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현실의 특징 언어들 은밀하게 넘실넘실

성서 대신 아이패드를 든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 지난해 2월
 오덕후와 박순희, 빠와 까. 참 재미있는 구별법이다. 먼저 오덕후. 오덕 혹은 덕후로도 불리는 오덕후는 오타쿠(특정 분야나 취미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이다. 박순희는 빠순이(‘오빠부대’로 불리는 소녀 팬)를 뜻하는 인터넷 조어다.

오타쿠와 빠순이, 즉 오덕후군과 박순희양은 스타와 팬 관계에서 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원래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오타쿠는 자기 좋아하는 것에만 미쳐 배타적이고 현실도피적인 특징을 띤다. 빠순이에는 기획사의 전략에 놀아나 무조건적으로 스타를 추종하는 소녀들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빠돌이, 빠순이와 비교해 안티팬의 개념도 있다. 바로 ‘까’이다. 근거없이 무턱대고 비난하기 일쑤인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 ‘까’다. 황우석 사건 무렵 등장했다. ‘빠’(옹호)와 ‘까’(비판)로 패가 갈려 격렬하게 전투를 치렀다. 그래서 무조건 한쪽만 좋다, 한쪽만 싫다는 빠와 까는 둘 다 부정적인 뉘앙스로부터 출발했다.

최근에는 댓글이나 자기의 글에서 빠, 까 한마디를 단어 뒤에 붙임으로써 서로의 인격과 상대방의 행동을 무뇌아 수준으로 비하해버리곤 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뭐만 했다하면 빠-까로 몰고 가는 것 하지 말자’는 자성글이 나올 정도다. 

오군과 박양이 결집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의 한 네티즌은 ‘빠가 생성 -> 몇몇 빠들의 개념없는 행동이 까를 양산 -> 까들 때문에 빠들의 결속이 강해짐 -> 더욱 까가 생성됨 ->악순환’의 공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빠도 까도 자연스러운 인간성의 표출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이성적이고 계산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듯이, 다른 사람을 싫어하는 것도 이성적이고 논리적, 합리적으로만은 성립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빠, 까 라는 말을 사용함과 동시에 정상적인 대화나 토론이라는 게 성립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애플빠들이 맘에 안 들어서 애플까가 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 심형래 감독의 '라스트 갓 파더'를 놓고 심빠와 심까의 설전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놓고 벌이는 숱한 이전투구와 유사한 면을 보였다.

어쨌든 빠와 까는 꽤 독한 표현이 분명하다. 그 중간 영역이 얼마든지 많음에도 사람들을 흑백프레임, 진영논리에 억지로 몰아 가둔다. 특히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될 수 있으면 이런 단어와 논리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남을 과하게 추종하거나 지나치게 비방하는 사람은 아무리 주장이 정당하고 이유가 있다고 해도 제3자 입장에서는 그 인격이 싸구려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기나 알까. 

20110108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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