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기서 ‘서유기’ 게임으로...국적-종교 넘어 재미 선사
흔히 말하는 중국의 4대 기서라 함은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를 필두로 시내암(施耐庵)과 나관중(羅貫中)의 ‘수호지(水滸志)’, 오승은(吳承恩)의 ‘서유기(西遊記)’와 함께 난릉소소생(蘭陵笑笑生)의 ‘금병매(金甁梅)’ 이렇게 네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아마도 ‘삼국지’야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이미 게임은 물론 원 저작물인 소설과 함께 애니메이션, 만화책은 물론 영화나 TV 드라마까지 지구상에 현존하는 동원할 수 있는 온갖 매체를 통해 출시되었다. 이제는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수호지’ 역시 동아시아권에서는 나름대로 유명한 작품이고, ‘서유기’ 또한 그러하다. ‘금병매’의 경우가 조금 애매한데 이는 내용 자체가 19금의 소재이기 때문이다(필자가 중학교 시절에 이 책을 읽은 것은 어디까지나 필자가 문학소년이었기 때문이다).
■ 중국(中國) 4대 기서 (中國 四大 奇書)
한참 ‘강시’의 인기가 한국을 휩쓸고 있을 무렵 온몸에 털복숭이 원숭이 한 마리가 난리를 치는 비디오를 보고 이게 뭔가 싶었지만 필자가 봤던 조잡한 그 비디오는 그 유명한 ‘서유기’라는 작품이었다. 나중에야 드라마편을 보게 되었고 점점 그 재미에 빠져들 무렵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책 역시 ‘서유기’라는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실 ‘드래곤볼'에서 주인공 이름이 ‘손오공’인 것만 빼면 ‘드래곤볼’과 ‘서유기’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이건 작품의 재해석 정도가 아니라 그냥 주인공 이름만 덜렁 빌려온 식으로 처음에는 ‘손오공’ 외에 ‘저팔계’라 불리는 놈이 나오고 ‘우마왕’ 등이 나오는 등 제법 ‘서유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내용이 계속 될수록 원판 ‘서유기’와는 그 주제나 작품의 세계를 달리하고 있다.
사실 원작 ‘서유기’의 세계를 그나마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만 따지자면 일본의 ‘드래곤볼’이라는 만화보다는 한국의 ‘날아라 슈퍼보드’가 그나마 더 가깝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도 ‘날아라 슈퍼보드’에서는 ‘삼장법사’라도 나오니까..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이 노래는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 하면 요즘 어린 친구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손오공’이라고 하면 많이 알 것이다. ‘제천대성’은 동승신주(東勝神州) 오래국(敖來國) 화과산(花果山)의 거석에서 태어난 ‘손오공’이 자신에게 스스로 붙인 호이다(요즘 게임으로 치면 닉네임 정도라고 해두자).필자와는 관련이 없지만, 현재 ‘제천대성’이라는 이름의 게임도 서비스 중이다. 실제로 게임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되었으면 한다.
■ 게임으로 만나는 ‘서유기’, 알고보니 엄청많네
게임으로 출시된 ‘서유기’는 알게 모르게 엄청 많다. 국내에서도 ‘서유기전 온라인’ 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서비스 중단 되었다(캐릭터가 참 귀엽고 앙증맞고 좋았는데..). 그 외에도 NDSL이나 PSP용으로 출시 된 액션 게임도 있고 찾아보면 은근히 많이 있다.
이 게임이 ‘서유기’라는 이름보다 ‘China Gate’라고 이름 지은 것은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각기 다르게 생긴 문을 통과하게 되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동네 오락실에서는 그냥 ‘서유기’라고만 써있었다. 아마 다른 동네 오락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기본 공격을 한 다음에는 뒤로 던질 것인지 앞으로 밀어버릴 것인지 선택 할 수 있는데, 이 경우가 참 고민이 많이 되는 것이 1P와 2P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날려 버리기도 해서 다시 쫓아가서 두들겨 주려면 꽤나 번거롭기 때문이다. 손발이 딱딱 맞는 1P와 2P가 만나면 던지고 받고 밀고 치고 하는 공격의 패턴이 꽤나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이 한결 수월하게 진행 된다. 정 반대의 답답한 상황이 되면 참다 참다 결국엔 옆에 있는 친구를 게임에 나오는 적 캐릭터 대신 집어 던지기도 했었다.
■ 의외로 짧은 플레이 시간...세번째 보스 최강
그 당시 오락실의 게임들은 대부분 슈팅이나 액션 게임 위주였는데, 장르가 어찌되었던 보통 스테이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스테이지 대신 미션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했는데 ‘Mission’은 주로 비행슈팅 게임에 많이 쓰였던 것 같다. 이 게임 역시 스테이지라는 이름 대신 ‘Mission’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이 게임은 만들다 말았는지 전체 ‘Mission’은 3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 당시 보통의 게임들이 5~6판은 기본이고 6~8 스테이지까지 있었던 것에 비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분량이다. 물론 게임의 난이도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지만, 동전이 아까울 정도로 앉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정도는 아니었다.
‘원더보이’같은 경우 타임머신만 잘 타고 노닥노닥거리면 2시간 이상도 충분히 할 수 있었고, ‘보글보글’의 경우 타임머신만 먹으면 거품만 쏘면서 하루 종일 놀기도 했다. 물론 얼마 안 가서 ‘타임머신 금지’ 라든가 ‘시계 금지’ 같은 경고 문구와 ‘위반할 경우 전원 꺼버림’ 같은 무시무시한 게임의 폭력성 테스트 같은 문구도 붙어 있었다(‘제가 한 번 전원을 내려 보겠습니다.’).
첫 번째 보스와 두 번째 보스는 의외로 쉽게 깰 수 있는데, 꼭 세 번째 보스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 게임 중간에 보스 중에 하나는 ‘손오공’ 복제품이 등장하는데, 이 놈은 점프 공격으로 엄청난 위력을 발하는 놈이다.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일명 필살기라 불리는 ‘요술(妖術)’ 공격의 위력이나 모양이 달랐기 때문에 이 필살기에 따라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되기도 했다(개인적으로 ‘저팔계’가 제일 안 좋았던 것 같다). 그 당시 주인공인 ‘손오공’을 제외하면 ‘사오정’의 인기가 높았는데, 때로는 ‘손오공’대신 ‘사오정’이 먼저 선택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오정’의 필살기는 광역 번개 공격이었는데, 그 위력이나 비주얼이 꽤나 박력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캐릭터마다 ‘요술(妖術)’ 공격의 위력은 차이가 있을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눈으로 보면 왠지 ‘사오정’의 필살기가 엄청 세 보인다. 그래서 오락실에 가면 너도나도 서로 ‘사오정’을 하려고 싸우기도 했었는데, 왜 ‘사오정’에게만 광역 스킬을 주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필자의 잡소리
중학교 시절 필자의 별명은 ‘주성치’였다. 얼굴 생긴 것이 비슷하다는 이유였는데, 사실 필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는 행동이 비슷해서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당시에는 칭찬보다는 놀림의 이유로 그렇게 불렸기 때문에 그리 달갑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국적과 종교를 넘어 재미를 선사하고 그 안에 감동을 담을 수 있는 소재로 ‘서유기’는 위대한 작품이다. 영화를 다시 보고 오래 된 게임도 꺼내 들어 보니 문득 한국의 이런 작품은 무엇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작품이 많지만 아직도 세계에까지 통용되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작품은 많지 않은 듯 하여 아쉬운 마음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 기자 gamecus.c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