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마우스-옴니큘러-대박 게임 감별기-진실의 거울 등 갖고싶은 물건

얼마 전 회사 뒤에서 우연히 신기한 물건을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절대 찢어지지 않는 지도부터 씹는 치약, 방귀를 뀌는 펜까지. 내 돈을 가져가라고 외치고 싶은 물건들부터 듣도 보도 못한 물건들은 구매욕을 자극했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형상과 도면만 있으면 버튼 하나로 정교한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는 3D 프린터를 보면, 아직도 손으로 생일 카드를 쓰는 것은 촌스러운가 생각이 들 정도다. ‘상상하라,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요즘 세상에서, 게임업계에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는 물건들을 한번 상상해보았다.

■ 게이머를 위한 뇌파 마우스와 옴니큘러

나이든 게이머들의 딜레마는 언제나 프로게이머 뺨치게 팽팽 돌아가는 머리와는 달리 0.5초 느린 손에 있다. 분명 머리로는 이해가 가는데, 손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 ‘역시 어린애들은 이길 수가 없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생각하는 대로 손이 바로바로 움직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뇌와 손의 속도가 일치된다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LOL(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CS(Creep Slain, 막타)도 제일 많이 먹어 아이템도 빨리 살 수 있고, 전장에서 떨어진 깃발도 바로 클릭해 [황인선님이 깃발을 반환했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며 뿌듯해 할 수 있다.

만약에 뇌파로 움직일 수 있는 마우스가 있다면, 나이든 게이머들 혹은 손이 느려 슬픈 게이머들도 당당해질 수 있다. 물론 게임을 하는 동안은 게임에 100% 집중하는 고도의 정신력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님, 발로 하세요?”라며 억울한 오해를 받을 걱정은 없기 때문이다.

조 앤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옴니큘러 역시 갖고 싶은 아이템이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퀴디치 경기를 볼 때 사용되는 옴니큘러는 빠르게 흘러가는 경기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재생해주고, 어떤 기술을 썼는지도 표시해준다.

▲ 영화 해리포터 속 옴니큘러

만약 옴니큘러가 실제로 있다면, e스포츠의 진입 장벽이 훨씬 낮아질 뿐만 아니라 e스포츠 팬들도 질문 공세 없이 편안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직 e스포츠에 익숙하지 않은 기자에게 가장 어려운 취재는 누가 뭐래도 e스포츠 경기다. 막 ABC를 익힌 사람이 자막없이 외국 영화를 보듯 경기가 어렵고 낯설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친한 친구 중 한 명을 섭외해 TV 앞에 앉혀놓고 “지금부터 경기를 꼼꼼히 보고, 나에게 문자로 중요한 상황을 알려줘”라며 강제 e스포츠 관람을 시키기도 했다. 이는 사실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경기를 편안하게 즐기고 싶은 친구는 스킬 하나를 쓸 때마다 “이건 무슨 상황이야?”라고 묻는 기자가 여름날 모기만큼이나 귀찮고, 경기의 모든 장면이 이해가지 않아 물어봐야 하는 기자 역시 답답하기 때문이다.

■ 비싸도 좋다. ‘대박 게임 감별기’

흔히들 게임업계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매일매일 시장의 트렌드는 변하고,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드코어 장르가 대세가 될 것이라 이야기하지만, 캐주얼 장르가 연신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대박 게임 감별기’가 아닐까.

▲ 출처= 드림인코리아 병아리감별연구소 사진첩, 국내 감별 현장
얼마 전, 병아리 감별사가 한 달 12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에 게임 사업부에서 일하는 한 친구는 “성공 게임 감별사가 있다면, 한 달에 월급 몇 억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 모르는 요즘, 새로운 게임에 투자하는 돈은 어마무시하다.

만약 ‘대박 게임 감별기’가 있다면 가격이 얼마라도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 기구일 것이다. 물론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살인을 하지 않았는데도, 예언자의 예언이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잡혀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출시되지도 못하고 ‘뜨지 못할 것이다’라며 버려지는 게임들이 무수히 많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 “거울아 거울아, 사실만 보여줘”

최근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핫이슈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바로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게이머 천씨(피미르)가 승부 조작에 연루되었다는 글과 함께 투신자살을 시도했던 것. 불행 중 다행으로 천씨는 온몸에 골절상과 타박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업계는 승부 조작 의혹과 선수의 자살 시도로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한 번 충격을 가한 것이 있으니, 바로 14일 한 방송사의 보도였다. 이 뉴스에서 한 형사는 “게임을 보통 사람보다 밤새도록 하고,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살을 기도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른 뉴스에서 똑같은 인터뷰이는 “승부 조작에 대해서는 투신자가 숨지지 않았기 때문에 완쾌 후에 자신이 신고하면 판단해 결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앞의 뉴스는 ‘왜 떨어졌는가?’에 대한 대답이고, 뒤의 뉴스는 ‘승부 조작의 사실 여부’에 대한 대답으로 접근은 다르다. 하지만 확실히 앞의 뉴스는 게임 부정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춰 보도했다.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보는 두 방송사를 보면서,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팩트만 보여주는 거울이 있다면, 이런 사실 관계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거울이 있다면 다른 곳에도 필요하겠지만, 특히 중독법 등으로 여러 사람에게 미운털이 콕 박힌 게임업계를 제일 먼저 비춰보고 싶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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