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차이나조이’ 취재와 홍콩 휴가 그리고 이국적 문화 속살

해외 출장은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설레하는 이벤트다. 이제 2년차에 접어든 여기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면세점의 소소한 행복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경우 e스포츠팀이 아니라면 해외출장이 크게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차이나조이’, 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스컴’, 미국에서 열리는 ‘E3’, ‘블리즈컨’, 일본의 ‘도쿄게임쇼’ 등이 있다.

기자의 경우 생애 첫 출장은 ‘차이나조이’였다. 올해도 차이나조이(7월 30일부터 8월 2일)에 두 번째로 참석했다. 이번주 레알겜톡에서는 ‘차이나조이’의 노련한 경험자(?)로서 출장을 준비하는 깨알 같은 팁을 전한다. 그리고 휴가까지 뒤에 붙여 국장님에게 뒷일을 미루고 홍콩으로 떠난 막내 기자의 패기 있는 모습을 소개하겠다.

# 1. 차이나조이를 준비하는 2년차 기자의 자세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차이나조이’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더워봤자 얼마나 덥겠어?’라는 생각에 가볍게 갔던 첫 번째 ‘차이나조이’와는 달리, 이번에는 무거운 한숨이 앞섰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까?’, ‘어떤 옷을 입어야 덜 더울까?’, ‘어떤 동선으로 다녀야 덜 더울까?’ 등등 ‘사우나조이’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짐을 쌀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해는 티셔츠와 반바지만 덜렁 들고 갔다. 그런데 함께 동석한 중국 매체가 남녀 할 것 없이 정장으로 쫙 빼입고 있었다. 안 덥냐며, 왜 그렇게 입었냐고 묻자 “중국 사람과 인터뷰를 할 때 너무 프리하게 입으면 안된다”고 살짝 말해주었다. 물론 매체 고유의 성향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을 들으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차라리 몰랐으면 지난해처럼 ‘시원함’과 ‘편안함’ 컨셉에 맞춰 짐을 쌌을 텐데.. 이번에는 여기에 플러스 ‘깔끔함’이 더해졌다. 세 개의 교집합을 찾기 위해 옷장을 한바탕 뒤집어 엎어야했다. 결국 마지막날에 엄마에게 장을 보러 가자는 핑계로 시내에 나와 파워 쇼핑을 했다.

모든 일에는 ‘아는 게 힘’이다. 올해는 비행기 티켓팅과 숙소 등을 직접 해야 했다. 다행히 여행사를 통해 쉽게 할 수 있었지만, 정보 부족으로 숙소가 행사장에서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했다는 사실을 떠나기 전날 깨달았다. 지난해에도 숙소가 멀어서 고생했던 탓에 ‘올해는 기필코 가까운 곳에 잡겠다’고 다짐했지만 무너지게 된 것. 구글 지도 검색은 필수다.

행사에 참석하기 전 ‘차이나조이’에 대한 정보를 찾으며, 어떤 기사를 작성해야할지 구상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차이나조이’ 홈페이지를 2주 전부터 들락날락거리며 뭐가 없나 고민했지만, 언어의 장벽에 부딪쳐 아쉽게도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차이나조이’ 홈페이지보다 면세점 사이트가 많은 것은 분명 기분 탓이다.

# 2. 차이나조이에 간 흔한 여기자의 하루

7월 29일 드디어 중국으로 떠났다. 비행 한 시간만에 공항에 도착해 바디랭귀지로 겨우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쏟아지는 햇빛과 여기저기 간판에 써 있는 한자, 택시 백미러에 달랑거리는 붉은 장식 등 중국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첫날은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한 후, 다음날 행사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7월 30일 ‘차이나조이’ 행사 당일,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빨간 풍선으로 장식된 입구와 수많은 사람들. 역시 ‘차이나조이’였다. B2B는 지난해보다 훨씬 화려해졌고, B2C는 규모도 커지고 사람도 많아진 느낌이었다. 여기에 부스걸의 미모도 업그레이드되어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중간에 종종 보이는 한글이나 한국 게임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추콩 부스에서는 ‘헬로히어로’와 ‘영웅의 군단’, ‘드래곤 기사단’, 쿤룬 부스에서는 ‘테라’, 공중망에서는 ‘길드워2’, 나인유에서는 ‘오디션’, 세기천성에서는 ‘프리스타일’과 ‘마비노기’ 등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캐릭터만 보고 한국 게임을 맞추는 재미도 쏠쏠했다.

바쁜 일정이었지만 나름대로 차이나조이를 즐기기도 했다. 기념품을 파는 전시관에 가서 최고로 유행한 머리핀(?)을 하나 구매했다. 사람들이 옷깃이나 가방, 머리에 너도나도 하나씩 달고 다니길래 5위안을 주고 ‘渣渣’가 쓰여있는 핀을 샀다.

물론 渣의 뜻이 ‘찌꺼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두 개가 붙어있을 경우 찌꺼기가 두 개니 ‘지저분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은 더더욱 몰랐다. 택시에서 이 핀을 달고 셀카를 50장 정도 찍었는데, 힐끗힐끗 보는 기사님의 이상한 눈초리를 나중에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 3. 뒷일은 국장님에게 맡기고 떠난 패기의 막내 기자

올해 ‘차이나조이’가 유난히도 짧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실제로 짧았다. 지난해에는 4박 5일 일정으로 갔지만, 올해는 3박 4일 일정으로 짧고 굵게 갔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행사장은 이틀만 찾아서 더위를 느끼기도 전에 ‘차이나조이’가 끝난 기분이다.

‘차이나조이’ 일정을 짧게 마치고 떠난 곳은 홍콩이었다. 토요일 오후부터 수요일 오후까지 무려 4박 5일 홍콩 휴가를 즐기기 위해 국장님에게 모든 걸 맡기고 패기 넘치게 떠난 것. 출발하기 전까지 ‘이래도 되나’ 싶어 약간의 걱정이 있었지만, 홍콩에 도착하고 나니 기대와 설렘만이 가득했다.

홍콩의 인구는 약 700만, 2014년 3월 기준으로 나라별 구글 매출 랭킹 8위를 차지하며 지난해에 비해 3계단 상승했다. 그만큼 쑥쑥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것. 하지만 생각보다 게임과 관련된 것들을 거리에서 발견할 수는 없었다. 중국의 경우 택시 의자 뒷면에 붙은 광고에서도 게임 광고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홍콩에서는 그나마 비슷한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온몸으로 깨달은 것은 홍콩과 한국은 정말 다른 나라라는 것이다. 먹는 음식도,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간도,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완전히 달랐다.

점심에 덮밥을 먹거나 얌차를 하며(딤섬 등을 먹는 것) 따뜻한 차를 마시고, 이층 버스와 페리, 2분에 한 번씩 오는 전철을 타고 다니는 그들과 얼큰한 김치찌개에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원샷하고 만원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였다.

최근 글로벌로 시장 개척에 나서는 한국 게임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임은 그 나라의 문화를 반영한다. 미국식 코미디가 한국에는 잘 먹히지 않는 것처럼 글로벌에서의 현지화는 게임의 성공을 가르는 열쇠다.

이번 ‘차이나조이’와 홍콩 여행을 통해 느낀 것은 한국 게임업계의 활로는 역시 글로벌시장에서 찾아내야 한다는 것. 물론 홍콩에서 놀고, 먹고, 마시며 살이 2kg이나 쪘고, 통장 잔고는 다시 처음으로 리셋되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휴가를 다녀오면 일을 열심히 하나 싶기도 하다. ‘더불어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해야 한다’는 진부하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얻지 못했을 깨달음이 새록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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