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마다 글 노동자로 만 1년...출가 감행 1년 간 즐긴 게임 강추

이번 ‘게임별곡’은 필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52회차다. 정말 52회까지 글을 쓸 수 있을지 필자 스스로도 궁금해 했지만, 결국 52회차까지 글을 쓰고 있다.

보통 1주일 단위의 일의 경우 52회차라는 것은 곧 ‘1주년’이라는 의미다. 이번 52회차가 ‘게임별곡’ 글을 쓴 지 1주년이 되는 시간이다. 그 때문에 이번 주제는 필자의 인생에서 1년 가까이 했던 게임들을 주제로 써보았다.

기억나는 몇 개의 게임이 있지만, 그 중에 ‘랑펠로’라는 게임은 이미 앞에서 소개를 했고 이번 시간에는 비교적 최신 게임인 ‘C&C(Command & Conquer) Red Alert’(이하 C&C)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참고로 1년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편집부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 본의 아니게 출가하게 만든 ‘C&C’

[COPYRIGHT 1996, 1997]
이 게임은 1995년 시리즈 1편이 발매된 이후로 계속해서 많은 시리즈를 출시하였는데, 그 당시 레어 장르에 속하는 ‘RTS’ 게임 중에서 최고의 게임이었다. 개발사인 ‘웨스트우스 스튜디오(Westwood Studio)’는 이미 그 이전에 ‘듄(Dune 1, 2)’이라는 게임을 통해 ‘RTS’의 가능성을 입증해 보인 명품 게임 개발사다. 그런데 ‘Red Alert’ 이후로는 그렇다 할 성과를 낸 게임이 별로 없어서 게임사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은 없다는 의미)’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하는 안타까운 개발사다. 그래도 게임세계에 족적(足跡)을 남겼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인가?

이 게임은 필자가 1997년 당시 접하게 되었는데, 이제 막 대학교에 입학하여 그 동안의 이도 저도 아닌 청소년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성인의 문턱에 입장하게 될 때다. 최근 ‘응답하라 1994, 1997’ 드라마도 필자의 시대를 소재로 하여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그 드라마에 나왔던 시절에 1년 가까이 했던 게임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C&C’이라는 게임이다. 그런데 1997년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필자가 1년 가까이 게임을 했다는 것은 휴학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라는 말처럼 ‘학교에 간 날들보다 학교에 가지 않은 날이 더 많다’라는 의미이다(그 이후에 받아 든 성적표를 끝내 집에 가져갈 수 없었다).

[그 당시 인기 있었던 ‘세진 컴퓨터’]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97년에 필자는 ‘Windows 95’도 돌리기 벅찬 구석기시대의 컴퓨터를 쓰고 있었는데, 필자의 친구 중 한 명이 거금을 주고 ‘세종대왕’이라는 이름의 ‘세진 컴퓨터’를 구매하였다(정확히는 필자의 친구 부모님께서 구매 하셨겠지).

이때쯤이 이제 막 3D 게임들이 유행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당연히 필자는 친구의 컴퓨터를 강제로 빌려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 당시 필자는 집에서 통학을 했었고, 친구는 자취를 했었는데 이놈의 컴퓨터를 빌려(뺏어) 쓰다 보니 집에 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날이 많았고, 차가 끊기는 날은 외박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이 하루 이틀 되다 보니 점점 옷가지나 세면도구들이 친구 자취방으로 옮겨지기 시작해서 불과 얼마 안되어 필자는 친구의 자취방에 기생하듯이 얹혀사는 꼴이 되었다.

그렇게 집에서 본의 아니게 출가를 하게 만든 원인이 바로 이 ‘C&C’이라는 게임 때문이었다. 이 게임이 어찌나 빠져들도록 재미있었는지 학교 가는 것도 잊고 게임에만 몰두하다 보니 어느 날은 해가 너무 쨍쨍해서 학교에 가기 싫고, 또 어느 날은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학교에 가기 싫고, 어느 날은 바람이 불어서 가기 싫고.. 그 이유도 일관성이나 타당성은 찾아볼 수 없는 옹색한 핑계만 대도록 만든 게임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필자를 한탄하고 계몽하려던 또 다른 친구 녀석도 가을쯤에 ‘디아블로1’에 빠져 들어서 필자와 같은 부류가 됐다는 사실이다. 이놈아 그래서 옛 어른들께서는 초록은 동색이고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 묵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는 뜻)’ 이라 했다.

