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지사 낸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넷 CEO

▲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넷 CEO.
[게임톡] 전세계 회원 2400만명, 하루 신규회원 5만명, 전세계 동시접속자 80만명, 회원 평균 하루 배틀 참가 횟수 25회, 회원 하루 평균 게임 시간 3.2시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밀리터리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탱크’(WOT)의 프로필이다.

이 게임은 1년 6개월 전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1년 전 북미와 중국 서비스에 이어 최근 동남아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7일 한국에 지사를 열었다. 워게이밍넷 창업자이자 현재까지 게임개발 및 운영을 총괄하는 빅터 키슬리 CEO도 직접 참석했다.

13년된 워게이밍넷이 왜 하필 이 시기에 한국에 진출했을까. 그리고 한국시장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시장 연구를 위해 여러 번 방한했다는 그는 불고기와 김치, 소주와 노래방을 좋아한다고 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월드오브탱크’를 만들었고, 한국 온라인게임 플레이어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빅터 키슬리. 그에게서 한국 진출의 의미를 직접 들어봤다.

▲ 월드오브탱크의 포스터
■ MMO 전략 게임의 선두 기업 워게이밍넷
1990년대 초반 누구나 게임 ‘워크래프트1, 2’와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시절 그도 그 게임들을 했다. 그는 “그때 나도 저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친인척을 끌어모았고, 대학 동기와 남동생을 끌어들였다. 컴퓨터를 저렴한 가격으로 맞추고 게임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워게이밍넷이 설립된 것은 1998년. 2000년 데뷔작 ‘DBA’를 비롯해 13년 넘게 게임을 직접 개발해온 이 회사의 13개 게임들은 언제나 “스마트하고 다이내믹한 플레이로, 전략게임 장르에 혁신을 불어넣는다”는 평을 얻었다. 또한 전략과 전술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특징을 통해 두뇌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략게임의 선두에 섰다.

▲ 빅터 키슬리 워게이밍넷 CEO
그가 온라인게임을 만든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워게이밍넷에서 출시한 12개 게임이 싱글플레이어 박스형 게임이었다. 하지만 4년 전 게임 미래는 온라인에 있다고 판단해 온라인게임 WOT를 개발하기로 했다.”

WOT는 러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출시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워게이밍넷의 MMO 시리즈는 모두 육해공 3부작이다. 첫 번째 게임 WOT가 탱크로 육지전투라면, 개발 중인 두 게임 ‘월드 오브 워플레인(World of Warplane)’은 전투기 전략게임이고, ‘월드오브배틸십(World of Batlleship)은 해군 전략게임이다.

그는 “한국 진출시기가 늦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온라인게임을 만들지 않아서였다. 4년 전 개발을 시작했고, 20개월 전에 첫 온라인 게임으로 출시한 WOT가 있어 이제야 기회가 온것뿐”이라고 했다.

■ WOT, 출시하자마자 각종 상 휩쓸며 선풍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에는 거대한 탱크 두 대가 전시돼 호평을 받았다. 바로 20세기 중반의 기갑전을 묘사하는 WOT의 부스였다. 많은 관람객이 처음에는 호기심에, 지나서는 재밌는 게임이라고 몰려들었다.

이 게임에는 1930~50년대까지의 독일, 소련, 미국에서 설계하고 개발한 150종 이상의 전차가 등장한다. 영국 탱크도 추가할 예정이다. 그리고 동유럽의 드넓은 벌판, 독일 소도시의 좁은 거리, 북아프리카의 찌는 듯한 사막, 아프리카 산지 등 다양한 전장 지형이 사실적으로 등장한다.

▲ 월드오브탱크 스크린샷.
▲ 월드오브탱크 스크린샷.
WOT는 출시하자마자 각종 상을 휩쓸며 ‘블룸버그’나 ‘뉴욕타임스’ 등 서방의 언론으로부터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게이머들로부터도 ‘역작’이라는 평을 얻었다. 그는 온라인게임 개발 동기에 대해 “4년 전 한국게임 ‘네이비필드’를 보고 감명 받았다. WOT는 ‘네이비필드’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느낌의 게임이다. 밀리터리 액션으로 스피드는 조금 느리지만 나이가 있는 유저, 25세 이상을 공략한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게임은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수 있다. 팀워크를 기반으로 경쟁적 PVP가 가능하다. 길드를 결성해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다른 지역을 공격한다. 전통적 턴제 전략구상이 가능하다.

요금제도 무료로 클라이언트를 다운로드하고 ‘한국형의 소액결제=부분유료화’를 택했다. 러시아나 중국 유저도 이 부분유료화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하지만 1개의 다이아몬드를 사서 모든 걸 해결하는 식은 아니다. 스킬이 필요하지 아이템이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 ‘프리미엄’은 전장에서 실력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 배틀이 끝나면 크레딧 50% 더 주는 식이다. 어린 친구는 돈은 없고 시간이 많지만, 성인은 돈은 많지만 시간이 부족하다. 그들을 위한 배려일 뿐 게임 자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못미친다는 것.

