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12. 김광삼 ‘진부한 게임의 탄생’

[한경닷컴 게임톡 창간 2주년 새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12. 김광삼

드디어 한경닷컴 게임톡 ‘인디 열정사랑방’이 열렸다. 창간 2주년을 맞아 예고한대로 당대 내로라하는 개발 독립을 꿈꾸는 재야 개발자 고수가 칼럼진과 기획진을 구성했다.

필진은 김성완 부산게임아카데미 교수를 비롯한 박선용 인디게임 스튜디오 터틀 크림 대표, 장석규 도톰치게임즈 대표, 전재우 인디게임개발자그룹 GameAde 운영자, 국내 최초로 인디개발자 총회와 지스타 인디게임전시회를 개회한 이득우씨, ‘별바람’으로 유명한 김광삼 청강대 게임학과 교수다. 그 열두 번째는 김광삼 교수가 ‘기술없는 아이디어는 몽상이다’를 집필해주었다. [편집자 주]

게임개발에 처음 입문하는 많은 지망생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기존의 게임은 너무 진부하고 뻔하다"
"내가 기존 게임들보다 훨씬 재밌는 게임을 만들 자신이 있다"
"내게 정말 굉장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걸 만들면 대박날 거야!"
..등등 몇가지 패턴으로 자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그 친구들이 진부하다고 말하는 기존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들 역시 상당수가 게임 개발에 입문할 때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으며 마찬가지로 자신감과 꿈을 가지고 게임 개발을 시작하곤 했다.

그럼 어째서 결국 만든 게임들이 진부한 게임이 되었을까? 아니, 애초에 그들이 꿈꾸는 게임은 정말 참신한 거였을까? 그리고 정말 참신했다면 어째서 결국 만드는 게임은 진부한 걸까?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게임 업체들의 경우라면, 게임 회사는 게임을 통해 수익을 내어야 회사가 운영되고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월급을 받고 차기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개발하는 게임에 "상업성"을 고려해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이는 결국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에 게임이 한정하게 되고, 결국 나오는 게임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인디라면 어떤가? 정말 모든 자유로운 인디게임들이 참신하고 굉장히 재미있는가? 일부 게임들은 정말 독특하고 멋진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상당수의 게임들은 그다지 참신하진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새 기술을 연구해내어 그걸로 새로운 게임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낸 '포탈2'
심지어 그러한 참신한 게임 역시 기존의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는 장르화된 게임의 틀 내에서 어느 정도 시스템과 요소들을 비틀어서 그 게임만의 독특한 테이스트로써 마무리해 낸 경우가 많다. 즉, 의외로 뼛속까지 새로운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거다.

그러니까 당신이 가진 그 "아이디어"야말로 기존에 없는 뭔가 놀랍고 재미있고 새로운 아이디어이므로 만들기만 하면 틀림없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둬야 하는 것은 기존 게임들이 그런 모양이 된 이유를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어쩌면 그 게임들은 피할 수 없이 그런 모양이 된 것은 아닐까?

아이디어와 실질적인 결과물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실지로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라는 부분이다.

초보자가 많이들 간과하는 요소로, 우리가 자유롭다고 해서 뭐든지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심지어 초일류급의 프로그래머라도 이러한 제약은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게임 내의 모든 NPC들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자기들끼리 사회를 이루고, 플레이어는 대화를 마이크를 통해 그들과 이야기하며 인간처럼 대화한다. 플레이어가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면 다른 누군가 질투하기도 도와주기도 하고, 정해져 있는 흐름이 아니라 리얼하게 인간관계와 대화가 이어질 수 있다면?

RPG 등에 시공간 게이트 같은 걸 만들어서 과거에 뭔가 행동을 하고 물체를 옮겨두면 이 영향이 미래의 시간에 영향을 끼쳐 세계가 다양하게 변화하여 분기되는 게임에 플레이어들과 NPC의 여론에 따라 자유롭게 세계관과 역사가 분기되어 나간다거나..

뭔지 몰라도 멋져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현 시점 기술로 이걸 "제대로"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다.

특히 정해져 있는 대사나, 분기 루트 없이 자연스럽게 나비효과를 시뮬레이트해서, 세계관과 퀘스트, 역사 등이 자동 생성되고 분기되는 시스템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거기에 다중의 유저에 의해 서로 중첩되고 이어지는 평행 우주 같은 게 만들어지면..

즉, 우리가 실지 게임을 개발할 때에는 그러한 아이디어가 구현 가능한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정말 그런 기술이 있다면 우리가 그걸 만들 수 있느냐 역시 현실적으로 중요하다.

만들 수 없는 아이디어는 그냥 "몽상"일 뿐이다.

그리고 현재 알려져 있는 기술, 일반적인 기술들을 사용하여 게임을 만들면 아마도 진부하다고 생각하던 그런 게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결론으로 귀결되곤 한다. (그럼에도 참신하고 새로운 게임을 종종 나온다는 것은 나름 굉장하다!)

더욱이 인디 게임 개발자는 보통 큰 자본 없이 개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대규모의 팀을 갖거나 초일류급의 프로그래머를 가진 경우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기술과 규모가 아닌 "아이디어로 승부해야한다" 라고도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의 지식이 없을 경우 그 아이디어마저 무용지물이 될 때도 많다.

즉, 인디 게임 개발자라면 어느 정도의 기술적인 지식은 필수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기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더욱 막강하다(인디 개발자가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면 기본적으로 모든 면에서 유리해진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참신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하고 있다면 반대로 이러한 방향도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새로운 기술을 연구해내어 그걸로 새로운 게임적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포탈의 경우가 이러한 방향성으로 개발된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새로운 것은 항상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항상 공부하고 항상 노력하자.

한경닷컴 게임톡 김광삼 객원기자 byulbram@ck.ac.kr

■ ‘별바람’ 김광삼은?

1983년 초등학교 4학년에 게임개발을 시작하여 1991년 ‘호랑이의 분노’로 데뷔, ‘호랑이의 분노2’, ‘푸른매’, ‘그녀의 기사단’, ‘혈십자’ 등을 개발하며 한국 ‘인디 게임계’의 슈퍼스타 중 한명이다.

의대 출신으로 의사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인디 게임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하이텔 게임제작 동호회 대표시삽, (사)한국게임개발자협회 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별바람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40대 현역 인디 게임 개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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