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NHN엔터 오명현 PM, 첫 글로벌 원빌드, 마케팅 없이 매일 3000명 자연유입

최근 한국 게임사들이 입버릇처럼 뱉는 단어는 ‘글로벌’이다. 이제는 한국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드넓은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아직 모바일 게임에서 글로벌 시장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같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부흥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에 나가는 게임들은 그야말로 맨몸에 칼 한 자루를 덜렁 쥐고 스스로 부딪치며 배우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을 선언한 NHN엔터테인먼트의 첫 번째 글로벌 원빌드 게임 ‘좀비바이러스’ 역시 그 중 하나다. 9월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NHN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맨몸은 아니고 ‘빤스’만 입고 글로벌 시장에 당당하게 진출했다는 ‘좀비바이러스’의 오명현 PM을 만났다.

그와 함께 ‘좀비바이러스’가 한 달간의 시간동안 어떤 모험을 했는지, 어떤 전략으로 글로벌을 공략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마케팅 없이도 하루에 전세계 3000명 유저 자연유입

오명현 PM은 2011년 공채로 입사한 3년차 꼬꼬마(?)이다. 그는 모바일 플랫폼 팀을 거쳐 네이버 게임에서 ‘문명’, ‘NBA’ 등의 패키지 게임을 담당했다. 오 PM은 “모바일 게임으로 혼자 메인 PM을 맡은 것은 ‘좀비바이러스’가 처음이다. 이전에는 ‘더비임팩트’를 도왔다”고 이야기했다.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한 그는 ‘게임존21’과 ‘PC파워진’ 등에서 독자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좀비바이러스’가 좀비 게임인 만큼 혹시 좀비게임 마니아인지 묻자 “좀비 게임보다는 드라마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번에 ‘좀비바이러스’를 맡게 되며 좀비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제는 누가 좀비 관련 게임에 대해 물어보면 술술 설명을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좀비바이러스’는 어떤 게임일까? 오 PM은 “가벼운 캐주얼 장르이지만 좀비 소재의 전략성이 짙은 게임이라 말할 수 있다. 유저는 좀비를 풀어 사람들을 감염시키려는 박사의 시점으로 가장 많은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원빌드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게임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처음에는 감히 글로벌은 생각도 못했다. 한국에서 카카오톡 게임으로 준비했다. 그런데 좀비라는 소재가 아무래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익숙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욕심이 생겨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좀비바이러스’는 8월 18일 출시되어 꼭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숫자로 볼 수 있는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까? 오 PM은 “‘좀비바이러스’가 신기한 것은 출시 이후 정말 아무런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출력된 포스터도 없다. 홍보만 보도자료를 통해 진행했다. 그런데 하루에 3000명 정도의 신규 유저가 유입되고 있다. ‘좀비바이러스’를 통해 유저의 자연유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 “스페인과 프랑스어까지 7개 국어 지원, 빤스는 입고 나왔다”

‘좀비바이러스’가 글로벌 원빌드 게임인 만큼, 한 달의 시간동안 경험한 해외 시장이 가장 궁금했다. 오 PM에게 경험담과 느낀 점, 한국 시장과 다른 점 등을 허심탄회하게 부탁했다.

그는 먼저 글로벌 원빌드로 나간 이유에 대해 “사실 NHN엔터가 글로벌로 나간 것이 처음은 아니다. 기존에도 ‘드래곤프렌즈’와 ‘언데드슬레이어’ 등이 해외에 출시되었다. 다만 빌드를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따로 나갈 경우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원빌드로 나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인원 화장품이 스킨-로션-에센스 등 모든 단계를 한 번에 해결해주어 편리하지만, 집중 관리에서는 떨어지는 만큼 원빌드 역시 아쉬운 점은 있다. 오 PM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은 것은 “내부에서 아직까지 경험이 없는 탓도 있지만, 한국과 매우 다르다. 현지에 맞는 번역은 물론, 흔히 게임에서 접할 수 있는 ‘매일매일 출석 이벤트’를 한다든던지, 하나의 국가를 타겟팅해 집중관리 하는 것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카카오 게임의 경우 초반에 승부를 보는 형태지만, 글로벌은 게임의 호흡을 천천히 가져가는 것이 가장 다른 것 같다. ‘캔디크러쉬사가’의 킹도 처음부터 전 세계적으로 오픈하고 대대적 마케팅을 한 것이 아니라 점점 넓혀갔다. ‘좀비바이러스’ 역시 지금은 마케팅보다는 안정화 시키고 하나씩 국가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나갈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아직까지 한국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의 글로벌 진출은 앞서 말했듯 맨몸 돌진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좀비바이러스’는 그래도 ‘빤스(?)’는 장착하고 출격했다고 한다.