■ 여가 시간 짧게 즐기는 유저가 70% 이상
빅터 키슬리는 WOT를 재밌게 즐기는 방법으로 2가지를 소개했다. “우선 전장 순위를 매기는 경쟁 모드가 있다. e스포츠(하드코어) 유저 25~30%를 위한 것이다. 나머지 70% 이상이 일반 캐주얼 플레이어다. 퇴근 후라든가 여가 시간, 스트레스를 받을 때 등 원하는 바에 따라 20분, 3시간, 20시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에 접속할 경우 팀 선택은 무작위다. “밸런스를 맞춰주는 시스템이 있어 비슷한 실력의 팀원을 모아주는 랜덤 배틀이다. 한 개의 배틀에 2~3명이 그룹을 지을 수 있다. 아버지 친구 등 플래툰 형성도 가능하다. 저도 캘리포니아의 남동생에게 스카이프를 통해 ‘4시에 게임하자’고 전달한 후 민스크와 유럽의 친척들과 팀을 꾸렸다. 그룹을 맞추면 거기에 맞게 팀을 배치. 작은 팀을 형성해 움직이곤 한다.”

▲ 유럽지역이 표시된 월드오프탱크의 맵.
이 게임은 역사적 고증이 필요하다. 업데이트에서 역사적인 것이 아닌 것을 넣을 생각은 없는지 물어봤다. 그는 “역사적 고민과 유저의 재미, 둘 사이 고민이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이 게임은 25~35세를 위한 게임이다. 그래서 사실주의 고증을 좋아한다. 이 게임에는 톱니바퀴나 좀비 탱크가 없고 용도 없다.”

말이 나온 김에 러시아와 미국 유저의 차이가 궁금했다. 그는 “러시아 유저가 훨씬 더 공격적이고 예의를 덜 지킨다. 그들은 아군 탱크도 공격한다. 이에 비해 미국 유저들은 비공식적으로 커뮤니티에서 스스로 전투룰을 합의 본 후 진용을 짤 때 서로 양보한다.”

그가 이 게임에서 참여한 전투는 모두 8000개 정도. 가장 즐겁게 싸운 전투는 어떤 것이었을까. “혼자서 적군의 탱크를 반 이상 공격했을 때다. ‘마우스’는 독일 탱크로 무게가 180톤이 나갈 만큼 크다. 작은 집 한 채만하다. MMORPG로 치자면 앞으로 나가면서 ‘몸빵하는’ 탱커다. 아니 탱킹용 탱크였다. 탱커용이지만 탱크이기도 한 스타일이다.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적들이 모두 공격해오는 걸 막고, 탱크가 커서 계속 공격하면서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협동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 한 사람의 ‘람보’가 아닌 팀의 게임이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팀원의 노력이 더해질 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 박찬국 초대 워게이밍넷 한국 지사 대표.
■ “10년 경력 박찬국 사장 딱” 7월 국내 첫 테스트
그는 게이밍넷에 대해 소개를 부탁하는 말에 “13년 독립 스튜디오로 설립돼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면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것이다. 큰 회사에 매각 안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싱글플레이게임 밀리터리를 많이 개발해왔지만 이제 온라인게임을 개발하였고, 스스로 퍼블리싱할 실력을 갖추었다”고 말했다.

2년 전 그는 한국을 방문해 ‘파트사 회사에게 게임을 맡기자’고 생각했다.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관리 게임이 25개나 달했고, WOT할 때 이 게임을 독점적으로 퍼블리싱해볼까 생각했다. 한국 지사는 게이밍넷 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는 자회사다. 오피스, PR, 마케팅을 지원한다.

그는 “싱글 플레이업계도 퍼블리셔-개발업체 관계가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온라인게임 상에서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모델 가져가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직접 퍼블리싱을 하기로 하고, 전문가를 찾아나섰다. 그런데 10년 넘은 경력의 적합한 인재인 박찬국씨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초대 한국 지사 대표를 맡은 박 대표는 EA코리아에서 비즈니스 개발 관리 및 현지화를 총괄하고, 블리자드 코리아에서 기술 운영 디렉터 및 북아시아 지역 운영 디렉터를 역임했다.

빅터 CEO가 구상한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 한국 게임산업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한국 사업을 맡긴다”는 생각에 딱 들어맞았다. 가령 7월 중 비공개 베타서비스를 시작할 때, 다른 나라에서는 불 수 없는 커뮤니티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을 때, 한국에 서버를 별도로 구축할 때, 북미서버 이용자 한국서버 이동시, e스포츠 모드로 관리할 때, 브랜딩과 팀-지역을 찾아다니면서 대회를 열 때 박 대표만큼 적임자가 없었다.

