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생생한 경찰 체험...디자인 전직 경찰관 출신 참여 ‘독특’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사라져 조만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게임 장르 중에 하나가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들이 아닌가 한다.

1980~1990년대만 해도 게임 시장은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인기 순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정겹게 지냈다. 전략 시뮬레이션은 물론 어드벤처, 아케이드(액션), 슈팅, 롤플레잉, 스포츠 게임들이 인기 순위에 있었다. 최근에 게임 시장을 보면 PC 온라인게임들의 경우 거의 대부분 MMORPG 아니면 FPS 정도가 고작이고 몇몇 스포츠 게임 정도만 있을 뿐이다.

최근에는 어드벤처 게임들이 예전만큼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지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나마 콘솔 게임기로 종종 등장하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 어드벤처 게임들이란 말 그대로 ‘Adventure(모험)’ 를 뜻하는 게임으로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유명한 게임 중에 ‘원숭이섬의 비밀’ 같은 게임들이 있다.

[폴리스 퀘스트]
그 당시 PC 어드벤처 게임들 중에는 ‘원숭이섬의 비밀’과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로 유명한 ‘루카스 아츠’라는 회사와 각종 ‘퀘스트’ 시리즈로 유명한 ‘시에라 온라인’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1980년대에 시작된 ‘킹스 퀘스트(King’s Quest)’시리즈를 시작으로 ‘스페이스 퀘스트 (Space Quest)’ 시리즈들로 유명한 시에라 온라인이라는 회사에서는 미국에서 만화나 영화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하나의 아이콘 같은 경찰이라는 직업도 게임의 소재로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폴리스 퀘스트 (Police Quest)’ 시리즈다. 참고로 기존 ‘퀘스트’ 시리즈에 비해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필자가 제일 좋아했던 ‘퀘스트’ 시리즈 중에는 ‘에코 퀘스트 (Eco Quest)’ 게임이 있다. 마지막 엔딩 장면을 보고 또 보고 수도 없이 봤었는데 멀리 떠나는 주인공 돌고래의.. (스포가 될 것 같아 생략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해보시길..) 특히 엔딩 음악이 참 좋았던 게임 중에 하나였다.

[경찰들의 생생한 현장 체험]
‘폴리스 퀘스트’ 게임은 특이하게 게임의 디자인에 전직 경찰관 출신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전직 경찰관이었던 ‘짐 월스’는 자신과 동료들의 경찰 일상을 아주 자세하고 상세하게 게임 안에서 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실제 경찰들이 교육용으로 썼다는 얘기도 있었다(마치 팰콘 3.0-4.0 시리즈를 공군에서 훈련용으로 썼다는 얘기처럼..).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3편부터는 형사 출신의 전직 ‘LAPD(LA 경찰서)’ 경찰서장을 영입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폴리스 퀘스트’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경찰들의 일상 업무나 생활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했고 지금도 경찰을 소재로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내용으로 구성된 게임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 디스켓에 저장 된 게임
참고로 1990년대 초기만 해도 게임으로 CD나 DVD를 쓴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대부분은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필자가 대학생이 되던 1990년대 중 후반쯤에나 리포트 한답시고 과제로 제출하던 디스켓이 3.5인치를 많이 썼다. 그 전까지는 5.25인치가 표준 자기 저장매체였다. 그런데 주위에 보면 이 디스켓 사이즈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5.25인치가 표준 플로피 디스켓이고 3.5인치가 미니 플로피 디스켓인줄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이전에 8인치 디스켓이 있었다. 그래서 8인치가 표준 사이즈로 분류되고 그 뒤에 사이즈를 줄여서 등장한 5.25인치 디스켓은 미니 플로피 디스켓으로 분류되고 더 작아진 3.5인치는 마이크로 플로피 디스켓이라 부른다.

[‘폴리스 퀘스트’도 이런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을 썼다.]
5.25인치도 꽤나 팔랑 팔랑거리는데 8인치 크기의 디스켓은 진짜 팔랑팔랑 부채처럼 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디스켓의 이름 앞에 붙는 ‘플로피 (Floppy)’라는 뜻은 ‘팔랑거리다, 헐렁하다’ 라는 의미인데 딱 맞는 이름이다.

