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의 글로벌 인증, 최고의 모바일 게임으로는 '플래피버드'

사촌동생 클레맨은 20세의 건장한(?) 남자 사람이다. 외동딸로 쓸쓸하게 자란 기자에게 남동생이 얼마나 사람을 열받게 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해에 대학교를 들어가 한창 술을 마시고, 여자 친구를 사귀는데 모든 관심이 쏠려있는 평범한 남동생이지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약간의 특이사항이 있다.

그는 중국 혼혈로, 홍콩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는 글로벌한 사촌이다. 매년 한국에 와서 한국말도 어느 정도 하지만, 중국어와 영어가 익숙한 외국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언어가 완벽히 통하지 않고 문화가 조금 달라도, 매년 치고받고 몸싸움을 하며 의사소통을 한 탓에 일 년에 한번만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이다.

올해도 한국을 찾은 클레맨과 대학 생활은 어떠냐, 공부는 잘하고 있는 거냐 등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사실 클레맨은 가수 티파니와 닉쿤이 연애하는 것은 알아도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게임이냐고 물을 만큼 게임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며 게임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한 것. 이번주 레알겜톡은 클레맨 눈에 비치는 게임에 대해 소개하겠다.

#1. “누나 이거 ‘메이플스토리’야?”

먼저 가장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그가 ‘메이플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클레맨은 몸집은 조그맣지만 머리가 큰 귀요미 캐릭터들이 뛰어다니는 2D 모바일 RPG 게임을 하는 기자에게 “이거 ‘메이플스토리’야?”라고 물어봤다. 물론 아니었지만, ‘메이플스토리’가 어떤 게임인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는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지역에 걸쳐 60개국에 약 1억 명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2013년 기준). 2010년 12월 북미에서는 최고 동시 접속자수 13만 6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메이플스토리2’가 공개되며 115개의 북미와 유럽 매체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은 물론,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영상을 퍼가며 3일 만에 티저 사이트 방문자수가 20만 명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보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로 실감되지 않았다. 진짜 유럽 사람이 “Das.. bin ich!(그게..바로 나다!)”라며 매그너스의 명대사를 읊을지, 미국 사람이 “선제요(우선 제시요)”라며 다른 유저와 거래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메이플스토리’의 인기를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2. 참을 수 없는 모바일 게임의 가벼움, 최고의 게임은 ‘플래피버드’

기자가 모바일 게임을 하는 동안 액정이 닳도록 빤히 쳐다보는 클레맨에게 “한번 해볼래?”라며 스마트폰을 주었다. 간단하게 플레이 방법을 설명해주고, 스테이지1을 플레이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두 판을 내리 플레이해보고는 다시 기자에게 주었다. 재미없냐고 물으니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기자가 플레이하던 게임은 특별히 컨트롤이 필요한 게임이 아니었다. 캐릭터가 자동으로 걸어가고, 타이밍에 맞게 스킬을 눌러 적을 처치하는 전형적 한국형(?) 캐주얼 RPG였다.

그냥 스킬만 누르면 되는데 뭐가 어렵냐는 질문에, 그에게 있어 최고의 게임은 ‘플래피버드(Flappy Bird)’라 이야기했다. 클래맨은 “그래픽도 단순하고, 화면만 터치해도 되는 게임으로 쉽지만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게 바로 외쿡인 비게이머의 마인드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스마트폰 어플 목록을 쭉 훑어보았다.

눈에 띄는 것은 ‘플래피버드’를 포함해 ‘스틱맨 임파서블 런(Stickman Impossible Run)’, ‘100볼(100 Ballz)’, ‘템플런2(Temple Run2)’, ‘테트리스(Tetris)’ 등의 간단한 캐주얼 게임들이었다. 친구들도 이런 게임을 주로 하냐고 묻자 “게임을 하는 친구들은 더 다양한 게임을 하지. 아직까지 게임보이로 게임을 하는 애들도 있어. 그냥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난 지하철에서 잠깐 하거나 시간 죽이기로 게임을 하는 스타일이라 이렇게 간단한 게 훨씬 좋아”라고 답했다.

물론 클레맨은 그저 사람1에 불과하다. 즉, 전체 외국 유저의 표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비게이머로 게임에 대한 특별한 고찰 없이, 그 당시 기분에 따라 대답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의 솔직담백한 의견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 지구인에게는 각 나라 언어 이외에 월드컵, 올림픽에다 게임이 국경을 초월하는 문화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의 모바일 게임에서는 아쉽게도 한국표 게임을 찾아볼 순 없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메이플 스토리’나 ‘크로스 파이어’ ‘던전앤파이터’ 같은 유명한 게임들이 좁은 한국 안에서만 아니라 이미 글로벌에서 언어를 넘어 게임만으로 남녀노소 공감대로 만들어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 혹시라도 20세 홍콩-캐나다 비게이머 남성의 순수한(?) 의견이 듣고 싶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6월 13일까지 문의 가능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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