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의 '꽃'-윤동주의 '별 헤는 밤'-하상욱 시인의 단편시 패러디
분홍 벚꽃이 거리마다 팝콘처럼 터지는 봄이 왔다.
설레는 날씨에 시가 한 수 절로 나올 듯 한 기분이다. 이번주 레알겜톡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 중 김춘수의 ‘꽃’과 윤동주의 ‘별 헤는 밤’, 그리고 최근 대세 ‘시팔이’인 하상욱 시인의 단편 시 몇 수를 최근 게임업계의 상황에 맞게 패러디해보았다.
<꽃> 텐센트가 넷마블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스마일게이트가 선데이토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넷마블과 선데이토즈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우리들은 모두 |
최근 게임업계에는 빅딜이 많았다. 2014년 3월 26일에는 CJ게임즈가 중국의 텐센트와 손을 잡았다. 텐센트는 CJ게임즈에 한화로 약 5330억원을 투자하며 넷마블 설립자인 방준혁 고문(35.88%), CJ E&M(35.86%)에 이어 CJ게임즈 지분 28.00%를 확보해 3대 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CJ E&M에서 넷마블이 물적 분할을 하며 CJ 게임즈와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바로 이 사건 이틀 전인 3월 24일에는 선데이토즈가 스마일게이트 홀딩스에 이정웅 대표 외 특수 관계인 2명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666만 4506주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약 1200억원의 규모로 국내 모바일 게임 기업 투자 규모로 최대다.
넷마블과 선데이토즈는 각각 텐센트와 스마일게이트를 통해 공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한국 게임업계에 예상치 못한 뉴스로 서프라이즈를 선사한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며 또 한번 서프라이즈를 안겨주길 기대한다.
<신작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업계에는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메일 속에 하나 둘 들어오는 보도자료를 게임 하나에 이카루스와 베타테스트, 나는 게임 하나에 유행하는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온라인 게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스마트폰 게임들의 이름과, 팡, 런, RPG 이런 대박 게임들의 장르와, 벌써 매출 1위를 찍으며 온라인을 앞선 모바일 게임들의 이름과, 가난한 한국 개발사들의 이름과, 디아블로3, 롤, 피파온라인3 이런 외국 게임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베타테스트,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한국 게임에도 봄이 오면 |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다담게임이 개발한 ‘미스틱파이터’가 4월 3일 공개 서비스에 들어간다. 또한 같은날 리뉴얼해 액토즈소프트와 새 출발을 약속한 ‘뉴 던전스트라이커’가 간담회를 진행한다. 위메이드의 ‘이카루스’는 4월 16일 드디어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하고, 다음이 서비스하고 펄어비스가 개발한 ‘검은사막’은 4월 중 2차 CBT를 진행한다.
모바일 게임의 출시 소식으로만 가득했던 메일 보관함이, 근래 들어 조금씩 온라인 게임 출시 관련 소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얼어붙은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나 최근 강세를 보이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가 유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신작 한국 게임들도 봄나물처럼 무성하게 피어나길 기대한다.
넌, 필요할 땐 내 곁에 없어. 넌, -레알 단편 시집 '농작물을 수확해주세요' 중에서 |
고민 하게돼 우리 -레알 단편 시집 '카카오톡 게임 초대 메시지' 중에서 |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 -'게임 튜토리얼' |
너무 귀찮지만 차마 시간과 정성이 아까워 지울 수 없는 애증의 SNG(소셜 네트워크 게임)는 항상 바쁠 때 농작물 수확 완료 푸시를 보내지만, 막상 심심할 때는 재배중이라 건드릴 수 없다.
또한 카카오톡 게임 초대 메시지는 요즘 스팸으로 인식되어 정말 친한 친구, 혹은 암묵적 합의로 게임 초대를 허락한 친구에게만 보낼 수밖에 없다. 게임 플레이 방법을 익히게 하기 위해 반강제로 튜토리얼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 역시 게이머라면 익숙할 것이다.
시로 살펴본 게임업계의 최근 트렌드는 다행히도(?)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온 만큼 훈훈한 소식이 이어졌다. 앞으로 게임 업계에 달달한 사랑시가 나올지, 또다른 '잔혹비정'의 서정시가 나올지, 스펙터클하면서도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시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왕이면 마음이 훈훈해지는 시들처럼 게임업계가 더욱 풍성해지길 기대한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