 ‘파이널판타지’니까 가능한 멘트다. 어려우면 어때? 좀 불친절하면 어때? ‘파이널판타지’인데. 유저들은 그런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하고 하는 것. 하지만 이제 출시되는 신작 게임이 유저들에게 ‘어려운 걸 감수하면서 해라. 게임은 원래 어려워야 제 맛이다’라고 한다면 씨도 안 먹힐 얘기다”고 말했다.

# 요즘같은 시대에 정말 온라인 게임이 괜찮을까?

걱정의 눈빛을 보내는 사람(이하 걱정남)도 있었다. ‘정말 요즘 같은 시대에 온라인 게임이 괜찮을까?’라는 시선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모두 런칭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 ‘파이널판타지 14’는 위험한 타이틀이다.

유명한 대작 타이틀로 액토즈소프트의 사활을 건 게임이나 다름없지만, 모바일 게임으로 최근 추세가 기울은 만큼 성공에 대한 확신은 적어진 것. 걱정남은 “요즘 온라인 게임에서 유저 15만을 모으는 것과 모바일 게임에서 유저 15만을 모으는 것은 체감상 완전 다르다. 온라인은 어렵지만 모바일 게임은 크로스 프로모션을 잘하면 하루만에 모이기도 한다”며 걱정했다.

“게임 기자들은 좋아하던데요?”라고 말하자 “코어한 유저들이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게임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 더군다나 ‘파이널판타지’ 같이 특정 팬층이 두터운 게임에는 오히려 신규 유저들이 선뜻 다가가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배성곤 액토즈 소프트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파이널판타지 14’가 신작 모바일 게임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의 시장이 성장할 때도, 비디오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흥행해왔고, 디바이스에 종속되지 않고 재밌고 훌륭한 게임은 언제든 흥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파이널판타지14’가 그 대답이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기자 역시 매일 아침저녁으로 스마트폰 배터리가 닳도록 게임을 해도, 집에 들어가 컴퓨터를 키고 게임을 실행시켜본지는 한참 된 사람 중 하나로 ‘파이널판타지 14’는 걱정 반 응원 반이다. 하지만 요시다 PD의 장인 정신과 자부심,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서비스해보겠다는 액토즈의 패기에 지금은 걱정은 잠시 꺼두고 응원을 보내고 싶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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