어쨌든 이러나저러나 찬란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집에 가기에는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던 우리들은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다음 해에 모두 ‘군대’라는 또 다른 2년제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이거 학점 인정 안 해줘요?).

[한때 무료배포하기도 했었다.]
■ ‘병맛’ 같은 스토리보다 게임 내 시스템 정교함 경이
[어? 왠지 너무 맘에 들잖아..]
‘C&C’라는 게임을 미치도록 재미있었던 이유는 ‘병맛’ 같은 스토리에 있다기보다는 그 스토리를 풀어나가기 위한 게임 내 시스템이 참으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어필했다.

아인슈타인이 타임머신 발명에 드디어 성공하여 과거로 돌아가 독일의 히틀러를 제거하여 2차 세계대전의 인류 최대의 참극을 막으려 하다가 흔히 과거로 돌아가서 뭔가 일을 저지르면 항상 꼬이게 만들어져 있는 영화의 스토리처럼 애초에 계획한 일이 뭔가 꼬이게 되어 생각지도 않은 소련이 세계정복에 나서게 된다는 스토리. 이 스토리는 좋게 말하면 참신하고 나쁘게 말하면 ‘병맛’ 같다. 하지만 그 스토리를 풀어나가기 위한 게임 내 시스템이 참으로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다(지금 젊은 학생들은 ‘소련’ 이라는 국가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실제로 현재의 ‘RTS’ 게임들의 대부분의 시스템은 이미 ‘C&C’ 초기에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게임 내 구성 요소의 많은 부분에 있어 연출 방식이나 미션의 구성 방식이라던가 게임 내 인터페이스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C&C’은 사실 본격 시리즈편이라기보다는 1995년에 출시한 ‘C&C (Command & Conquer) Tiberian Dawn’의 외전에 해당하는 것으로 ‘C&C’는 ‘타이베리안 시리즈’와 ‘레드 얼럿 시리즈’, ‘제네럴 시리즈’ 등으로 나뉜다.

‘타이베리안 시리즈’는 ‘타이베리안 돈 (비밀 작전)’, ‘타이베리안 선 (파이어스톰)’, ‘타이베리움 워 (케인의 분노)’, ‘타이베리안 트와일라잇’ 등이 있고, ‘레드 얼럿 시리즈’는 ‘레드 얼럿’, ‘레드 얼럿 2’, ‘레드 얼럿 3’ 등이 있다. ‘제네럴 시리즈’는 ‘제네럴 (제로 아워)’, ‘제네럴 2 (개발 취소)’가 있는 등 본편 외에도 다양한 버전이 출시되었다.

그 중 필자가 1년 가까이 했던 게임은 ‘C&C (Command & Conquer) Red Alert’ 으로 전편에서 ‘GDI’와 ‘NOD’ 세력간의 전쟁으로 게임이 진행되었던 것에 비해 ‘Red Alert’에서는 새롭게 소련과 연합군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게임의 미션은 단순하게 난이도만 점점 높여가는 식의 구성이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미션이 주어지는데, 공병(파괴 임무), 스파이(첩보), 침투 등 지형과 지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게임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그 당시 486에서 펜티엄으로 넘어가던 과도기를 지나 거의 펜티엄급 컴퓨터를 쓰던 시절에 ‘Red Alert’ 게임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하드 디스크에 깔아봤을 정도로 필수 게임에 속했다.

다만, 게임에 등장하는 무기 시스템은 다소 밸런스 설정에 실패한 듯하다. 실제로도 필자의 경우 소련군을 선택하면 주구장창 ‘맘모스 탱크’만 뽑아댔고, 연합군을 할 경우에는 ‘순양함’만 뽑아 댔는데, 단일 병기 하나만 줄창 뽑아도 그것만으로 승리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Red Alert’을 실행한 다음에, 흡족할 만큼의 ‘맘모스 탱크’를 뽑아 지도 가득 채울 때쯤이면 어느덧 늬엿늬엿 해가 지고 있었다. 그 때쯤 학교에 다녀온 필자의 친구는 오늘은 몇 판이나 했냐고 물어보면서 필자를 타박했지만, 이 친구 역시 ‘디아블로’ 친구와 마찬가지로 그 해 겨울에 ‘스타크래프트’에 빠져들면서 다 같이 나락으로.. (그래! 친구야 인생에 있어 뭐 하나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진 않아! 다만, 뒷감당은 알아서..)

