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의 황금기 2004년-모바일 게임의 황금기 2014년, “맛이 아닌 추억”

2004년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이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기자에게 2004년은 여러모로 힘겨운 시기였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때문이 아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였지만, 눈앞에 펼쳐진 문화의 황금기를 모른 척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가요 히트곡을 살펴보면, 성시경 ‘제주도의 푸른밤’, 에픽하이 ‘평화의 날’, 인순이-조PD ‘친구여’, MC더맥스 ‘사랑의 시’, 테이 ‘사랑은..향기를 남기고’, 장나라 ‘그게 정말이니’ 등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다. 영화도 ‘태극기 휘날리며’, ‘말죽거리 잔혹사’, ‘내 머리 속의 지우개’, ‘하울의 움직이는 성’, ‘트로이’ 등 명작이 쏟아졌다.

여기에 드라마까지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를 부르던 ‘대장금(MBC)’, “사랑은! 돌아오는거야!”라며 부메랑을 던졌던 ‘천국의 계단(SBS)’, “애기야~ 가자”를 외치던 ‘파리의 연인(SBS)’, 조류가 부러워졌던 ‘풀하우스(KBS2)’ 등 지금 봐도 설레고 신선했던 명품 드라마들이다.

물론 여기에 게임도 빠질 수 없다. 넥슨의 ‘마비노기’와 ‘카트라이더’, 조이시티(당시 JCE)의 ‘프리스타일’, 엔트리브소프트의 ‘팡야’, 엠게임의 ‘열혈강호’,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등이 출시되었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에서는 ‘바츠해방전쟁’이 발발하며 온라인 게임 문화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이처럼 2004년은 대중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주 레알겜톡의 주제는 ‘백투더 2004(Back to the 2004)’로 10년 전 게임과 당시의 모습을 추억해보겠다.

■ 맛이 아니라 추억으로 먹는 불량식품

얼마 전 기자는 10주년을 맞이한 게임을 릴레이 형식으로 특집 기사를 작성했다. 개중에는 개인적 추억이 있는 게임도 있고, 아닌 게임도 있었다. 당연히 최근에 나온 게임들이 그래픽도 훨씬 좋고, 세련됐지만 예전에 플레이 했던 게임들은 지금 플레이해도 재밌다. 2040세대에게 쫀드기, 밭두렁, 아폴로와 같은 과자는 맛으로 먹는게 아니라 추억으로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 2013년 12월 16일 진행된 유저간담회
추억의 게임 중 하나는 ‘카트라이더’이다. ‘빰~빰빰~빰 빰빰빰빰빰빰~빠라빰~빰빰~빰빰빰빰빰빰‘ 노래는 아직도 귀에 선명하다. PC방 가득히 ’띵 띵 띵, 땡!‘이란 소리와 함께 부앙 카트가 달리는 모습도 생생하다. 당시 반에서 절반 가량이 플레이할 정도로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른 ’카트라이더‘ 때문에 노랑 장갑(게임 속 등급)이 억울하게 폄하되기도 했다.

‘팡야’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는 기자의 수학 과외 선생님이자 사촌오빠와 돈독한 추억을 쌓은 게임이다. 과외 시간에 지각을 밥먹듯이 했던 그는 얄밉게도 체벌엔 엄격해서 수학 문제를 하나 틀릴 때마다 기자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때릴 때마다 ‘팡야!’라는 효과음을 내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었던 사촌오빠의 얼굴은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에는 팡야가 그냥 튀어오르는 소리를 내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명절 때 사촌 오빠의 컴퓨터를 열어보고는 ‘팡야’가 골프 게임인 것을 알았다.

‘와우’는 사촌오빠의 지각 원인 1위였다.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오빠에게 화가 나서 전화를 걸면 “어? 우리 과외시간 5시 아닌가?(나 레이드 시간이 3시였는데)”, “나 지금 출발했어(레이드 이제 시작했어)”, “오늘 삼각함수였나? 먼저 예습하고 있어(난 학카르 잡고 갈게)”, “가는 중이야(막넴이야)”이라 대답하곤 했다.

당시 중간고사에서 수학 시험 36점을 맞은 기자에게 “스트레스를 풀면서 공부해야 한다”며 와우 한 달 정액권을 손수 끊어준 오빠에게 늦게나마 감사를 전하고 싶다.

■ 수험생과 시작하는 연인에게는 암흑기였던 2004년?

문화의 황금기라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묵묵히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과 시작하는 연인들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백일도 남지 않은 지금, 2014년은 수험생들에게 험난한 해다. 동계 올림픽부터 시작해서 브라질 월드컵이 있었고, 게임 행사로는 해운대에서 열리는 롤챔스 결승전(8월 16일)과 롤드컵(9월 18일~10월 19일)이 기다리고 있다.

2004년에는 재밌는 신작들이 쏟아지며, 게임 행사는 둘째치고라도 게임을 하나씩 플레이해보는 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가벼운 스마트폰 게임이 아닌 하드코어한 온라인 게임으로 튜토리얼만 제대로 하는데 한 시간은 걸린다. 수험생이자 열혈 게이머들에게는 24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시작하는 연인들의 미묘한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한동안 페이스북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에 빠진 남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치열한 신경전이 담긴 카톡 메시지가 화제가 되었다. 주로 롤을 하는 남자친구는 죄인이며, 롤을 하는 것을 이해하는 여자친구는 천사며, 같이 롤을 한다면 최고의 여자친구로 꼽혔다.

2014년에는 롤 하나를 도저히 막을 수 없겠지만, 10년 전인 2004년에 여자친구들은 MMORPG부터 캐주얼까지 각종 장르에 포진해있는 온라인 게임들을 어떻게 막아냈을까? 지금은 “롤이야 나야?”라고 묻는다면, 예전에는 “카트라이더야, 와우야, 스페셜포스야, 나야?”라고 물었을까? 2005년의 출산율 저하가 수많은 연인들이 싸움으로 하얗게 지새운 밤(?) 때문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온라인 게임의 황금기였던 2004년을 지나, 모바일 게임의 황금기인 2014년이 절반 이상 지나갔다. 업계에서는 10년 전을 추억하며 “한국에서 다시 없을 게임 전성시대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2년밖에 되지 않은 모바일 게임의 발전 속도를 볼 때 아쉬워하기는 이르다. 2024년은 어떤 게임이 황금기를 누리게 될지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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