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환 게임테일즈 대표, 액토즈 ‘라테일 온라인’ IP 활용한 간단한 게임

기획자: “게임을 이렇게 만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개발자: “아, 멋지네요. 그래서 어떻게 만들죠?”
기획자: “네? 그건 개발자님께서 생각하셔야죠.”
개발자: “아.. 그건 지금 기술력으로 불가능 할 것 같은데요..”
기획자: “왜 때문이죠?”
개발자: “...”

프로그래밍에 대해 잘 모르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기획자와 무뚝뚝한 개발자는 견원지간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획자는 꿈을 꾸는 사람이고, 개발자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을 모르는 기획자와 무뚝뚝한 개발자가 만나면 서로를 이해 못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발을 잘 알고 있는 기획자와 상상하던 것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만난다면 어떨까? 그리고 이 둘이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한사람이라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7월 18일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액토즈소프트 사옥에서 정성환 게임테일즈 대표를 만났다.

오랜 기간 소설을 연재하며 다져진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게임을 기획하고, 몸 안에 흐르는 개발자의 피로 코딩을 하는 정 대표와 함께 7월 25일 출시되는 ‘몬스터 어드벤처 for Kakao(이하 몬스터 어드벤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글쟁이와 개발자 동시에 하며 먹고 살 길을 찾았다”

인터뷰 일주일 전, 홍보팀을 통해 정성환 대표의 프로필을 받은 기자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로필이 무려 A4용지 4장에 걸쳐 온 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임 업계에 입문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는 프로필을 읽고 나니, 한번도 만나지 못한 정 대표지만 자서전을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에게 살짝 요약해서 소개를 부탁했다. 정 대표는 “처음 게임업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친구집에 있는 애플2 컴퓨터로 ‘똘이장군’을 처음 플레이 했을 때이다. 컴퓨터에 완전히 빠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혼자 음악까지 마스터하게 되어 엑스포 게임 공모전에서 ‘유리아빠’라는 대학원생이 만든 게임의 BGM을 담당했는데 상을 타게 되었고, 그렇게 공식 입문을 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후 1998년 학비를 벌며 처음으로 게임 개발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컴퓨터 판매 업체에서 개발을 하는 조건으로 컴퓨터를 파는 독특한(?) 구조로 월급 40만원을 받으며 일했다. 그런데 낮에는 컴퓨터를 팔고 밤에는 게임을 개발하다가 틈틈이 통신을 하다 심심해서 글을 몇 개 올렸는데, 대박이 난 것. 바로 ‘색마전설’이라는 무협 소설이었다.

정 대표는 “스포츠서울에서 출간되어 글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첫 번째만큼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건 운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다시 게임 개발에 매진했다. 종종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면 여유가 있을 때 한 두편씩 쓰기는 했다. 10년동안 총 9작품을 썼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마지막 작품은 2007년 5권짜리 SF 장편 소설 ‘사일런트 테일’이다.

그는 이렇게 독특한 길을 걸어왔던 것에 대해 “40만원으로 먹고살 길을 찾아야했다.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생활이 힘들어서 아르바이트처럼 글을 쓰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요즘에는 게임에서 스토리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의견에 정 대표는 작가이자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 “요즘 모바일 RPG는 스토리를 배제하고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토 타겟팅 게임으로 바라보는 재미로 하는 게임 같다. 하지만 모바일이 발전할수록 스토리는 중요해진다. 4:33의 ‘블레이드’가 성공한 이유도 에피소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게임테일즈의 첫 모바일 게임 ‘몬스터 어드벤처’

정성환 대표의 게임을 살펴보면, 피처폰 시절부터 다양한 게임을 만들고 2008년 구름인터렉티브에서 개발한 ‘케로로 파이터’부터 2012년 ‘보노보노 온라인’, 오렌지크루 모바일 게임 ‘세븐데이즈워’의 시나리오 작업, 그리고 이번에 2014년 오픈하는 ‘몬스터 어드벤처’이다.

그는 “게임 중 대작은 없었다. ‘케로로 파이터’ 시절 40억 정도의 규모였다. 주위에서는 ‘한 100억 더 해서 화려하게 만들 수 있는데, 왜 미니멈 사이즈의 게임을 만드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실 회사에 손해를 끼칠까 걱정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40억 규모의 게임으로 60억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예전부터 조금씩 성장해왔다. 한 단계씩 올라왔다. 이제 ‘몬스터 어드벤처’를 통해 조금 더 큰 규모로 스스로를 발전시킨다면, 더 큰 세계관에도 자신있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가 몸담고 있는 게임테일즈는 액토즈의 관계사로 총 15명의 인원이 짧게는 7년~9년동안 함께 한 멤버들로 구성된 회사이다. 정성환 대표는 모바일 경험이 있었지만, 모두 온라인을 경험한 팀으로 ‘몬스터 어드벤처’가 첫 모바일 게임이다.

