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이널판타지다운 게임을 만들었다”, PVP 콘텐츠 추가 예정

‘파이널판타지14’를 만든 요시다 나오키 PD를 만나다.

10월 14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스퀘어에닉스가 개발하고 액토즈소프트가 한국에 서비스 할 예정인 ‘파이널판타지14’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요시다 나오키 PD가 직접 게임 콘텐츠에 대해 소개하고, 배성곤 액토즈 부사장이 한국 서비스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공식 행사가 끝난 후, 일본에서 한국까지 날아온 요시다 PD를 그냥 보내기엔 아쉬워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요시다 PD는 ‘장인’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 요시다 PD의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오리지날 심각했다,”

사실 요시다 PD가 리뉴얼한 ‘파이널판타지14: 어 렐름 리본’ 이전의 ‘파이널판타지14(이하 오리지날)’는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적어도 요시다 PD는 실망했다.

그는 “한 번 실패한 게임을 다시 리뉴얼한다는 것은 어렵다. 아무도 하기 싫은 작업 중 하나일 것.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에 참여한 것은 이번 ‘파이널판타지14’가 처음이다. 이전에는 드래곤퀘스트 팀에 있었다. 그래서 좋은 점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팬의 마음으로 어떤 점이 잘못되었고, 어떤 점이 ‘파이널판타지’ 답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시다 PD의 솔직담백한 반성과 고백은 계속되었다.

“리뉴얼을 담당했을 때 느낀 점은, 조사를 할수록 심각한 부분이 많다는 것. 뭘 하더라도 이것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고치더라도 이거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오리지날 버전으로 가다가는 더 이상 ‘파이널판타지’ 팬들이 기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고쳤고, 한국에서 지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열매를 맺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가 강조한 ‘파이널판타지다운 것’은 무엇일까? 요시다 PD는 잠시 생각한 후, “심지어 오리지날 버전에는 펫 겸 탈것인 ‘초코보’도 없었고, 보스급 몬스터 ‘이프리트’도 없었다. 이는 당연히 ‘파이널판타지’라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다. 독자적 스토리와 훌륭한 그래픽은 물론 새로운 소환수도 추가되어야 ‘파이널판타지’의 당연한 형태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음악과 이펙트, 잡 명칭도 신경썼다. 유저가 플레이를 하고 ‘역시 파이널판타지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리뉴얼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 14번째라고 해서 많은 유저들이 막연한 벽을 느끼는데, MMORPG로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고, 장대한 스토리도 있다. 신작처럼 생각하고 ‘파이널판타지14’를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파이널판타지14’의 불친절함은 꼭 필요하다.”

‘파이널판타지14’의 불친절함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이미 ‘파이널판타지14’를 글로벌 서버에서 즐기고 있는 몇 몇 기자들은 “초보자의 경우 처음 접했을 때 게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튜토리얼 등에서 조금 더 상냥해질 계획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요시다 PD는 웃으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모든 유저에게서 나타나는 경향이다”고 말하며 “흔히 온라인 게임을 할 때 퀘스트를 받고, 맵에 찍힌 목적지를 향해 의미없이 가고, 클릭클릭을 하면서 퀘스트를 완료한다. 동일한 NPC는 또 퀘스트를 주고, 바닥에 가이드 라인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저는 아무 생각 없이 게임을 따라가는 것”이라 꼬집었다.

왜 NPC가 퀘스트를 주는지, 무슨 아이템을 골라야 하는지, 몬스터는 왜 쓰러트려야하는지, 이 장소는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캐릭터만 성장시키는 MMORPG 유저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편리하고 당연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오프닝 부분을 빨리 돌려본다고 생각해보자. 다음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MMORPG의 경우 게임을 진행할수록 시스템이 복잡해진다. 그저 클릭으로 게임을 진행한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토리도, 장소도, 목적도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을 끝내기보다 유저들이 실제로 즐기며 모험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벼운 모바일 게임과 캐주얼 게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모바일 RPG의 니즈를 볼 때, ‘제대로 된 게임이 하고싶다’는 유저는 많은 것으로 짐작된다. ‘파이널판타지14’는 이러한 유저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게임이다.

요시다 PD는 “이미 일본에서는 진짜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유저들이 나타나고 있고, 한국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과도한 친절함은 업데이트 예정에 없다. 다만 유저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몇 가지 포인트에서는 개선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릭 연타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4’는 문학이나 영화처럼 스토리를 굉장히 신경써서 만들었다. 그런만큼 초반에는 클릭 연타가 아닌, 게임 자체를 충분히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 “PVP 콘텐츠는 더욱 추가할 것”

본격적으로 게임 콘텐츠로 넘어가서는 더욱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먼저 딜러 실업 백만 시대에 힐러와 탱커는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던전에 입장할 때, 직업별 클래스를 맞춰야한다.