“플랫폼을 제대로 적용해 모든 기본적인 것들이 제대로 되는지가 가장 중요했고, 그 다음은 언어다. 현재 ‘좀비바이러스’는 처음부터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간체, 중국어 번체를 지원했고, 이제는 스페인어, 프랑스어도 지원한다. 실제로 지표를 볼 때, 언어를 지원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차이가 난다. NHN 엔터의 각 해외 지사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 예상치 못한 시장은 ‘러시아’, 재밌는 곳은 ‘중국’, 아프가니스탄-앙골라도 유입

현재 ‘좀비바이러스’가 가장 활약하고 있는 시장은 미국과 한국이다. 특히 북미 쪽 증가율이 주목할 만하다고 한다. 물론 아무런 홍보와 마케팅 없이 말이다. 이후 러시아와 중국, 이탈리아도 지표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재밌는 곳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오 PM은 “러시아의 경우 생각지도 못한 곳이다. ‘월드 오브 탱크’와 같은 게임이 유행해 사실적인 그래픽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2등신의 박스 스타일 좀비를 좋아할 줄 몰랐다. 현재 러시아가 세 번째로 유저가 많다. 이유를 알고 보니 러시아의 한 매체에서 리뷰를 해서 유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은 구글이 공식적으로 지원되지 않는다. 그래서 언어로는 중국어가 들어가있기는 하지만, 공식 마켓에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 유저들이 APK 파일을 이용해 다운받아 유입되고 있다. 처음에는 자연 유입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찾아들어오는 것. 중국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이 놀랍다”며 “중국은 큰 시장인 만큼 iOS 버전을 공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현지 퍼블리셔를 구할지, 직접 진출할지 앞으로의 방향을 정할 것”이라 말했다.

각 나라별로 유저들의 성향에 특징이 있는지 묻자, “한국 유저의 경우 빠르게 깨려고 한다.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고, 결제를 큰 금액으로 시원하게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결제 시점이 한국보다 뒤에 있다. 러시아는 가장 극단적인 곳이다. 거의 결제를 안한다.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깨려고 한다. 이는 러시아에 아직까지 신용카드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탓도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의 경우 언어 지원을 하지 않아서인지, 유입과 이탈이 활발한 나라다”고 설명했다.

혹시 독특한 나라의 유저가 들어오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자, 오 PM은 웃으면서 “얼마전 아프가니스탄 분들이 들어왔다. 예전에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나간 경험으로 남다른 애착이 있어 유심히 봤다. 총 3명이 들어왔는데, 그 중 무려 2명이 결제를 했다. 유입 대비 가장 높은 결제 비율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앙골라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다. 확실히 한국보다 재밌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 아프리카 BJ 대도서관과 윰댕, 페이스북으로 마케팅 시작

▲ BJ대도서관의 좀비 캐릭터
‘좀비바이러스’는 현재 북미와 한국 시장에서 입질이 오고 있는 만큼 마케팅도 슬슬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9월 27일 토요일 밤 아프리카TV의 인기 BJ 대도서관과 함께 유저를 ‘좀비바이러스’로 감염시킬 예정이다. 오 PM은 “게임 안에 대도서관과 여자친구인 BJ 윰댕 캐릭터가 출시될 예정이다”라며 힌트를 주기도 했다.

이어 글로벌 마케팅으로는 ‘페이스북’을 꼽았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좀비 마니아들을 타겟팅할 것”이라 이야기하며 “한 게임을 가지고 나라마다 지표가 너무나도 다르게 나오니, 나라마다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어느 타겟을 집중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콘텐츠를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 ‘좀비바이러스’에는 한국의 향기가 난다. 시간을 가지고 글로벌 업데이트를 할 것”이라 전했다.

마지막으로 간 크게 나온 게임인 만큼 패기있는 목표와 포부 한마디도 부탁했다. 오 PM은 “지금까지 좀비 게임 중 퀄리티가 높은 게 많지 않았다. 글로벌 유저들이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당장의 매출보다는 세계의 많은 유저들에게 선보이고싶은 것이 목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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