■ 게임의 개발사 ‘웨스트 스튜디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인생을 참으로 고단하게 만든 명작 게임을 개발한 ‘웨스트 스튜디오’라는 회사는 1985년에 설립 된 꽤나 유서 깊은 회사이다. 설립된 곳이 조금 특이한데, 미국의 라스베가스다(아무래도 동네 분위기가 영향을 주었던가?).

처음부터 회사가 잘 나가지는 않았고, 대부분의 유명 게임회사가 그러하듯이 마치 정해진 각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이 회사도 초기에는 다른 회사의 외주 업무를 많이 진행하였다. RPG 게임을 많이 개발하던 ‘SSI’의 외주나 ‘EA(Electronic Arts)’의 외주를 받기도 하였는데, ‘C&C’의 개발로 단숨에 명작 게임 개발사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드벤쳐 게임 ‘키란디아의 전설’]
‘웨스트 스튜디오’라는 회사는 워낙에 ‘C&C’로 유명해서 그런 게임들만 개발한 줄 아는 분들이 있는데 의외로 ‘키란디아의 전설’과 같은 말랑말랑한 게임도 개발하였다. 필자도 ‘원숭이 섬의 비밀 2’와 함께 ‘인디아나 존스 4’ 등의 어드벤처 게임을 할 때 비슷한 시기에 ‘키란디아의 전설’도 참으로 좋아했던 게임 중에 하나다(세 게임 모두 전체적인 그래픽 느낌이 비슷하다).
이렇게 승승장구 하던 회사는 어쩜 그렇게 다른 유명 게임 회사의 스토리와 비슷하게도 기네스 북에도 등재될 만큼 많이 팔리고 잘 나가는 게임을 만들어놓고도 1998년 지금의 ‘EA’에 흡수합병 되었다. 결국 2003년 4월에 그 이름도 사라지고 기존 ‘웨스트 스튜디오’ 인원은 ‘EA’에 의해 흡수되거나 정리 된 비운의 역사를 갖고 있다.

참고로 홈페이지도 ‘EA’에 정리되어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다만, ‘ftp://ftp.westwood.com/pub/’ 라는 FTP는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데, 다양한 자료들을 구경 할 수 있으니 한번쯤 가서 보시기 바란다(익명으로 누구나 접속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뭔가 오밀조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것 같은 느낌]
‘Red Alert’ 게임과 비슷한 시기에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있었지만, 필자는 밀리터리 마니아였기 때문에 판타지를 소재로 한 ‘워크래프트’보다는 ‘Red Alert’ 게임을 더 좋아했다. ‘RTS’장르의 대표적인 게임들이지만, 그 구성은 두 게임이 서로 달랐는데,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리한 자다.’라는 말을 놓고 본다면 승자는 ‘블리자드’였다고 본다.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블리자드’ 게임들의 특징 중에 하나는 사용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Mod’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맵 에디터’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게임의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백인백색(百人百色)의 입맛을 맞춰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분명히 큰 이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현재 웹 게임 형식으로도 즐길 수 있다.]
현재 ‘C&C’의 또 다른 버전인 ‘Tiberium Alliances’는 ‘https://www.tiberiumalliances.com/home’에 가면 웹 게임 형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필자도 어려움 끝에 가입까지 하고 정보를 입력한 뒤에 게임을 시작했지만, 예전만큼 쉽게 게임이 진행되지 않아서 예전의 재미는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게임 홈페이지 하단에 ‘웨스트 스튜디오’라는 이름 대신 ‘© 2014 Electronic Arts Inc. All Rights Reserved.’라는 표기만이 시절이 바뀌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 필자의 잡소리
한 때 필자의 인생을 궁지로 몰고 간 문제의 게임이었고, 결국 현실 세계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어 군대라는 도피처를 선택하게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한 게임이지만, 여전히 그 게임의 재미는 유효하다. 옛 향수를 느끼고 싶은 분들은 아이패드용으로도 출시되어있으니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겨보시기 바란다.

[아이패드용으로 새롭게 출시!]
역시나 이런 명작 게임들을 볼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유독 한 장르나 하나의 플랫폼에 너무 치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국내 게임 개발의 역사를 함께 뒤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게임들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새벽에 글을 쓰다 말고 다시 게임에 빠져들어버린 필자는 이제 더 이상 도망 갈 군대를 다시 갈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한경닷컴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