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 한국대표 취임 80일 “역시 한국은 e스포츠 메카”

“미국 이외 처음으로 열리는 롤드컵, ‘e스포츠 메카’ 한국에서 대박 느낌 딱 옵니다.”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 LOL)은 글로벌 게임계에 흥행 아이콘이다. 특히 롤드컵(월드 챔피언십)은 최고 권위의 롤 e스포츠대회다. 오죽하면 축구의 월드컵을 비유해 ‘롤드컵’으로 불릴 정도다.

올해는 롤드컵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월드컵(브라질, 6월 13일 ~ 7월 14일)이 열리는 한 해에 개최된 점과 미국 이외 지역, 특히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 패치만 했다하면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점검해버리는 괴력의 게임, 무료게임을 선언해 한국 게임 수익을 롤백(강제로 되돌림)시켜버린 게임, 지금 함락되지 않은 철옹성을 구축하며 글로벌 게임계에 흥행 아이콘....

지난 1월 한국지사 총괄로 취임해 80일을 맞은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이사를 만나 롤의 매력과 롤드컵 준비, CEO로 달라진 점 등을 들어봤다.

■ “세계 최고 한국 플레이어의 열정, 이제 글로벌 공감으로”
‘초보 CEO’ 이승현 대표에 말 트기 질문. 취임 80일이 되었는데 달라진 점은? “기자를 만나게 되는 것부터 달라졌다. 그동안 1:1 문의를 듣거나 게임 로컬라이징 맡는 등 디테일을 해왔다. 이제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전체를 봐야 해 책임감도 확실히 느끼게 된다.”

지난 1월 16일 그는 라이엇게임즈 한국지사 총괄로 선임되었다. 그를 한국 대표로 선임을 한 것은 의미가 각별하다. 올해는 미국 이외 ‘롤드컵’을 한국에서 열려 한국 e스포츠 팬들도 기대가 크다. 기존 오진호 대표는 해외사업 총괄 매니징 디렉터 집중하기로 업무조정이 되었다.

2009년 10월 전세계 게임계에 런칭(한국 서비스 시작은 2011년 12월)된 이후 롤은 이제 글로벌 게임계에 흥행 지존 아이콘이 되었다. 특히 ‘롤드컵’은 꿈의 무대다. 2014 시즌 롤드컵 개최지로 한국이 선정되었다. 한국이 e스포츠 분야에서 가지는 높은 위상과 많은 LoL 한국 팬들의 성원과 관심이 작용했다.

“월챔(그는 롤드컵 아닌 월챔이라는 말을 썼다)이 미국 외에서 처음한다. 월챔(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굉장히 뜻이 깊다. 해외에 나가보면 누구든 한국을 ‘e스포츠의 메카’라고 생각하고 있다. 뭐랄까, 월챔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축구가 브라질에서 열리는 것과 똑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라이엇코리아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월챔을 잘 치르는 것이다.”

준비 상태는? “최종 결선을 몇 강으로 정할지, 지역은 등 어디로 할지 고민 중이다. 시기적으로 인천 아시안게임도 있어 일정을 확정할 때까지 여러 가지를 배려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대회 흥행을 위해 우선 “올림픽을 생각하면 되지만, 지역적으로 하면서도 글로벌과 로컬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한국 플레이어들이 열정을 보여주고 자랑스러워하는 대회로 만들겠다. 글로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가면 역대 월드컵만큼 성공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좋아하는 롤 캐릭터는 정글 ‘자르반4세'...직원들과 함께 즐겨”
‘롤’의 한국 대장이 된 그가 롤의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뭘까. 그는 “원래 정글 ‘자르반4세’다. 원딜로 바꿔 ‘시비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요즘 게임 시각을 정해두고 한다. 어제도 한 판했다. 직원들하고 많이 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승현 대표는 SK텔레콤을 비롯해 리드스톤 투자자문 및 NHN 등을 거쳐 2013년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했다. 그동안 전략, 사업 등의 분야 및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투자와 인사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라이엇게임즈 합류 이후는 대외 및 운영, 서비스 총괄 상무로서 적극적인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및 플레이어 서비스, 게임 경험의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 등을 주도했다.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좋아한다. 엔터쪽도 많이 했고, 한게임도 있지만 네이버가 갖고 있는 것을 매일 접했던 것도 문화다. 게임도 새 영역은 아니었다.”

