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의 ‘MXM’-블리자드의 ‘히어로즈’ 공통점 라이트함, 가벼움-코어함 균형잡기

요즘 세상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가벼움’인 것 같다.

여자들은 가벼워지기 위해 끝없이 다이어트를 하고, 맨얼굴 같은 가벼운 화장을 한다. 각종 전자기기는 공기 같은 가벼움을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상태를 몇 줄로 표현하는 ‘트위터’에 이어 하루 만에 게시글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하루’ 같은 SNS도 등장했다. 버스정류장은 ‘버정’, 파리바게트는 ‘파바’가 된지 오래다.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디지털 저널리즘의 혁신 속도를 볼 때, 한국에서는 2026년 종이 신문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스마트폰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해하며 읽어야하는 무겁고 진지한 궁서체의 글보다 직관적이면서 말랑말랑한 글들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을 볼 때,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가벼워지고 있는 것 같다.

게임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고래같이 거대한 온라인 게임들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

기자에게 ‘엔씨소프트 게임’의 이미지는 통가죽가방과 같았다. 예쁜데 무거워서 못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간신히 돌아갔던 기자의 컴퓨터에 ‘블레이드 앤 소울’을 까는 것은 그래픽카드에게 사망을 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2년 만에 내놓은 신작 ‘Master X Master(이하 MXM)’는 기존 게임과 다르다. 노트북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MXM 전용이 아닌) 저사양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킬도 일반 스킬 2개와 필살기 1개로 3개뿐이다. 따라서 사용하는 키는 WASD 이동키와 일반스킬 QE, 필살기는 숫자2로 심플하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열혈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대작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블리자드는 얼마 전 7년간 만든 ‘타이탄’의 개발을 전면 중단했다. 이유는 “’타이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와 더불어 “카드게임 ’하스스톤‘과 개발 중인 ’히어로즈‘가 영향을 끼쳤다. 더 이상 우리가 일정한 스케일의 게임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라인 게임이 거대한 블록버스터일 필요가 없는 것”이라 설명했다.

온라인게임이 가벼워진 이유는 간단하다. 종이 신문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 이유와 같다.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변했기 때문. 이제 웬만한 것은 손 안에서 가능하다. 컴퓨터를 켜기 위해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천근만근이다. 여기에 사람들은 더 이상 보스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한 자리에 6~7시간을 앉아있지 못한다. 30~40분이 집중력의 한계다.

수많은 린저씨(리니지 열혈유저)를 만든 엔씨소프트와 군대 간 남친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기다리게 하는 블리자드의 몸집 줄이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드코어 온라인 게임에 미래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가벼움의 끝에서 시작한 모바일 게임은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이제 모바일 RPG는 ‘손 안의 온라인 게임’이란 수식어도 무색하지 않다.

▲ 곽백수 작가의 네이버 웹툰 '가우스전자', 649화 'PC방' 중
여기에 옛날 힘들게 4시간 동안 학카르(와우 게임 속 보스)를 잡던 사람들의 ‘옛날엔 그랬지’라며 당시를 그리워하는 향수도 무시할 수 없다. 편리한 전자책 대신 아직도 서점에서 사각사각 종잇장을 넘기며 책을 고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코어한 온라인 게임은 돈독한 커뮤니티나 캐릭터에 대한 애정같이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는 필요하다. 코어함의 선택지는 방학숙제처럼 게임이 반강제적으로 떠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유저의 몫이다. MXM의 진서연이나 프로메데 같은 친숙한 ‘마스터’와 ‘히어로즈’의 ‘디아블로’, ‘리치왕’ 등의 레전드 히어로와 같은 추억팔이(?)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가수 프라이머리의 곡 <Playboy’s Diary> 중, “너무 가벼워진 나, 사랑한다는 말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라는 가사가 있다. 이 말처럼 너무 가벼워지면 게임성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코어함과 라이트함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하고 있는 신작 온라인 게임의 변화를 응원한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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