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출시 예정 '드레노어', 멀록-리로이-전염병-용개형 깨알 와우 10년 추억

게이머들에게 온라인 게임이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기를 꼽으라면, 아마 2000년대 초반을 추억할 것이다. 특히 2004년의 경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온라인 게임들이 탄생한 해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자유도 높은 MMORPG로 사랑받은 넥슨의 ‘마비노기’, 거대한 세계관으로 MMORPG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국민게임이 뭔지 제대로 보여준 넥슨의 ‘카트라이더’, 만화를 원작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엠게임의 코믹무협 MMORPG ‘열혈강호’, 캐주얼 스포츠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엔트리브의 골프게임 ‘팡야’, 농구라는 독특한 소재로 사랑받는 조이시티의 ‘프리스타일’까지....

다섯 번째 게임은 MMORPG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다. 2004년에 출시되어 수많은 게이머를 타임워프하게 만든 와우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라인 MMORPG에 영향을 끼칠 만큼 게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와우가 출시 이후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었고, 와우저(와우 유저)들과 어떤 역사를 그려나갔는지 살펴보자.

■ 4개의 확장팩 하지만 ”아직 한 발 남았다“, 드레노어 가을 공개 예정

와우는 지금까지 12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기록하며 당당하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 보유하고 있는 MMORPG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아니다. 2008년 와우는 전세계 MMORPG 시장의 62%를 차지했으며, '대격변' 확장팩은 출시 24시간만에 330만장, 1개월만에 480만장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와우는 10년동안 총 4개의 확장팩을 출시했다. 2004년 11월 23일 오리지널 버전이 출시되었고, 3년 뒤인 2007년 '불타는 성전'이 업데이트되었다. 이후 1년뒤인 2008년 '리치왕의 분노', 2010년 '대격변', 2012년 '판다리아의 안개' 등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었고, 2014년 가을 드디어 다섯번째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출시될 예정이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사실적인 움직임과 화려한 그래픽, 특히 '점프'가 가능한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하며 큰 반향을 불렀다. 두 번째 확장팩에서는 새로운 대륙 '아웃랜드'를 선보이며 개성 넘치는 두 '블러드엘프'와 '드레나이' 종족을 출시했다. 또한 획기적 교통수단인 나는 탈 것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리치왕의 분노'에서는 리치왕 아서스가 등장하는데, 여기서 첫 번째 영웅 직업 '죽음의 기사'가 등장하고 새로운 대륙 '노스랜드'도 새롭게 선보인다. 또한 단순한 몬스터 사냥 플레이 방식에서 탈피해 공성전차에 직접 탑승해 건물을 부수는 등의 색다른 시도를 한다.

'대격변'에서는 기존의 아제로스 대륙이 완전히 달라진다. 타락한 용 '데스윙'의 등장하며 아제로스를 불태우고, 신규 종족 '늑대인간'과 '고블린'이 합류한다. 오랜 시간 와우를 즐긴 유저들도 완전히 달라진 아제로스의 모습에 당황(?)하며 가장 획기적인 확장팩으로 꼽는다.

'판다리아의 안개'는 동양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신비로운 대륙으로 영웅 직업 '수도사'와 판다렌 종족이 추가되었다. 처음 소개되었을 때 유저들 사이에서 "갑자기 웬 팬더냐"며 당혹스러워하기도 했지만, 귀여운 판다의 매력에 곧 빠져들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곧 출시될 예정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는 과거로 돌아가 유저들은 전설의 전쟁 영웅들을 상대하게 된다. 이번 확장팩에서는 캐릭터의 외형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신규 레이드 던전, 시나리오, 주둔지 시스템 등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 1억개의 고유 계정, 244개국의 사랑, 5억명의 캐릭터 수

숫자로 보는 와우 역시 흥미롭다. 먼저 와우가 출시된 이후 체험 계정을 포함해 총 1억개 이상의 고유 게임 계정이 등록되었다. 이는 독일, 벨라루스, 스웨덴 인구를 모두 합한 것과 같다. 현재 남극과 바하마, 크리스마스 섬과 토켈라우 제도를 포함한 244개국의 사람들은 와우를 즐기고 있다.

총 900만개의 길드가 창설되었고, 가장 널리 사용된 칭호는 1위로 ‘기다릴 줄 아는 자’, 2위가 ‘젠킨스’, 3위가 ‘조교수’이다. 판다렌은 1100만명이 있으며, 이 중 망나니 머리를 한 여성 판다렌은 130만명이다. 와우에 생성된 캐릭터 수는 총 5억명으로, 미국의 인구 3.16억명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수백종에 이르는 탈것과 애완동물 중, 가장 희귀한 탈 것은 ‘천상의 칠흑빛 운룡’이며, 가장 희귀한 애완동물은 ‘작은 빨간색 잉어’이다. 매일 던전, 공격대, 시나리오를 포함해 90만개의 인던 전투가 생성되며, 전장, 투기장, 평점제 전장을 포함해 67만개의 PVP 전투가 생성된다.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이라 외치는 가로쉬는 지금까지 40만번 쓰러졌다.