요시다 PD는 “딜러를 하려는 것은 전세계 모든 게임의 공통점이다. 그렇다고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 ‘파이널판타지14’에서는 부족한 직업을 플레이하는 유저에게 적당한 보상을 줌으로써 이를 맞추려 한다. 매칭은 빨리, 원하는대로 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매칭을 하더라도 밸런스가 맞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매칭이 빨리 된다고 하더라도 보스를 깰 수 없다면 유저들은 허탈함을 느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글로벌 서버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국 서버로 이전할 기회를 줄 예정은 없는지 물었다. 그는 웃으면서 “MMORPG는 경제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 서버가 처음 열리면 월드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그런데 이미 글로벌 서버에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는 유저로 인해 경제가 파탄나게 될 수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 이야기했다.

기술적인 문제에서도 한계는 있다. 글로벌 버전은 이미 2.4 업데이트를 마쳤지만, 2015년 한국에 서비스 될 때에는 2.3버전이나 혹은 그 이상이 될 예정이다. 따라서 글로벌 콘텐츠에서 얻은 아이템과 장비는 확연히 다를 것. 한국 서버에서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요시다 PD는 “이전을 하게 되다면 유저는 ‘바하무트’ 레이드에서 힘들게 얻은 아이템을 버려야 하는 경우가 생길수도 있다. 유저들의 소중한 정보를 훼손시키지 않고 가져오는 것은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다. 한 명의 MMORPG 유저로서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며 플레이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한다. 향후 글로벌 버전과 한국 서버 버전의 차이가 없어지면 그 때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길드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파이널판타지14’의 인원 제한은 512명이다. 굳이 이런 숫자를 정한 이유가 있는지 묻자, “MMORPG 유저의 커뮤니티는 끈끈하다. 하지만 점점 사람이 많아지면 취향도 다양해지고 성향도 달라진다. 그러면서 수 천명 규모의 길드라도 커뮤니티가 갈리고, 결국 깨지고 게임을 접는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이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은 이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데이터를 봤을 때도, 512명을 꽉 채워 운영하는 길드는 본 적이 없다. 늘려달라고 하는 요청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PVP 모드는 세력전과 RvR이 있는데, 길드 콘텐츠가 있는 만큼 길드 대항전과 같은 콘텐츠는 추가할 예정이 없는지 물었다. 요시다 PD는 “아직까지 길드 대항전 콘텐츠는 없다. 유저들에게 ‘파이널판타지’는 몬스터에 대항해 싸우는 게임이지, 플레이어끼리 싸우는 게임이 아니다. 일부 유저는 PVP를 해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파이널판타지14’의 PVP는 요시다 PD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PVP를 좋아한다. PVP가 재미없다면 게임이 재밌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과 중국 유저의 성향도 고려해야한다. ‘늑대우리’나 ‘최전방전투’ 같은 콘텐츠를 추가하고 나서 ‘PVP가 이렇게 재밌구나’라고 느끼는 유저가 많아졌다. ‘최전방전투’의 경우 방이 많이 형성되어있다. 이런 전투에 대해 룰을 추가하거나, 길드전, 혹은 랭킹전을 추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액토즈처럼 열정있는 운영사가 있다면 어디든 환영이다.”

한국 서버인 만큼, 한국 유저를 위한 전용 의상이나 탈것이 준비되어있을까?

“한국 민족의 의상은 ‘한복’이다. 요청이 있다면 액토즈와 검토할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파이널판타지’ 세계관에 맞춰 수정해서 넣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관이 깨지지 않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MMORPG 중 어떤 것을 플레이해봤냐는 질문에는 “리니지와 리니지2, 블레이드 앤 소울, 테라, 아키에이지를 해봤다. 사실 MMORPG는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인가가 크게 의미없다. 전세계 유저들이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MMORPG는 라이벌이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 다음으로는 어디에 진출하고 싶은지 묻자, “일단 개인적으로는 어디든 상관없이 많이 즐겨주시길 바란다.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은 러시아와 중남미, 대만 정도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액토즈처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운영사가 있는지부터 고려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1월 지스타 때, 한국 플레이어와 만날 예정인데, 벌써부터 설레고 기쁘다. 아! 개인적으로는 팬 페스티발이 두바이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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