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세가 출시, '전설의 한국 차' 포니2 등장 시절 오버랩 새록새록

부르는 이름이야 자기 맘대로겠지만, 예전에 오락실에는 종래의 스틱과 버튼으로 구성된 기계 외에도 핸들이라던가 조종스틱이 달려있는 게임들이 종종 출시되곤 했다. 레이싱 게임 ‘아웃런 (Outrun)’ 게임 역시 그 ‘체감형 게임’이라 불리는 게임이다.

등장연도는 무려 1986년으로 한국은 한창 아시안 게임으로 전국이 들썩이고 2년 뒤 열릴 ‘88 서울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던 온 나라가 바쁘게 돌아가던 80년대 중반이다.

[야자수 길 사이로 신나게 달려보자~]
그 당시에 필자와 같은 동네 꼬마들이 합법적으로 핸들을 쥐어 잡을 수 있는 것은 오락실에 있는 이 게임뿐이었으니 이 게임의 인기 역시 대단했다. 지금 보면 튀는 도트 그래픽에 실망할 수도 있지만, 30년 전의 게임이라고 생각해 보면 대단한 그래픽이었다.

솔직히 ‘거의 실사에 가까운...’이라고 쓰기에는 차마 필자의 양심상 그렇게는 못 쓰겠지만, 실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게임의 그래픽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 1986년 우리나라에는 ‘프레스토’라는 차와 잘나가던 시절의 ‘대우’에서 ‘르망’l라는 차가 막 출시되던 시점이다. 지금도 명맥을 이어가며 잘 나가고 있는 ‘프라이드’가 그 다음해인 1987년 출시됐고, 필자의 집에는 은색의 ‘포니2’라는 차가 있었다.

[전설의 ‘포니2’]
참고로 이 차가 막 출시된 1982년에는 ‘포니2’의 공장도 가격은 배기량 1200cc기준 348만 5000원이고 배기량 1400cc의 경우 차를 출고하고 등록을 마칠 때까지 500만원 정도가 소요되었다(지금 차 가격도 이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그 당시 길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차 중에 하나가 ‘포니2’였는데 어느날 오락실에 갔더니 떡하고 놓여있는 ‘아웃런’ 게임을 보았을 때 차를 잘 모르던 필자와 같은 꼬마들도 ‘왠지 이 차는 우리 생애에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차는 아닐 것 같다’라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지닌 디자인의 차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꿈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차를 동전 몇 푼에 직접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쥐어 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고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왠지 바보 같지만, 그 당시만 해도 조수석에 앉은 금발의 미녀 따위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단지 차를 몰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옆에 멋진 연인이 함께 타고 달린다면 얼마나 즐거울까?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 외국 드라마 ‘전격 Z작전’ 기분을 내보자~!
이 게임이 출시되던 당시에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외국 드라마가 있었다. 지금 연세가 좀 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추억의 ‘전격 Z작전’이다. 무려 3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이렇게 주인과 교감하며 말하는 자동차는 나오지 않았다(이제 겨우 흉내를 내는 수준?). 차에다 ‘시리’를 연결하면 기분은 낼 수 있을지 몰라도 드라마에 나오던 차(이름이 ‘키트’)처럼 점프를 한다던가 하는 것은 아직도 불가능할 것 같다.

[원제 ‘KNIGHT RIDER’ – 한국에서 ‘전격Z작전’]
비슷한 시기에 하늘에는 ‘에어울프 (Airwolf)’가 있었다. 하늘에는 ‘에어울프’, 땅에는 ‘전격Z작전 (키트)’가 사람은 ‘맥가이버’로 인기를 얻던 시절이다. 뭐가 됐던지 필자와 친구들에게 현실이 되기에는 턱 없이 말도 안 되는 것들뿐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오락실에서 핸들이라도 쥐어 볼 수 있는 것은 ‘전격Z작전’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공격헬기 체감형 게임도 등장했는데, 필자와 같은 밀러터리 마니아 꼬마들이나 했지 다른 친구들이 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게임이었다(‘애프터버너’ 역시 필자는 미친 듯이 좋아했다).

