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TITUS 전 방향 스크롤, ‘목타르’에서 ‘Titus The Fox’

이번 [게임별곡]에서는 조금은 특이한 사연의 게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분명 이 게임은 ‘목타르’라는 이름으로 게임의 주인공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주인공이 여우로 바뀌면서 게임 이름도 ‘Titus The Fox’로 바뀌었다.

[‘Titus The Fox’ – 내가 이 게임의 주인공.]
이 게임의 개발사의 이름은 ‘TITUS’인데, 아마도 고전게임 중에 ‘고인돌’ 게임을 해보신 분이라면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TITUS’는 사실 실존 인물의 이름으로 BC 8세기경에 전설적인 사비니 왕의 이름이다(로마의 황제이기도 하다). ‘TITUS’라는 명칭은 실존 인물의 이름이기도 하고 남자 이름으로 자주 쓰는 이름이다 보니 게임회사의 이름으로만 고유명사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회사에서 회사명이나 제품명으로 쓰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관심 갖고 있는 시계 중에서도 ‘TITUS’ 시계가 있는데 꽤 비싼 가격으로 군침만 흘리고 있는 중이다(주변에서 선물해 줄 사람도 없을 것 같은 가격이다). 시계 외에도 자전거 상품도 있고 각종 연극이나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유명한 인물이다. 셰익스피어의 'Titus Andronicus'라는 작품도 영화로 개봉되었다. 그 밖에도 모터 바이크 이름과 엄청나게 많은 상품의 이름이기도 하다.

[‘목타르’ – 얌마! 내가 원조라고!]
앞서 말한 것처럼 이 게임은 ‘목타르’라는 이름으로 주인공은 타이틀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 주인공이 여우로 바뀌면서 게임 이름도 ‘폭스(Titus The Fox)’로 바뀌어서 출시되었다.

이것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제일 신빙성 있는 설은 게임 출시 후 수출 문제로 아랍문화권과 무언가 껄끄러운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나 보다. 여우로 바뀐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TITUS’의 로고 위에 마스코트가 여우였기 때문에 여우로 바뀐 게 아닌가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여우보다는 사람이 좀 더 괜찮았는데, 실제로 ‘목타르’나 ‘폭스’나 주인공이 바뀐 것 빼고는 거의 똑같다.

이 게임은 좌우로 타이틀에 나오는 낙타와 뱀은 그대로인데, 가운데 주인공만 바뀐 기묘한 운명의 게임이다. 지금까지 나온 게임 중에 이렇게 주인공 자체가 바뀌어서 출시된 게임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한국에서 ‘여우’보다는 원제 그대로 ‘폭스(Fox)’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나중에 이 게임을 접한 친구들은 이 게임이 원래는 여우가 주인공이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얘기를 해도 허세 좋은 거짓말쟁이로 필자를 몰아세우기도 해서 더 기억에 남는다(이놈들아! 봤지! 처음에는 사람이었다니까?).

■ 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움직일 수 있는 전 방향 스크롤 게임
게임회사 ‘TITUS’는 ‘Prehistorik(선사시대)’이라는 게임으로 유명했는데, 한국에서는 게임의 원제보다는 ‘고인돌’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TITUS’는 횡 스크롤 액션 게임을 많이 개발했는데, 이번에 소개할 ‘폭스’라는 게임도 스크롤 게임이다.

[한국에서는 아마 이 게임으로 더 유명할 듯?]
다만, 기존의 강제 횡 스크롤 게임이 아니라 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움직일 수 있는 전 방향 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어차피 그 시절에는 이런 류의 게임을 다 ‘아케이드’ 라는 분류로 묶어 놓았지만..

