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게임개발자로 산다는 것[1]

 <개발자 블루노트> ‘셧다운제’ 날벼락에 개발자 꿈도 비틀

2011 대한민국에서 게임개발자로 산다는 것-1
 
학창시절 장래 희망을 쓰는 순간이 올 때마다 언제나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의 또래처럼 불확실한 미래의 대한 망설임 때문이 아니었고 오히려 그것은 확고했던 진로 때문에 생긴 갈등이었다.
 
90년대 중반 빠르게 인터넷이 보급 되면서 뒤따른 온라인게임들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을 때,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를 접한 16세 중학생의 가슴에, 또 생활기록부에는 매년 다음과 같은 글자가 누적되어갔다
 
‘장래희망: 게임 개발자’
 
“아직도 그런 걸 가지고 노니?”
 
한번은 명절날이 되어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린 조카들과 놀아준 적이 있었다. 게임업계 종사자가 뭇 어른들한테는 따가운 시선을 받지만,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래도 관심 받고 사랑 받는 직업이지 않는가?!,
새로 산 타이틀과 게임기, 요즘 업계 동향에 대해 우리 미래의 고객, 초등학생 조카님들과 한참 사뭇 진지한 논쟁이 오가는 중에 친척 어른의 한마디가 귀에 박힌다.
 
“아휴... 쟤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저런 걸 갖고 노네...”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꺼내는 재밌는 에피소드지만 항상 씁쓸한 웃음 뒤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냥 웃어넘기기에는 글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사회악을 꿈꾸는 청년들’
 
그래서 누구의 책임인가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계속 공부하고 계속 관심 갖지 않으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요즈음이지 않나? 각자 주어진 일에 벅찬 사람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에 우리처럼 알기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갈수록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리는 개발자들이 ‘그들’ 외의 사람들에게는 ‘사회악’을 만드는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아니, 선배 개발자들은 “우리 때는 더 심했어...” 하면서 말을 꺼낸다. 바뀌고 있으니 너 또한 참고 기다리라는 뜻일까 이 정도 나아졌으니 만족하라는 것일까? 
 
신기한 것은 이런 처지에도 불구하고 매년 사회악을 꿈꾸는 청년들은 늘어만 간다.
어느샌가 번화가에는 게임아카데미들이 즐비하고 대학교에서도 게임관련 학과들이 늘어만 간다. 어려울수록 내세울 곳 없고 물을 곳 없는 방황하는 ‘사회악 꿈나무’들은 네이버 지식인에다 자문을 구한다. 이 친구들은 무엇을 보고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것일까?
 
원체 이곳에는 꿈꾸는 사람만 남는다고 했다. 좋아서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단다.
“게임이 좋아서, 좋으니까 나도 해보고 싶어서”가 선배님들의 꿈의 시작이었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매력만으로 대한민국의 게임 산업이 굴러왔다
 
“목표가 어려울수록 투지는 샘솟는다.”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러니 하게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게임강국이 되어도 업계 인식은 나빠져만 가고 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국가에서 가하는 제재는 늘어만 간다
 
 ‘12시 이전에는 게임을 꺼야 하는 소비자
12시 이후까지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개발자’
 
결국 대한민국에는 ‘신데렐라법’이라는 밤 12시~오전 6시 온라인 통행금지 ‘셧다운제’가 도입되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내가 꿈꾸기 시작할 때 꿈을 이루고 있던 선배들이 그러했는지 밀리는 월급에도, 밥 먹듯이 하는 야근에도 지치지 않고 개발해왔던 역사가 지금의 게임업계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시스템이 되었다
 
24시간 누구에게나 열린 시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발전했던 시스템, 개발시스템은 문제 인식조차 못하고 방치해 둔 채로 수요시장만 절반으로 줄여버렸으니 청소년 보호의 책임을 전가당한 이 억울함은 뒤로 하더라도 업계 구조와 무리한 제도의 도입으로 발생하게 되는 수많은 모순덩어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덧붙여 오늘도 밤새 야근하고 있을 동료들에게 같은 국민으로서 미안한 마음일 뿐이다.
 
서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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