그 당시 몇몇 어른들 중에는 ‘전격Z작전’에 나오는 차(키트)처럼 빨간 불빛이 왔다 갔다 하게 개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차가 도로에 지나갈 때 마다 ‘우와~’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혹시나 차 안에도 각종 계기판들로 가득 차 있나 궁금해서 고개를 내밀고 쳐다 본 적도 있는데, 계기판까지는 따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참, ‘전격Z작전’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말하는 자동차 ‘키트(KITT)’는 인공지능 기능과 말하는 기능을 제외한 말 한 마디 못하는 차를 살 수 있는데 차 이름은 ‘파이어버드’라는 자동차다. 시시콜콜 잔소리하는 차보다는 어쩌면 현실의 이 차가 더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 경쟁적 요소 전무....야자수 해안도로의 추억
이 게임을 ‘3D’ 게임으로 알고 계신 분도 많은데, 사실 이 게임은 ‘2D’ 게임이다. 아니 ‘2D’로 이런 시점을? 하며 놀랄 수도 있지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탑 뷰(Top View)’방식을 기준으로 보통 이런 뷰(View)를 제공하는 게임을 ‘리어 뷰(Rear view)’ 방식이라 칭하기도 한다. 또는 다른 말로..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 분은 연락 좀 부탁 드립니다).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이 게임의 특징은 현재의 레이싱 게임에 비해서 경쟁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레이싱 게임하면 무조건 남보다 빨리 달려야 하고 순위에 들어가야 하는 등의 촌각을 다투는 치열함만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 게임에서는 경쟁하면서 달릴 차도 없고 특별히 순위권에 들어가야 할 이유도 크게 와 닿지 않게 된다. 물론 정해진 시간 안에 체크 포인트를 지나지 못 하면 짤 없이 ‘Game Over’ 라는 글자를 보게 되지만, 게임의 분위기 자체가 그 당시에 흔치 않았던 오픈카를 타고 멋진 연인과 함께 야자수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 도로를 달린다는 느낌이 게임으로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이 게임이 어린 시절 필자에 크게 각인 되었는지 현재 필자는 제주도에 이사해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해안 도로를 따라 출-퇴근을 하고 있다. 필자의 동네가 제주공항 항로에 이어지는 동네이다 보니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정말 손에 닿을 듯이 낮게 날아가는 비행기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진짜 레이싱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이 게임이 꼭 생각난다. 게임의 배경과 같은 곳을 제주도 해안도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물론 필자의 차는 오픈카가 아니지만, 비슷한 기분은 충분히 낼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해서 실제로 비슷한 현실로 만들기까지 거의 30년이 걸린 셈이다.

[우리 동네 오락실에는 저렇게 안 생겼던 것 같은데?]
1980년대는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제주도 한 번 다녀오기도 여의치 않은 시절이다 보니 주변에서 저렇게 야자수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 도로를 달려 본다는 것은 내륙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고 외국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꿈 같은 일을 동전 몇 개면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

실제로 이 게임은 난이도가 꽤 있어서 필자는 한 번도 엔딩을 본 적이 없다. 물론 필자의 친구나 이 게임을 하는 형들을 뒤에서 구경해봐도 끝까지 가는 사람은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이 게임의 엔딩을 보신 분이 있으면 제보 부탁 드립니다).

■ 닌텐도에 쓴맛 콘솔 시장 퇴각 세가, 사미와 합병
이 게임을 개발한 ‘세가(SEGA)’는 게임 좀 한다 하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게임 업계에서는 유명한 업체다. 8비트 게임기부터16비트 게임기 시절 가정 내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닌텐도에 맞서 ‘메가드라이브’라는 역작을 내놓기도 했고, 오락실의 ‘아웃런’ 게임 외에 ‘애프터버너’라는 체감형 게임도 출시했다. 그 외에도 ‘행온’이나 ‘스페이스 해리어’ 등 여러 가지 체감형 게임을 많이 만들었다.

그 당시에 ‘탑건’ 영화를 본 친구라면 누구나 ‘애프터버너’ 게임에 열광했을 것이다. 세가는 한 때 가정 내 콘솔 게임기 시장에 승부를 던졌지만, ‘세가 새턴’과 ‘드림캐스트’가 의외로 성적이 저조하자 2001년 가정용 콘솔 게임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소닉’이라는 캐릭터도 왠지 ‘마리오’한테 좀 밀리는 느낌이고 이래저래 힘든 일을 많이 겪었지만, 필자가 좋아하는 게임들을 많이 만들어 낸 업체라 개인적으로 정이 가는 회사이다.

[‘SEGA’ 로고]
주식회사 ‘세가’(セガ, Sega Corporation)가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설립연도가 1940년이라는 것이다. 무려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게임 회사다. 게임인들에게 ‘SEGA’라는 업체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며 다른 회사에 비해 여러 가지 실험적인 도전을 많이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사미’라는 회사와 합병하여 예전의 그 모습을 잃어가는 듯하여 안타깝다. 하지만, 역사가 오래 된 만큼 긴 생명력으로 끝까지 살아남아 언젠가 또 한 번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를 바란다.

■ 필자의 잡소리
이 게임의 특징 중에 하나라면 이렇게 달리면서 들을 음악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 나온 게임이라면 아이스크림 이름의 열대과일 음악 서비스 등과 연동되어 최신 곡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MP3 안되니까 라디오나 듣자..]
그런데, 저 게임이 나오던 시절에는 음악이라고 하면 ‘MP3’는 고사하고 CD조차도 아직 나오기 이전의 일이다. 음악이라고 하면 LP판 시대가 지나고 자기 테이프를 재생하던 시절이다. 그런데 저 차는 라디오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요즘 제주는 여름이 한창이다.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 아래 야자수가 끝없이 펼쳐진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면서 최신 곡을 감상하는 재미에 ‘아웃런’ 게임보다도 더 게임 같은 재미를 느끼며 살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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