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어투의 잔혹한 공습 세종대왕도 안절부절

인터넷 은어 ‘병맛’‘열폭’을 아시나요
 
인터넷 세상에는 늘 새로운 언어가 탄생한다. 특히 온라인게임에서는 대화창을 열어놓고 서로 같은 팀이나 길드의 협조를 통해 게임을 즐긴다. 이때 빠른 대화가 필수적이다. 

이런 언어 생활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에 대한 훼손과 변형으로 나타난다. 가령 ‘쩔다’나 ‘현시창’을 기성세대가 접한 경우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할 것이다. 쩔다는 대단하다이고, 현시창은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말이다. 

이뿐이 아니다. 인터넷 은어의 한글에 대한 잔혹한 공습은 아이들의 글쓰기까지 침투한다. 말은 잘하는데 문장에는 약한 아이들, 주어와 술어를 제대로 구분 못하고, 외계어투의 문장을 남발하는 아이가 비일비재다. 

2일자 한 매체에는 지난달 한국교총이 내놓은 설문결과를 인용해 학생들의 은어 10개를 교원 455명에게 물었더니 5개 이상 맞힌 사람이 44%에 그쳤다는 보도가 나왔다. 

거기에 소개된 인터넷 은어를 보자. 병맛(어이없음, 병신같은 말), 레알(정말), 담탱이(담임교사), 열폭(열등감 폭발), 시망(시원하게 망했다). 또한 째다(허락받지 않고 빠지다), ㄱㄱㅁ?(어이없다), KIN(즐을 왼쪽으로 눕혀놓은 모양, 짜증나니 꺼져라 뜻), 려차(욕설을 뜻하는 영어단어를 자판으로 친 것), 크리(상황이 악화됨. 치명적인을 뜻하는 크리티컬의 약자), 개드립(분위기를 망치는 즉흥대사나 연기) 등도 있다. 

인터넷 게시판의 습관이 언어습관을 규정하다보니 멋대로 쓰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게 언어학자들의 공통된 지적. 일상언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앞뒤가 맞지 않은 비문(非文 )투성이가 되고 의사소통이 안돼 세대간 소통부재도 우려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게임전문 사이트 ‘플레이포럼’에도 게시판이 있다. 그리고 각 온라인게임 내엔 전투와 사냥을 할 때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한 채팅창이 있다. 플레이포럼도 그렇지만 게임사들은 선정성-폭력-욕설 등에 대한 금칙어를 마련 상시적으로 걸러(필터링)낸다.” 

실제로 온라인게임 내 채팅창은 한때 실시간으로 ‘존*, 시*, 10새*’ 등의 욕설에서부터 ‘색끈한, 빡돌아, 배떼지’ 등의 음란, 저속 표현이 난무했다. 전투와 사냥을 할 때 대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채팅창은 욕설 천국이라 할 정도로 한글 파괴의 잔혹한 현장이었다. 심지어 필터링에 맞서는 욕 사이 띄어쓰기, 숫자 넣기 등 악성 변형어까지 출몰했다. 

온라인게임 채팅창이나 포털 게시판, SNS의 소통 공간을 건전한 환경으로 만드는 것은 사용자 스스로의 몫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록되었고,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교과서에 사용하는 우수한 한글을 지키는 일은 바로 우리 민족의 얼과 각자의 인격을 지키는 일이다. 사람 됨됨이를 지키는 말글습관, 단지 한글날만의 일회성 다짐이 아니라 1년 내내 변함없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20101102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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