기억에 남는 게임은? “어릴 적 이사를 갔는데 아빠가 팩맨 노란색 게임보이로 하는 게임을 사줬다. 처음 친구도 없을 때 같이 하면서 친구 사귈 때 유용했다. ‘올림픽 제비우스’ 등 야구축구 오락실은 다 섭렵했다.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도 제 게임 목록이다.”

롤의 매력을 하나만 꼽아달라고 했다. “롤은 혼자 잘해서는 되는 게임이 아니다. 친구 다섯 명과 팀워크와 협동심을 기를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도 편먹고 맞춰가며 하는 재미가 있다. 시네마틱이나 동영상 등 훨씬 내가 좋아하는 챔피언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확장시키는 엔터테인먼트의 경험을 주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이 매력이라 생각한다.”

■ e스포츠는 경험의 생태계...30년 이상 즐기는 게임 만들겠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e스포츠 종목인 ‘롤’은 좋든 나쁘든 사회적 역할을 부여받는다.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돈을 벌고 못벌고 의미가 아니다. 롤은 가장 특징이 ‘팀’ 경기라고 생각한다. 팀이 스포츠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다가 ‘아 저 챔피언을 해봐야겠다’며 생각이 든다. 그 자체가 프로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면, 지난해 SK T1을 보면, 3:0으로 이긴 걸 보면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팀워크가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 때 한국 국가대표팀은 잘 짜여진 축구를 했다. 이보다 훨씬 더한 짜임새 있는 플레이를 했다. 그들의 땀과 노력을 잘 볼 수 있었다. 이 경험 자체가 좋은 것 같다. 직접 게임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경험의 생태계’라 생각한다. 이 게임이 2~3년 잘되고 끝나기보다 오랫동안, 적어도 30년 이상까지 되길 바라고 노력 중이다. e스포츠가 계속 잘된다면, 아이들이 커서도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둘러싼 경험 중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라이엇게임즈는 문화재 사랑으로 유명짜하다. 문화재청과 함께 해외 문화재 환수, 한국 내 문화재 보존 기금 지원-청소년 문화재 교육 프로그램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롤에는 각국의 설화가 들어 있다. 가령 한국 구미호가 아리로 나온다. 이처럼 청소년에게 많이 즐기는 게임을 통해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다. 스킨을 사면 한국 문화재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어필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막연히 문화재에 관심이 없다고 하다가 라이엇게임즈와 롤과 함께 고궁을 관람하고, 같이 문화재 교육을 하고, 문화재 환수 등을 보며 이제 칭찬해준다.”

■ ‘도타-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다 함께 성공 바란다
최근 ‘도타’(밸브, 넥슨)에 이어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블리자드)의 론칭 준비에 들어갔다. 모두 비슷한 장르이면서 탄생 초기에 개발자들이 서로 직간접적으로 간여되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한 게임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롤’이 워낙 쉽고, 재미있고 광범위한 유저풀을 확보하고 있어 ‘벤치마킹의 대상’이다. 심지어 경쟁사들의 직원들은 롤의 성공 분석 자체 리포팅을 할 정도다. 그에게 “타사에서도 ‘롤’을 하고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역시 접대용 멘트이었지만 끝은 롤의 자존심으로 강조하는 반전이 포인트다.