정 대표는 “모바일의 태생을 모르니 스케일을 크게 잡아 이를 깎아내느라 갈등을 겪기도 했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왜 줄여야하는지 스스로도 깨달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게임테일즈에서는 모바일도 하고, 파이터 게임도 프로토 타입으로 준비하고 있다.

■ “아이들은 물론 4050도 쉽게 하는 초간단 워킹게임”

장편 SF 소설 ‘사일런트 테일’과 회사 이름 ‘게임테일즈’, 그리고 신작 ‘몬스터 어드벤처’가 ‘라테일 온라인’의 IP로 만들어진 것을 볼 때, 혹시 ‘테일’이란 단어에 특별한 애착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스토리보다 ‘테일’이 설화에 가까운 의미라 소설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게임테일즈는 10년 전부터 게임 회사를 만든다면 꼭 만들고 싶은 이름이었다. 마지막으로 ‘라테일’은 우연이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운명처럼 만난 ‘라테일 온라인’의 IP를 활용한 ‘몬스터 어드벤처’는 어떤 게임일까? 정 대표는 “아케이드 디펜스 방식의 게임이다. 점프가 없고, 특별히 움직임도 앞뒤를 왔다갔다 하는 것 외에는 없다. 캐릭터와 펫을 키우고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며 스킬만 간단히 사용하면 된다”고 정말 간단히 설명했다.

그런데 사실이었다. 직접 게임을 해본 기자에게 설명을 하라고 한다면 위와 똑같이 설명할 것이다. 앞과 뒤에서 몬스터들이 하나둘 밀려오고, 캐릭터는 앞으로 나아가며 몬스터를 자동으로 처치하되, 가끔 뒤를 돌아서 몬스터를 처치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스크린샷을 얼핏 봤을 때는 런게임이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니 워킹게임(?)에 가까웠다. 템포도 빠르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볼 수 없다. 너무 간단해서 막상 어렵진 않지만, 막상 쉽지도 않은 게임이다.

‘습관처럼 점프를 누르는데, 없으니 아쉽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정 대표는 “‘쿠키런’ 등의 게임은 오브젝트를 피할 때 점프가 필요하지만, ‘몬스터 어드벤처’는 점프와 슬라이딩이 필요 없는 기능이라 뺐다. 정말 쉬워서 아이는 물론, 4050 엄마들도 금방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라테일 온라인‘의 IP만 가져왔을 뿐, 전혀 다른 게임”

그렇다면 ‘몬스터 어드벤처’는 원작 ‘라테일 온라인’을 어느정도 수용했을까? ‘메이플스토리’ 다음 세대의 RPG ‘라테일 온라인’은 10년 된 게임이다. 따라서 방대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정 대표는 “일부를 수용했다. 주인공의 친구와 동료가 고향에서 펼치는 모험에 관한 작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만들었다. 직업군과 스킬, 몬스터 등을 차용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몬스터 어드벤처’는 ‘라테일 온라인’의 IP만 가져왔을 뿐,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정 대표는 “만약 우리가 ‘라테일 온라인’을 그대로 가져왔다면 이름도 ‘몬스터 어드벤처’가 아니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라테일 온라인’의 경우 2D 스프라이트 게임이고, ‘몬스터 어드벤처’는 3D이다. 외적으로 완전 다르다. 또한 원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몬스터 어드벤처’에서는 이를 구체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기존 ‘라테일 온라인’ 유저들은 10년 전 초등학생이었지만, 지금은 30대도 많다. 여기에 6개국 이상 수출해 글로벌 유저도 보유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기존 유저들은 익숙한 그림을 보며 ‘라테일 IP를 활용했구나‘라는 것을 알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반응은 없다. 하지만 기존의 유저들의 관심과 쉬운 게임성으로 남녀노소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친김에 ‘몬스터 어드벤처’의 자랑거리 세 가지를 부탁하자, “먼저 튜토리얼 하나 없이도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는 것, 두 번째는 유료 유저와 무료 유저의 경계를 배려했다는 것, 마지막은 노력하지 않아도 게임 그대로 즐길 수 있어 ‘놀이’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성환 대표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 역시 이와 연결되었다. ‘몬스터 어드벤처’는 한 마디로 어떤 게임이냐 묻자 “‘몬스터 어드벤처’는 장난감이다. 어떤 기교가 있고, 특징이 있다는 것은 거짓말 같다. 보이는대로 가지고 놀면 된다”고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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