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과 적극적 소통 리더십, 개발 동참-버프-뜻밖의 매력 주목

2011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서포터즈로 일할 당시, 상영관을 담당하며 수많은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재밌는 영화, 3시간이 넘는 긴 영화, 짧은 단편 영화 등 다양한 영화가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따로 있었다. 감독이 무대로 직접 올라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영화다.

당시 ‘써니’와 ‘과속스캔들’을 제작한 강형철 감독을 만났다. 그는 무대에 올라와서 영화의 비밀을 말해준다거나, 관객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등의 특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내가 방금 전까지 감동적으로 본 영화를 직접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게임기자가 된 후, 수많은 게임 행사에 참여했다. 사회자의 화려한 입담에 깔깔 웃다가 끝난 행사, 4시간 넘게 진행된 교장선생님 훈화 뺨치는 지루한 행사, 코스프레 모델들의 미모에 넋을 놓았던 행사 등 다양하게 있었다.

하지만 가장 재밌고 기억에 남았던 행사로는 ‘유저 행사’를 꼽을 수 있다. 그 중 특히 게임사 대표가 인사만 하고 떠나는 게 아니라 유저들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다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다.

이번 주 레알겜톡은 게임 행사, 특히 유저를 만나는 자리에 게임사 대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인사만 하고 자리를 금방 뜨는 게 아니라,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함께 행사를 즐겨야하는 이유 말이다.

#1. “이 게임은 누가 만든거야?”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반강제적으로 봐야하는 것은 광고뿐만이 아니다. 영화를 시작할 때 나오는 감독과 배우 이름이다. 쿠키영상이라도 있으면, 엔딩 크레딧까지 모두 봐야한다. TV 드라마도 인터넷에 드라마 이름만 검색하면 출연 배우와 연출가, 작가 이름까지 모두 나온다.

하지만 게임은 아니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든 사람들이 크게 부각되어있지 않다. 물론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오며, 한 사람이 게임을 끝까지 만드는 경우가 드물어진 탓도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에서도 만든 사람을 보기 위해서는 조그만 설정 버튼을 찾아서, ‘만든 사람들’을 클릭해야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없는 경우가 있다.

기자가 되기 전에는 게임을 하면서 쓸데없는 아이템 하나와 배경의 풀 한 포기까지 사람의 손길이 닿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이 만드는 게임’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화가 어려웠던 탓이다. 그래서 유저 행사에는 대표가 필요한 것 같다. ‘게임은 사람이 만드는 것’임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23일 핀콘의 ‘헬로히어로’가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제1회 유저간담회를 진행했다. 무려 1년 전 행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느낌 아니까~’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개그우먼 김지민이 사회를 보며 불금의 뜨거운 분위기를 업시킨 탓도 있지만, 게임을 만든 핀콘의 모든 개발자들이 유저들 테이블에 섞어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물론 유저와 섞여있는 개발자 중에는 유충길 대표도 있었다. 당시 같이 앉은 유저들은 부담스러웠을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같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어울리는 모습은 인사말만 건네고 들어가 있는 모습보다 훨씬 좋아보였다. 이야기를 할 때 ‘헬로히어로’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이는 유저들도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2. 대표에게도 버프를 걸어주는 유저행사

얼마 전, 유저들에게 자신의 게임을 선보인 지인이 있었다. 그는 멘탈이 가루가 된 채 실의에 빠져있었다. ‘ㅡㅡ 이런 게임 왜 만들지?’라는 의문형부터 시작해서 ‘노잼. 노답’이라는 심플형까지 다양한 피드백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볼 때, 유저들은 친절하지 않다. “게임 너무 재밌어요! 파이팅하세요!”라며 힘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게임의 수정사항이나 애로사항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다르다.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전투준비를 마치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게임에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저들도 게임을 만든 사람을 만나서 좋지만, 유저를 만나는 대표들 역시 버프를 받을 수 있다.

지난 8월 22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행사가 진행되었다. 대학생 e스포츠 동아리 연합회 에카가 주최하는 이번 ‘와글와글 하스스톤’ 애프터스쿨 파티에는 특별한 손님이 왔다. 바로 '한국에서 인기인'으로 대접받는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대표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행사장의 모든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는 유저들의 열렬한 모습을 직접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즉석에서 진행된 참가자와의 1:1 행사에서 한 여대생이 뽑히자 모두들 “와~ 부럽다”라며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고, 경기를 위해 친구를 맺자 “대박! 완전 부럽다!”라며 소리쳤다.

만약 기자가 마이크 모하임 대표이거나 하스스톤을 만든 사람이라면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을 것이다. 레알겜톡에 달리는 사소한 댓글 하나에도 마음이 훈훈해지는데, 좁은 행사장이 열기로 후끈해질 정도로 환호하는 장면을 보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힘들었던 지난 날의 야근은 물론 14시간 비행의 피로도 깨끗하게 사라질 것이다.

#3. 예고에 없던 심쿵 매력 발산

마지막 이유가 있다면, 대표가 있는 자리는 유저 행사가 훨씬 재밌다. 홍보팀의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저행사에서는 근엄한 모습에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던 대표에게도 귀여운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 수도 있고, 게임 실력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와글와글 하스스톤’ 행사에서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는 유저와 1:1 대결을 했다. 여대생 유저는 멀록덱을 골랐고, 모하임 대표는 마법사덱을 골랐다. 자신 없어 하던 여대생의 모습에 당연히 모하임 대표가 이길 것이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마이크 모하임 대표의 굴욕(?)으로 끝나며 유저들은 즐거워했다.

지난 6월 14일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비무제 결승전 행사에서는 김택진 대표가 깜짝 손님으로 찾아왔다. 경기 시작부터 행사장 맨 뒤에 앉아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던 김택진 대표는 실제로 블소를 즐겨 플레이하며, 비무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용준 캐스터의 소개로 김택진 대표가 행사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자, 유저들은 큰 소리로 환호했다. 전 캐스터는 이 분위기를 더해 “오늘 대표님도 있으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보자”고 말했고, 유저들은 “옷장을 늘려주세요” 등의 소원을 외쳤다. 이에 김택진 대표는 유저의 말을 경청한다는 제스처로 두 손을 귀에 갖다 대며 예고에 없던 귀여움(?)을 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물론 눈코뜰새 없이 일정을 치러야하는 대표들이 유저들을 찾아 소통을 몸짓-마음짓을 보여주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자칫 말이 전도되어 게임 이외의 화제가 될 수 있어 주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즐거움을 공유할 때 “우리 게임에 이 정도로 애정이 있다”는 것을 유저들에게 온몸으로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에 심쿵(심장이 쿵쾅쿵쾅)하는 색다른 매력 발산은 덤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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