■ ‘블리자드 배틀넷’과 비슷한 통합 플랫폼 구상중
빅터는 WOT를 “밀리터리와 게임을 접목한 것이다. 경쟁적인 요소, 군사적인 요소의 경쟁이다. 이 게임에는 1930년대 무기가 많이 나오지만 6.25 당시의 탱크도 나온다. 현대 전차와 현대식 장갑차, T90도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리즈 ‘워플레인은 내년 초에 배틀십은 내년 말에 선보일 것 같다. 현재로서는 WOT와 개발 중인 두 게임 등 3개 메이저 타이틀을 높은 수준으로 개발하도록 집중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5살짜리 소년한테 물어봐라. 헬리콥터나 잠수함, 우주도 포함시키는 게임과 걸어다니는 로봇을 좋아한다. 아이디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높은 품질의 우주나 로봇은 그만큼 투자해야 한다. 3대 타이틀에 우선 투자하고 만약 이후에 자원이 있다고 하면 그런 것도 해보고 싶다”고 희망사항을 피력했다.

그의 말 중 흥미로운 대목은 ‘블리자드 배틀넷’과 비슷한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통일성 유지하면서 한 개 계정으로 3게임 다 즐길 수 있게 하려는 구상.

▲ 월드오브워플레인.
그는 “한 개의 골드계정으로 이 세 가지 게임에 다 골드 사용이 가능하고 경험치를 이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워플레인에서 오늘 런던 전투를 치렀다. 클랜끼리 탱크와 워플레인 배틀을 벌일 수 있다. 워플레인에서 이기면 탱크 배틀 우위를 차지하고, 폭격기가 와서 정찰을 하고 폭격을 한다. 이처럼 통합해 게임을 넘나들며 이득을 줄 수 있는 장치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워게이밍넷은 전직원이 850명으로 본사가 벨로루시 민스크에 있다. 스튜디오는 200명이 워플레인을 개발 중인 우크라이나와 배틀십을 개발 중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니코시아섬 등에 있다. 밀리터리 전문 회사이니 개발자들의 밀리터리 경험이 많은지 궁금했다.

그는 “수석 게임디자이너는 2년 동안 탱크 사령관으로 활동했다. 군사와 군대, 남자는 자연스런 조합 아니냐”며 “하지만 사실적인 그래픽은 얘기가 다르다. 컴퓨터 아티스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10명이 박물관에 가고 역사 기록물 뒤지며 작업한다. 인터넷 나와 있는 것은 누구나 볼 수 있다. 박물관 지하 기밀 문서, 오래된 서적이나 기타 참고자료를 활용한다. 그걸 기초로 3D라인으로 보낸다. 3D모델, 맵핑 같은 것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워게이밍넷의 빅터 키슬리 CEO(가운데)와 박찬국 초대 한국지사대표(맨 오른쪽)
■ 벨로루시와 한국의 공통점? “미녀가 많다”
지난해 지스타 체험전시회에서 WOT는 부스의 커다란 두 대의 탱크가 이목을 끄는 가운데 한국 플레이어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는 “한국 플레이어의 WOT에 대한 점수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40~45% 더 좋게 나왔다”며 “한국 게임 ‘네이비 필드’가 워게이밍넷의 온라인게임 개발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네이비 필드’ 업그레이드 버전을 기다리는데 아직 안 나온다. 아쉽다. 그래서 3D로 배틀십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워게이밍넷 직원들도 ‘리니지2’나 ‘길드워’ 등 한국 MMORPG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며 “한국 온라인게임 플레이어 수준은 세계 최고다. 똑똑하고 빠르고, 경쟁적인 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현재 벨로루시에는 워게이밍넷을 빼면 큰 게임사는 거의 없다.

벨로루시는 한국보다 약간 작은 면적에 2차대전으로 인구의 3분의 1이 죽는 역사적 아픔을 겪기도 했다. 부존자원이 부족하지만 핵물리학자를 제일 많이 배출한 나라일 정도로 우수 인재들이 많은 나라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유사하지만 그는 가장 큰 공통점을 “미녀가 많은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어 “10kg만 빼면 나도 미남이 될 텐데, 살 빼고 한국 다녀가면 불고기, 김치, 소주 등을 마시게 돼 소용이 없다. 미남의 길은 어렵다”라며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TIP-벨로루시는?
구 소련에서 가장 서쪽에 있던 나라로 1991년 독립한 나라 벨로루시. 이 나라와 한국은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상당히 멀다. 인구 1000만명의 이 나라의 넓이는 한국보다 약간 작다. 숲과 언덕이 많고, 호수가 아름다운 이 나라는 천혜환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나라다.  과학과 산업이 집중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나라는 세계최고 교육 시스템과 컴퓨터, 수학, 물리학, 엔지니어링 분야에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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