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값 400만원-재료비 100만원, 디테일이 살아있는 '아크스피어' 프린팅

건프라 마니아들을 화나게 하는 방법은 뭘까?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조카들이 아무리 팔과 다리를 부러뜨려도 건프라 마니아들은 화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을 만드는 것을 재밌게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뿔’과 같은 어중간한 부위를 박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다행히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며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건프라 마니아들의 소중한 ‘뿔’도 3D 프린터로 다시 똑같이 생산해내는 세상이 온 것이다.

3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게임인재단 3D Lab’에서 3D 프린팅 체험 행사가 진행되었다.

3D 프린팅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상시 운영된다. 이번 오픈하우스에서는 3D 프린팅에 대한 정보와, 구비되어있는 프린트를 통해 결과물도 직접 만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3D 프린팅이 어느 정도나 발전했는지, 게임과 어떤 연계를 할 수 있는지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 “3D 프린터 가격은 400만원, ‘아크스피어’ 캐릭터 재료값은 100만원”

현재 ‘게임인재단 3D Lab’에 구비된 프린터는 총 3가지로 적층식인 ‘Makerbot replicator 2X’와 ‘Makerbot replicator 5세대’, 고급 분말형인 ‘Projet 460 plus’이다. 이 중 몸값이 비싼 분은 아무래도 고급 분말형이다. 적층식 프린터가 각각 400만원 정도 하는 것에 비해, 분말형은 이 둘을 합한 것보다 7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재료비도 만만치 않다. 아무 가루나 쓸 수도 없을뿐만 아니라 아직 원자재의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임인재단 3D Lab에 전시된 조그마한 위메이드의 ‘아크스피어’ 캐릭터들만 재료값이 1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니, “우리 심심한데, 3D 프린팅이나 해볼까?”라며 마음껏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현재 3D 프린터는 그 존재 자체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다. 게임인재단 3D Lab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시연하기 위해 찾아가기도 어려운 장소에 있다고 한다.

■ “비교적 저렴한 적층식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분말형”

연하는 귀엽지만 어리고, 동갑은 편하지만 자주 싸우고, 연상은 믿음직스럽지만 세대차이를 느낄 때가 있듯, 프린터들도 각각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구상권 게임인재단 3D Lab장은 “1984년 3D 프린팅은 찰스 헐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다. 디지털 데이터로부터 손에 쥘 수 있는 입체 물체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특허 보호 기간이 끝나며 대중화가 진행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3D 프린팅의 장점을 ‘손쉽게 정교한 형태의 사물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으로 꼽았다. “기존에는 전문 기술자들에 의해서만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현재 게임인재단 3D Lab에 있는 적층식 프린터의 경우 가정에 놓고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크기가 커질수록 전기를 많이 먹어 공업용 전기가 필요해져 가정에서는 어려울 수도 있다.”

▲ 적층식
▲ 분말형
적층식 프린터는 색깔이 입혀지지는 않지만, 비교적 무게를 잘 견뎌내는 편이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강점이 있다. 고급 분말형의 경우, 색깔이 동시에 입혀진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기계의 높은 가격과 아직까지 검은색 잉크가 나오지 않아 빨강, 파랑, 노랑 세 개의 색깔을 섞어 만드는 탓에 색이 진하지 않다. 하지만 적층식 프린터보다 비싼값을 하는(?) 탓인지 디테일은 확실히 살아있다.

구상권 3D Lab장은 “현재 이 곳에 있는 것보다 한 단계 더 품질이 좋은 것의 경우, 프린팅 결과물이 시중에서 당장 팔 수 있을 만큼의 퀄리티를 선보이는 것도 있다. 표면이 매끌매끌하고, 디자인의 디테일도 살아있다. 하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고, 크기도 커서 가정용 전기로는 기계를 구동하기 힘들 수 있다”

게임인재단 3D Lab에는 현재 다양한 종류의 프린팅 결과물이 있다. 피부가 거칠거칠한 공룡부터 토토로, ‘아크스피어’ 게임 속 캐릭터 등 각양각색이다. 심지어는 매듭이 지어진 채로 프린팅 된 사슬도 볼 수 있었다.

방법은 특수한 스캐너를 통해 스캔한 후, 이를 3D 프린터로 보내는 원리이다. 그러면 적층식의 경우 케이크에 생크림으로 장식을 하는 ‘짤주머니’처럼 재료를 녹여 차곡차곡 아래서부터 쌓아가는 형태이다. 분말형의 경우 가루를 입히는 형태로 조금 다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쌓아가는 형식에서는 동일하다.

■ “3D 프린팅, 어디까지 상상해봤니? 초콜릿-집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3D 프린팅이 게임업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구상권 3D Lab장은 “우선 게임 캐릭터를 디자인 한 후, 어떤 모습일지 직접 프린팅해서 볼 수 있다. 화면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그리고 게임업계의 특성상 이런 피규어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다. ‘아크스피어’ AD의 경우, 직접 보더니 자기 책상에 올려두고 싶다며 탐냈다”고 이야기했다.

게임 캐릭터는 AD에게 자식같은 존재인데, 탐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물론 건프라 모델이나 피규어 마니아들에게도 희소식인 것은 당연할 것이다.

현재 3D 프린팅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도 물었다. 혹시 나중에 기술이 발전한다면, 빵 재료를 넣어 빵이 바로 프린팅되어 나올수도 있는지 조심스레 묻자, 구상권 Lab장은 “현재도 사탕과 초콜릿은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똑같이 뜨겁게 녹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을 만들고 있다는 기사도 접했다. 물론 집 전체를 한번에 스캔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큰 기계는 없기 때문. 다만 조각조각 모아 붙이는 형식이다. 약 6개월 정도가 소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 “게임인 위한 새로운 방향성, 개발-홍보-캐릭터 상품 등 다각화”

이틀간 기자들에게만 오픈되었던 게임인재단 3D Lab은 3월 24일 월요일부터 4월 23일 수요일까지 약 한달간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게임인들에게도 전면 개방된다. 사원증과 명함을 지참할 경우, 사전예약 없이도 자유롭게 방문 가능하다.

체험 프로그램은 3D 프린팅 개요와 역사, 다양한 3D프린터 시연회, 3D프린팅 소스 제작 및 변환, 출력 등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방문자에게는 추첨을 통해 고급 3D프린팅 출력권 (30만원 상당) 등의 경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남궁훈 게임인재단 이사장은 “한국에서 게임인들 만큼 3D 그래픽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도 없다. 게임인들에게 3D 프린터는 하나의 미래 방향성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 좋은 게임 개발, 효과적인 게임 홍보, 캐릭터 상품 활성화 등 게임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게임인재단 3DP 체험관>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게임인재단 홈페이지 3D프린팅 체험존 페이지(http://www.gamein.or.kr/home/home.php?mode=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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