‘TITUS’의 게임들을 보면 타 게임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데, 그래픽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무언가 진한 느낌의 색을 주로 뽑아 쓰는 것 같은데, 색상의 대비를 잘 활용하는 것 같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누구였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느낌을 좋아해서 ‘TITUS’의 게임들은 빼놓지 않고 했다. ‘폭스’게임도 마찬가지로 배경이 되는 도시는 마치 배트맨이 살고 있는 동네처럼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느낌의 다크타운처럼 묘사되어 있다.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홈리스(Homeless)’들부터 길거리의 불량배들까지 범죄도시의 온상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도시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게임만큼 신나고 재미있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등장하는 적 캐릭터를 빼고 본다면 도시는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으로 뒤 배경의 밤하늘에 별이 빛나기도 하고 멀리 그림자만 보이는 저택에 불이 켜진 창문을 보면 ‘원숭이 섬의 비밀’ Part 1에 등장하는 밤의 도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건도 집어 던질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전작들에 비해 높은 편으로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역시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보여준다. 길거리에 술주정뱅이처럼 앉아 있는 노숙자를 우습게 보다가 집어 던진 술병에 게임 오버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주인공 역시 무언가 집어 던질 수 있는데 기존의 게임들이 처음 장착한 무기를 점차 업그레이드 하는 식으로 한 번 손에서 쥐면 놓을 줄을 몰랐지만, 이 게임에서는 애초에 손에 쥐어 든 것도 없을뿐더러 게임 곳곳에 분리수거한 것마냥 버려져 있는 물체들을 집어서 던질 수가 있다. 그 중에는 ‘가스(GAS)’라 써 있는 가스통도 있는데 꽤나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게임이 과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부분은 딱히 꼬집어 말할 부분은 없고 액션(아케이드)게임이 으레 그러하듯이 적이라 생각되는 캐릭터가 있으면 때리든가 던지든가 하는 식으로 물리치는 내용이다. 그렇게 과장되게 생각하면 ‘슈퍼 마리오’가 거북이 등을 밟는 것은 너무나 끔찍한 가혹행위 아닌가?

약간은 높은 듯한 게임의 난이도로 인해 필자 역시 이 게임의 엔딩을 본 기억이 안 난다. ‘고인돌’에서는 분명 온 가족이 편히 놀고먹고 살았던 듯한 표정으로 구출하러 간 주인공(필자)의 기운을 빠지게 했지만..

[‘머리조심’ - 점프 잘 못 하면 머리 찍힌다.]
이 게임이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 중에 하나는 단순히 앞으로 달리면서 눈에 보이는 적을 물리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올라타거나 던질 수 있는 물건들을 잘 활용해야 하는 퍼즐적인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질대로 막 집어 던지다 보면 정작 밟고 올라서야 할 부분에서 낭패를 겪게 된다. 아마 이집트 피라미드 배경은 8판인가 그랬는데, 여기서는 점프의 실력이 게임의 진행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점프는 기본 점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키 입력 상태에 따라 약점프, 중점프, 강점프가 있다.

또한 스테이지 중간 중간에 일명 ‘타임머신’이라 불리던 비밀통로들이 있다. 이런 느낌의 게임들이 이 당시에 여러 개 출시됐는데, ‘매직포켓’이라는 게임도 비슷한 느낌이었다(아, 이건 사진도 못 구하겠네..). 이 게임도 상당히 이상한 게임 중에 하나로 기억하는데, 원래 다른 유통사에서 출시했던 게임이 몇 달 뒤에 다른 유통사로 바뀌면서 가격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채 출시 됐던 것이다. 물론 이전의 비싼 가격을 주고 산 친구가 씩씩거리면서 화를 내는 건 당연지사였고, 다만 중학생이던 필자와 친구는 그 당시에만 해도 지금처럼 고객지원 서비스나 이런 개념을 잘 몰랐기 때문에 어찌 할 도리는 없었다.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게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이 업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팀에서 내통하는 자가 있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게임에도 일종의 유행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느 시대에는 특정 소재의 게임이 흥하고 또 어느 시대에는 특정 장르의 게임들이 유독 많이 출시되곤 한다. 보통의 게임이 연 단위의 개발기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한다면 반대로 몇 년 뒤에 유행할 것 같은 게임들을 서로 기획하고 개발했지만, 결국 그 유행 코드가 맞지 않으면 줄줄이 패망하는 것이다.

