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합병하는 다음카카오, 영어로 새 호칭, 수평적 기업문화 주목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플라워(꽃)’가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중

다음카카오가 오는 10월 1일 합병을 한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합쳐진 두 회사가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가운데, 8월 19일 카카오 커뮤니케이션팀에게서 카톡이 왔다.

“기자님, 다음카카오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결정 사안을 메일로 전달 드렸습니다”라는 말에 얼른 카톡을 열었다. 확인해보니 ‘일하는 방식’에 대한 거창한 건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사항이었다. 바로 호칭에 관련된 문제였다.

다음카카오는 합병 이후 영어 이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호칭을 만들 예정이라 전했다. 다음과 카카오는 기존부터 호칭에 직급을 없애고 이름이나 애칭으로 불러왔다. 지금은 황 기자지만, 다음에 있었다면 인선님으로, 카카오에 있었다면 이너티(enutty)로 불렸을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썩 달갑지 않다. 지금도 홍보팀 분들을 부를 때 뭐라 불러야할지 고민이 되어 가급적 호칭을 생략하고 ‘저기요~’나 ‘안녕하세요. 황인선입니다’라며 자기소개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박 대리님’은 편하지만, ‘로이’나 ‘진영님’은 괜히 어색하고, 무례한 것 같아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사회생활에서 호칭은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예전 학교에서는 교수님,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저씨-아주머니, 옷가게에서는 언니, 식당에서는 이모만 있으면 호칭 문제는 해결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장, 차장, 부장, 대리, 사수, 팀장, 이사, 선임 등등 복잡하다.

그래서 호칭 부르기는 참 어렵다. 단어 하나에 여러 가지 의미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과 ‘님들아’는 같은 뜻이지만 와닿는 의미는 천지차이인 것과 마찬가지다.

한번은 업계 경력 15년차 이상인 하늘같은 분들과 술자리가 있어 어려움에 몸 둘 바를 몰라하고 있는데, 어느 두 달차 꼬꼬마 기자가 같은 매체의 하늘같은 부장님께 ‘부장’이라 불렀다. 순간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하지만 확실히 “부장이 지난번에 말씀하신 것처럼~”는 말에 ‘은근한 반말까기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참다못해 슬쩍 물어보니, ‘부장’이라는 말 자체에 이미 높임이 들어있기 때문에 ‘님’자를 빼고 부른다는 것. 신문사에서는 이렇게들 많이 부른다고 했다. 문법적으로는 ‘부장’이 맞는 호칭이지만, 자장면이 짜장면보다 어색한 것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카카오의 직급파괴 영어 호칭은 수평적 기업문화와 격식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자유로운 생각을 주고받기 위한 시작이라고 한다. 확실히 기자님보다는 선배가, 선배보다는 언니가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듯, 실장님보다는 승훈님에 더 친근감이 들 수 있다. 재밌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데도, 부장님과 상의하기보다 제임스가 덜 어렵다.

물론 카카오는 지금도 영어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지만, 다양한 닉네임으로 서로를 부를 회사 모습을 상상하니 재밌기도 했다. 회사 내 ‘돌아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누군가는 ‘해리포터’나 ‘아이유’ 등과 같은 닉네임을 사용할 수도 있을텐데, “해리포터, 오늘 4시에 미팅 있는 거 맞죠?”, “네. 아이유. 이따 뵐게요” 등의 대화가 오갈 것을 상상하면 왠지 오프라인 게임 정모를 하는 느낌일 것 같다.

하지만 국장님에게 내가 ‘폴’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자연스럽고 편안할까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상사는 좋은 직장상사가 될 수는 있어도, 친구는 될 수 없는 법이다. “폴, 마감할 기사 올려놨습니다. 확인 좀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어색하게 ‘부장’이라 부르는 꼬꼬마 기자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다행히도 20년차 부장님은 어려워하는 꼬꼬마 기자에게 “그냥 편한 대로 불러도 상관없다. 부장님이 편하면 부장님이라 하고, 선배가 좋으면 선배라고 해도 된다. 다른 신문사에서 그게 맞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합의를 봤다.

물론 센스 돋게(?) 대표님의 영어 닉네임이 ‘보스’나 ‘씨이오’, ‘킹’ 이런 거면 어색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다음카카오 직원들은 그럴듯한 닉네임을 짓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친한 대리님의 닉네임을 ‘데리야끼’ 같은 걸로 추천해서 아쉬운대로 ‘데리님~’하고 부르고 싶은 마음도 든다.

다음카카오는 이밖에도 이메일과 주소록, 아카이빙은 각각 다음 메일, 다음캘린더와 주소록, 다음 클라우드로 이용하고,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는 카카오아지트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건 몰라도 커뮤니케이션 채널만큼은 꽉 잡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앞으로 어떤 소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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