■ 멀록과 리로이 젠킨스, 전염병 사건과 용개형까지.. 10년의 추억

10년의 역사만큼 쌓인 것은 게임 콘텐츠만이 아니다. 유저와 함께 만들어가는 MMORPG 장르니만큼 와우에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녹아있다.

먼저 와우저라면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옭옭옭 '멀록' 종족이 있다. 인간형과 비슷한 모습을 한 물고기 종족 멀록은 워크래프트의 슈퍼스타다. 한 개발자는 "'워크래프트3'에 등장하는 구울의 머리를 물고기로 바뀌며 멀록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멀록은 와우뿐만 아니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등 블리자드의 다른 게임시리즈까지 영향을 끼칠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각종 게임 컨벤션을 통해 판매되는 멀록 후드티와 봉제인형은 없어서 못 팔정도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기자 역시 멀록 인형을 사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와우를 초반부터 즐긴 유저라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리로이 젠킨스' 사건을 모를 수 없다. '리로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평범한 남성은 인던 공략을 앞두고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파티원들은 특정 구간을 공략하지 않고 지나가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를 몰랐던 리로이는 "리로이 젠킨스!!!!!!!!"라고 외치며 홀로 용감하게 뛰어들어 파티원 전원을 몰살하게 했다. 후에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며 2005년 후반 최고의 UCC 동영상으로 등극하는 영광을 누렸다.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도 전세계적인 스타가 있다. 바로 스타 플레이어 '용개'이다. 아즈샤라 서버에서 활동하는 용개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으로 유명세를 탔다. 주로 PVP를 즐겼으며, 당시 천대받던 직업인 '흑마법사'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동영상이 전 세계 와우저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와우를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용개형'이라 불린다. 가장 유명한 대사로는 "뭐야 00새끼야 뒈질라고. 내가 입찰한 토륨주괴 상회입찰하지 마라"와 "EE"가 있다. 지금은 2하면 홍진호를 떠올릴 수 있지만, 와우저의 경우 한번쯤은 2월 22일 2시 22분 용개의 인터넷 방송을 기다리는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와우 속 ‘오염된 피 사건’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9월 13일 최초로 발생한 이 전염병 사건은, ‘줄구룹’ 레이드 던전 최종 우두머리인 ‘학카르’의 ‘오염된 피’ 디버프가 사냥꾼 캐릭터 소환수에 감염된 상태에서 소환을 해지하며 시작되었다. 대도시 등 다른 유저들이 밀접한 지역에서 소환수를 소환하면 주변 유저들이 해당 기술에 전염이 되는 것.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접속하면 영문도 모른채 죽었다. 일부 유저는 감염된 이들을 치유하려 했고, 일부는 고의적으로 질병을 감염시키려 하는 등 다양한 행동방식을 보였다. 결국 패치를 통해 사건이 일단락되었지만, 그 후 BBC방송과 인터넷 포럼, 의학 저널 등에 실렸으며 관련 주제로 작성된 논문도 다수 존재할 정도로 게이머들과 의학계에서(?)도 유명한 사건이 되었다. 
 
■ “It's been an incredible journey so far”

이처럼 10년의 세월을 함께 한 와우에 대해 블리자드의 톰 칠튼(Tom Chilton) 부사장 겸 게임 디렉터는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며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4년 초반 와우 캐릭터 직업 및 아이템 시스템 개발을 위한 선임 디자이너로 블리자드에 합류해 우체통 시스템, 경매장, 아이템, 전투, 직업, 특성, PVP 등 다양한 게임 요소의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블리자드에 합류하기 전에는 4년동안 '울티마 온라인'의 수석 디자이너로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It’s hard to believe that it’s been 10 years since we launched World of Warcraft. There aren’t enough words in this world--or in Azeroth--to tell you how much we appreciate our players' support, and for embracing World of Warcraft in a way none of us could have imagined.

It's been an incredible journey so far, and we can’t wait until everyone gets to experience what's to come in Warlords of Draenor, whether you're a 10-year veteran or just joining the ranks for the first time. Thanks again for making this past decade an epic one, and on behalf of the whole World of Warcraft team, I look forward to sharing many years of adventure to come.”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출시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현실, 혹은 아제로스에 존재하는 그 어떤 단어로도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훌륭하게 이끌어 준 플레이어들의 열정에 감사를 표현하기엔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멋진 모험을 함께 해왔습니다. 게임을 이제 막 시작한 플레이어 뿐 아니라 10년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즐겨온 숙련된 플레이어까지 모두 함께 앞으로 출시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 군주에 준비되어 있는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되길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정말 훌륭하고 멋지게 만들어 준 여러분에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팀을 대표하여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앞으로 여러분과 더 많은 모험을 함께 하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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