■ 제주 밤하늘 같은 별이 빛나는 배경이 멋진 게임
필자는 밤하늘의 별을 참 좋아하는데, 최근에도 새벽만 되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핑계 삼아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러 나가곤 한다. 아마도 유년 시절에 주로 하던 게임들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많았던 것이 영향을 받지 않았나 생각된다.

[별들이 반짝반짝]
이 게임도 거의 대부분이 밤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으로 게임을 하던 시절에는 배경을 살필 여유가 없었지만, 오랜만에 게임을 다시 꺼내보니 정말 밤하늘이 멋지게 표현되어 있어서 놀랍다. 최근 제주에 살면서 놀란 점은 밤하늘에 별이 원래 저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별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게임 역시 제주의 밤하늘 같은 별들을 보여준다.

도심이 배경이든 사막이 배경이든 어디가 배경이든 간에 이 게임에서 하늘은 밤이다. 필자는 그 점이 무척 좋았다. 그 당시 그래픽 디자이너가 낮 배경을 그리기 어려워해서 그랬는지 기획 의도가 그랬는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겠지만, 밤이 주무대인 것은 잘한 선택인 것 같다. 아마도 노숙자나 부랑자들이 등장하는 게임 배경이 한낮이라면 그것이 오히려 더 암울하지 않았을까?

■ 게임보이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

[게임보이 GAMEBOY – Titus The Fox]
개발사에서는 이 게임을 그대로 썩히기에는 아까웠는지 출시한 지 거의 10년이나 지나서 2000년에 ‘게임보이(GAMEBOY) 컬러’용으로 출시되기도 했다. 10년이나 늦게 등장했지만, 하드웨어의 제약상 10년 전 PC게임보다 못한 그래픽을 보여주었다. 게임 내용도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설정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구현 당시에 여러 가지 제약 조건상 어려움이 많았었나 보다.

‘TITUS’의 ‘The Fox’는 1992년에 ‘Amiga’용 버전으로 먼저 출시된 후에 1993년에 PC용 버전과 ‘게임보이’용 버전이 동시에 출시됐다. 그때는 ‘고인돌2’도 동시에 출시 됐었던 해다.

그렇게 잊혀지는가 싶더니 2000년에 또 한 번 ‘게임보이 컬러’용으로 출시를 하는 등 ‘TITUS’는 이 게임에 애착이 많았던 것 같다. 하긴 2000년에는 ‘The Fox’만 출시 됐던 것이 아니라 ‘Blues Brothers 2000’도 출시 했지.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하긴 했지만, 정작 이 게임의 흥행실적은 한국에서만큼은 기대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정품 사용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던 것도 한몫 하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자신들만의 타이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계속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부러운 점이다.

■ 필자의 잡소리
유행을 따르는 게임 시장은 최근 스마트 폰 게임 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OO팡’류의 게임이 흥하더니 다시 ‘OO런’ 게임들이 흥하다가 카드게임들이 일어서고 ‘이제는 미드코어의 시대이다!’하고 분연히 일어섰던 수많은 지인 개발자 중에서 아직까지는 그렇게 흥한 게임이 없는 모양이다.

그나마 스마트폰 게임들은 게임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발 기간이 1년이 안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기존의 PC-온라인 게임 개발 기간보다는 짧은 개발기간으로 시대의 흐름을 살펴가며 유저와 호흡하며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는 게임들도 많다.

[결국 여친 만나러 그 고생을..]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The Fox’라는 게임이 출시됐던 1990년도에는 비슷한 게임들이 줄줄이 나왔다고 해도 상당히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이 출시되어 유저들이 선택의 폭이 넓었지만, 최근의 게임들은 하나의 흥한 게임을 줄줄이 따라가는 듯이 출시되어 게임이 유저를 선택하는 모양새인 듯하여 다소 아쉽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 기자 gamecus.ceo@gmail.com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