제조업체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필자가 제일 좋아했던 업체는 ‘3M’이었다. 가격도 그 당시 ‘SKC’나 다른 중소업체의 디스켓들보다 장당 가격이 몇 백원 더 비쌌지만 필름의 짙은 색상이나 겉 플라스틱의 단단함 정도가 확연히 달랐다. 제일 싼 디스켓들은 팔랑거림도 심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디스크(원판)의 색상도 옅어 보이는 등 딱 봐도 자료가 깨지지나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필자는 늘 ‘3M’ 디스켓만을 고집했다.

[이게 8인치 표준 플로피 디스크다.]
8인치 표준 사이즈 디스켓을 실제로 본 사람은 얼마 안 될 텐데 8인치는 대중적으로 상용화 하기 이전에 대부분 연구과학용이나 군사용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었다가 PC가 대중화될 때쯤에는 이미 5.25인치 미니 플로피 디스크가 쓰였기 때문이다.

2014년 현재 저 8인치 디스켓은 아직도 현역으로 쓰이고 있는데, 한참 냉전 시대인 1960~1970년대에 미국에서 건설한 지상 핵미사일 기지에서 통제 시스템 등에 저장매체로 아직도 저 8인치 디스켓을 쓰고 있는 곳들이 있다. 이미 필요한 정도의 성능으로 잘 돌아가고 있으므로 굳이 장비를 최신화 할 필요도 없고 거기에 맞춰 저장매체나 입출력 장치들을 교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이거 군사기밀 아니겠지?).

하긴 디스켓이 쓰이기 이전에는 카세트 테이프 같은 테이프로도 게임을 했었으니 지금 시절에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하지만, 완전히 멸종했을 것 같은 자기 테이프(카세트 테이프) 같은 것들도 지금도 대용량 백업 시스템으로 쓰는 곳들이 있다(필자가 예전에 일하던 검색엔진 회사에서도 DB백업용으로 테이프 시스템을 썼었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도 포트란(Fortran)이나 코볼(COBOL) 같은 구시대? 언어들도 현역에서 쓰이는 곳들이 꽤 있다. 교과서나 IT 역사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프로그래밍 언어들이지만, 은행권이나 그밖에 여러 부분에서 아직도 쓰이는 곳들이 꽤 된다. 그 언어들이 한참 쓰이기 시작한 시절에 구축된 예전 시스템들이 그런대로 잘 작동하고 있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하자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계속 유지보수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오래 된 시스템들이 찾아보면 많이 있다.

■ 친구와의 주먹 다툼
그 당시 게임들은 불법복제들도 많았지만, 그쯤에 ‘동서게임채널’이라는 유통사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곧 ‘SKC’에서도 게임 유통 서비스를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원숭이 섬의 비밀 2’ 게임은 박스 안에 매뉴얼과 5.25인치 2HD 디스켓 6장으로 정가는 2만5000원이었다. 필자가 살던 동네에도 시내에 나가면 ‘동서게임채널’ 매장이 따로 있었다. 벽면을 가득 메운 정품 게임들을 보면서 설레던 기억이 난다.

[정품 게임 박스]
주머니에 돈이 한 푼도 없어도 그저 아이쇼핑만으로도 흥분되고 즐거운 일이었기 때문에 중학생이었던 필자는 학교가 끝나자마자 바로 매장으로 달려가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서 게임 박스들을 구경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필자의 친구가 오늘도 매장 갈 예정이면 자기는 학원 가야 되기 때문에 대신 게임 좀 하나 사다 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을 했다.