“게임업계가 모두 잘되길 바란다. 다른 좋은 게임이 많이 나와 다 함께 잘되면 좋겠다. 우리가 반드시 이기고 수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우리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라이엇게임즈는 얘기를 잘 들어주는 회사고, 잘 반영해주는 회사다 라고 초점을 맞춰주었으면 좋겠다.”

실제 롤이 한국에서 성공한 요인 중 하나가 다른 게임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철저한 맨투맨 PC방 관리 시스템이었다. 라이엇게임즈의 발로 뛰는 현장 정신 때문에 그동안 뻣뻣했던 경쟁 게임사들이 이제 부드러워졌다고 평을 받을 정도다.

그는 “PC방 문화는 독특한 컬처다. 커뮤니티 사이트를 볼 땐 어떻게 느끼고, 게이머들이 느끼는 감정과 경험의 흐름을 잘 확장시켜 나갈 것인가. 일관된 경험을 하고 싶다”며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롤드컵을 제일 잘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그리고 e스포츠가 게임 콘텐츠를 갖고 가지만, 조금 더 넓은 맥락의 엔터테인먼트 경험으로 새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경험’이 게임 플레이뿐만 아니라 넓게 확장된다는 뜻은 무엇일까. 그는 “앞으로 어떤 채널이든, 이렇게 했더니 롤이 하고 싶어지네는 경험을 주고 싶다. 다시 게임을 하고 싶어지도록 말이다.”

■ 라이엇게임즈 가치는 “플레이어 경험이 최고”
라이엇게임즈를 거론할 때 항상 빼놓지 않은 것이 ‘플레이어 경험’에 대해 존경심이다.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오진호 아시아 대표를 처음 인터뷰를 했을 때도, 이후 신사동 새 사옥에서 다시 인터뷰에서도 ‘플레이어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승현 코리아 대표도 역시 강조점이 같았다.

이 대표는 라이엇게임즈의 다섯 가지 플레이어 경험 중시를 말하면서 “서비스를 하면서 항상 생각한 것은 왜?라고 물었을 때 ‘원래’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을 싫었다”며 “겸손과 자기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모르면 쉽게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라이엇게임즈 공동 창업자인 브렌든 벡은 게임을 좋아했다. 그리고 게임을 문화로 접근한다. 그는 LA 한인 PC방에서 라면을 먹으며 게이머를 시작했다. 그래서 김치찌개도 좋아하고 한국인들과도 친하게 어울린 ‘친한파’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제품을 좋아하지 않으면 일 하기 힘들다. 유저의 눈높이에서 게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게임회사나 인터넷 회사는 만들어내는 것도 사람이다. 환경도 계속 변화한다. 성장을 해야 하는데, 어떤 사람을 뽑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까다롭게 뽑지만, 뽑고 나서는 신뢰한다”며 사람과 팀에 포커스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유럽-미국 장기출장의 경험을 소개했다. “창업자와 직접 동행해보니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 높았다. 프랑스 말 ‘똘레랑스’(관용, 너그러움)가 몸에 배었다. 문법을 틀리거나 발음이 틀려도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다. 한국 e스포츠가 앞서가는 모습을 존중해준다.”

한국 대표에 취임하고 나서 본사에 갔을 때도 게임 개발부터 디자인 등을 맡은 사람들을 만나 많이 알게 되었고 배웠다. 인상적인 것은 그들이 ‘한국 경험’을 존중해준 점이었다. 물론 이 ‘본사직원’들이 한국에 오면 같이 PC방에서 같이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최근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올리는 롤 TV가 만들어진 터키에 갔다. 다른 지사장들과 같이 게임을 했다. 그리고 정말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미국에서 한국에 방문하면 일정에서 빼놓지 않은 것이 PC방 방문이다. 그들에게 각종 과자를 보며 ‘이런 것도 판다’며 설명해주면 신기해 한다”고 말해주었다.

한국 대표인 그는 “본사에서 한국 지사에 대해서도 가능한 많은 책임과 권한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은 “라이엇게임즈는 플레이어를 가장 중심에 두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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