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상무-정상원 부사장 명강의, 스크립트 없는 세 대표의 토크쇼

레알겜톡이 한 주 밀렸다. 군색한 변명을 하자면 월드컵을 앞두고 행사가 급격히 많아진 탓도 있고, 그 중 넥슨이 ‘NDC(Nexon Developers Conference) 14’가 결정타를 날렸기 때문이다.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아침부터 저녁시간까지 빽빽하게 이어진 행사에 ‘기’를 뺏겼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조금 뻔뻔해지자면 원래 대학교에서도 강의평가는 학기가 끝나고 한 달 뒤에 한다. 그래서 이번주 레알겜톡은 NDC의 열기가 식은 일주일 뒤, ‘강의평가서’ 형식으로 마련했다.

# 강사는 교육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강의하는가?
김태곤 상무와 정상원 부사장의 인상깊은 강연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전공 교수는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NDC 14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총 두 명의 연설자가 기자의 마음을 꿰뚫었다.

먼저 첫 번째는 ‘영웅의 군단 사례를 통해 본 모바일 MMORG 만들기’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한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다. 깔끔한 경영학과 교수 스타일로 무대에 오른 그는 50분 동안 반전 매력(?)을 뽐냈다. 속사포 랩으로 유명한 가수 ‘아웃사이더’를 연상시킬 만큼 짧은 시간동안 많은 내용을 전달해 기자들을 멘붕(멘탈붕괴)에 빠트렸다. 그대로 받아 적으니 정확히 A4용지 5장이 나왔다.

문제는 ‘영웅의 군단’을 서비스하며 느낀 생생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은 알찬 내용으로 어느 한 부분을 잘라내기가 참 애매하다는 것. 보통은 기사가 A4용지 2장 정도가 부담 없이 읽기 적절한 분량인데, 이는 2배가 넘어가니 난감했다. 결국 넉 장 반이라는 엄청난 분량의 기사를 송고하게 되었지만, 긴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반응이 좋았다.

또 한 명은 바로 정상원 넥슨 신규개발총괄부사장이었다. 그는 ‘택티컬커맨더스, 그 시작과 끝’이라는 주제의 세션을 진행했다. 사실 기자는 ‘택티컬커맨더스’란 게임을 알지 못했다. 또한 개발적인 이야기가 많아 강연 자체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처음 정 부사장이 무대로 올라와 인사를 건네자,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은 환호를 보내며 “사랑해요!”라고 외치기까지 한 모습 때문이었다. NDC 14 기간 들은 12개의 강연 중 이런 열렬한 반응은 딱 정상원 부사장의 세션 하나뿐이었다.

# 강사는 강의 준비를 성실하게 했다고 생각하는가?
김정주-오웬 마호니-박지원 대표의 토크쇼

NDC 14의 첫날, 가장 핫이슈는 아무래도 김정주 NXC 회장과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가 자리한 ‘게임회사 CEO의 역할?’ 토크쇼 형식의 솔직 대담무대였다.

적나라한 자아비판은 물론, “넥슨은 개발은 안하고 인수합병만 하나?”, “10년간 게임이 없었다” 등 돌직구도 서슴지 않고 이어졌다. 판교 공공지원센터 국제회의장 좌석을 채운 600명의 청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박지원 신임 대표는 진땀을 흘리며 “지금 이 상황은 스크립트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말 스크립트가 없었을까? 박지원 대표는 이틀 후 미디어 간담회에서 “원래 준비된 스크립트는 있었다. 하지만 김정주 회장님 스타일을 볼 때, 스크립트대로 진행되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정말 돌발 질문을 던지셔서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가 쓴 ‘궁정인’에 등장하는 단어다. 신경 쓴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무심함을 뜻한다. 세 대표의 세션이 철저히 계산된 빈틈이었는지, 진짜 빈틈투성이였던 건지 진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진실이 어떻든 ‘좋은 빈틈’이었다. 김정주 회장은 ‘은둔형 CEO’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한 말솜씨와 리액션을 자랑했다. 지난해 제주 컴퓨터박물관 개관 기념식 행사에서 10년 전 ‘바람의 나라’ 주역과 토크쇼MC를 화려하게 데뷔 이후 농익은 MC 사회 솜씨를 뽐냈다. 박지원 대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만큼 솔직한 대답으로 화답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 판교에서의 첫 번째 NDC, 스마트한 질의응답 눈길

이번 NDC 14의 장소는 판교로, 20년만에 가진 넥슨 사옥과 인근 건물에서 진행되었다. 넥슨 직원들은 몰려드는 방문객이 짜증났을지도 모르겠지만, 방문객 입장에서는 신선했다. 비록 교통이 좀 불편하고, 유난히 날씨가 더워서 힘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출근하는 사람 빼고 판교에 올 일이 얼마나 있을까? 게임업계 종사자라고 해도, 회사가 구로나 강남에 위치한 경우 아직까지 판교에 못가본 사람이 수두룩하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판교에서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게임즈,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등 회사들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게임업계 입문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NDC 14의 이색적인 질의응답 실험도 빼놓을 수 없다. 질문자가 손을 들고, 강연자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지목하는 것은 구식이라고 강변하듯 ‘스마트한’ 질의 응답이 선보였다.

강의 중 QR코드를 통해 들어간 사이트에 질문을 바로바로 올린다. 강연 후에 질문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강연자가 질문을 골라 대답할 수 있었다. 질문하는 사람 역시 몇 백 명의 시선을 받으며 용기를 내지 않아도 물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싶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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