그 친구가 부탁한 게임이 ‘폴리스 퀘스트4’였다. 그 친구는 대대로 경찰 집안이었는데, 그 친구도 후에 경찰대학에 지원해서 합격했다. 지금은 어느 경찰서에 있는지 어떤 업무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장래 희망을 일찌감치 경찰로 정해놓은 친구에게 경찰을 소재로 한 게임은 어쩌면 교양필수 과목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1990년대 중학생이 경찰 경험을 할 수 있는 유일했던 수단]
게다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실제 경찰들이 제작에 참여하고 경찰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재현한 게임이다 보니 경찰에 대한 간접 체험이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게임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친구는 원래 게임을 잘 하지도 않았지만 이 게임만큼은 굉장히 관심을 가졌다. 그 친구에게 이 게임은 게임이라기보다는 교육용 S/W와 같은 개념이었다. 그렇게 친구의 부탁을 받고 매장에 도착했는데, 그 순간 필자의 눈에 꽂힌 것은 진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원숭이 섬의 비밀2’이었다(게다가 가격도 2만5000원으로 똑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매장을 나와 콧노래를 부르며 비닐봉지에 담긴 ‘원숭이섬의 비밀2’를 들고 집에 가는 필자의 발걸음은 그날 따라 유독 가볍고 흥겨웠다(이 이야기는 [게임별곡 – 1편]에도 나와 있다). 집에서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원숭이섬의 비밀2’를 인스톨하고 밤새 게임을 한 필자에게 다음날 기다리고 있던 것은 친구가 부탁한 ‘폴리스 퀘스트’ 게임은 필자의 손에 없었다는 것이고, 아울러 친구가 부탁하면서 준 돈까지 없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치고 박고 혈투가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잘못한 것은 필자였으니 한 대라도 더 맞아주는 수밖에..

그 뒤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며 틈틈이 돈을 모아 다시 친구에게 ‘폴리스 퀘스트’를 사주고 나서야 일이 풀렸지만, 그 뒤에 친구는 죄 값으로 필자에게 생각에도 없었던 ‘폴리스 퀘스트’ 게임도 플레이하도록 했다.

■ ‘폴리스 퀘스트’ 시리즈의 역사
사실 필자는 이 게임을 완전 재미나게 빠져서 하지는 않았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도 죄 값을 치르느라 억지로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 당시에는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소재 자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닌데, 아무리 재미있게 만든다고 그것이 재미있을 리가 없지 않나. 어쨌든 억지로 한 게임이기는 하지만, 재미의 여부를 떠나 게임 자체가 가지는 의미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게임 디자인에 참여한 전직 형사 출신의 LA경찰서장 ‘Daryl F. Gates’]
1987년 ‘폴리스 퀘스트(Police Quest: In Pursuit of the Death Angel)’ 1편을 시작으로 무려 6편까지 시리즈로 출시되었지만, 정작 의미 있는 버전은 1편부터 4편까지다.

5편 이후에는 기존의 경찰들의 생생한 체험 삶의 현장과도 같은 분위기에서 한참 멀어졌고 그 때쯤이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고 PC 온라인 게임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던 때이다 보니 아무래도 (너무나 생생해서)하품 나오는 이런 게임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6편은 팬들 사이에서도 정규 시리즈 라인에서 제외하자 말자 얘기가 많은데 장르 자체가 기존의 어드벤처에서 아예 다른 장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SWAT’라는 이름으로 전작 ‘플리스 퀘스트 SWAT(Police Quest: SWAT)’, ‘폴리스 퀘스트:SWAT2(Police Quest: SWAT2)’와 같이 기존 ‘폴리스 퀘스트’ 시리즈로 출시되던 것에서 독립하여 자체적인 이름인 ‘SWAT’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 필자의 잡소리
한때 국내에서 ‘조폭’에 관련 된 영화들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조폭’에 관련 된 내용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각기 그 나라에 맞게 적응한 집단들에 대한 얘기는 만화나 영화의 소재로 자주 활용된다.

일본의 야쿠자라던가 그 밖에도 마피아에 관련 된 내용들은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으로 특히 영화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재인데, 그 반대 입장에서 고생하고 헌신하는 또 다른 집단을 우리는 ‘경찰’이라 부른다.

비록 최근 이미지는 일부의 문제라고는 해도 친근하다던가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늘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 최근 스마트 폰 게임들의 소재를 봐도 탈옥이나 경찰 따돌리기 등의 내용이 많고 반대로 경찰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예전에는 경찰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범죄자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며 시대의 무엇이 영화나 게임의 소재가 이렇게 바뀌게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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