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브온2011 컨퍼런스, 개발자 간 정보 공유 및 소통

 '벤처 1세대' 이재웅·김택진·허진호가 만났다 

포털과 게임, IT 분야에서 '성공한 벤처 1세대'로 불리는 3인방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허진호 크레이지피시 대표가 만났다. 왜 만났을까. 개발자 후배들을 격려하면서 개발자의 오늘과 미래를 조명한 자리였다. 과연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지난 25일 서울 쉐라톤 디큐브시티 호텔. '개발자 간 정보 공유 및 소통'을 주제로 '디브온2011' 컨퍼런스가 열렸다. 참석자만 모두 500여명. 현직 개발자와 개발자를 꿈꾸는 이들이 개발자의 레전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다음 창업주, 허진호 크레이지피시 대표. 사진=디브이온2011
아래는 그들의 대화 요약.
-최근의 근황은?
이재웅 : 회사를 그만둔 지 3년 됐다. 벤처 인큐베이팅도 하고 지원도 한다. 특히 소셜 벤처에 관심이 많다. 사회 목적이 있는 소셜벤처들을 IT에 접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김택진 : MMORPG ‘블레이드 앤 소울’에 가장 많이 신경쓰고 있다. 야구단을 만드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20 몇 년 동안 미국과 일본을 통틀어 벤처사업가가 창단하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더라.
 
최근 2주 동안은 두문불출했다. 코딩해야하니까...최근에는 라이프 로깅을 스마트폰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내가 다녔던 길과 내가 다녔던 모든 장소를 트랙하려고 했더니 배터리 빨리 닳는 문제점이 있었다. 결국에는 해결 방법을 찾아냈다.
 
허진호 : 8년 간 맡았던 인터넷기업협회장을 그만두고 크레이지 피시에 주력하며 일본 등으로 동분서주 하고 있다.
 
-세 분이 기회를 잡았던 시절은 인터넷시대다. 최근에는 10년 만에 기회가 돌아왔다고 한다.
: 제가 회사를 떠나니까 다음이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강의를 다니거나 할 때 저의 레퍼토리는 앞으로 10년이 중요하다. 앞으로 기회 없으니 빨리 창업해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지금 대격변기를 거치고 있는데 더욱 넓어진 시장과 모바일의 대중화, 스마트폰의 급속한 확대 등의 이슈가 있다. 그 당시 시장이 열렸던 것과 비교가 안된다. 지금이 오히려 더 기회가 많아진 것이 아닌가 싶다.
 
허 : 10년 전 열렸던 기회보다 더 큰 시장이 열리는 것은 사실이고 동의한다. 단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10년 전에는 맨땅이었다. 아무도 플레이어가 없는 상태에서 누가 먼저 말을 달리느냐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어느 정도 큰 틀이 잡혀있다. 다음이나 네이버 등 이미 마켓 셰어가 있는 플레이어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지난 7~8년 동안 꽉 막혀있던 시장이 열렸다. 다만 다음, 네이버가 10년 전에 잡았던 만큼의 기회를 잡긴 힘들 것이다.
 
김 : 지적 능력은 많은 방법을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측정된다. 스마트 시대에서 방법은 없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스마트 시대에 어떻게 가야하는 것인가이다. 답은 '코딩'해야 하는 것이다. 저도 여전히 안드로인드, 아이폰의 오픈소스 내려받아 코드도 심어보고 바꿔보고 한다. 무엇을 만들려 한다라기보다 이로부터 영감을 받고 새로운 상상을 한다.
 
-난세에서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은 어땠나?
 
: 추억이 많다. 대학교 2학년 때 유닉스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그 때 심심하면 했던 것이 로그라는 게임이다. 로그를 네트워크에서 하고 싶어서 소스를 계속 갖고 다녔다. 인터넷이 나온 후에도 그 환경에서 로그의 그래픽을 구현하고 시도해보고 싶었다. 대학교 때 꿈꿨던 것을 통해 만들 수 있었던 게 게임 ‘리니지’였다. 리니지를 통해 밥 먹고 살 수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 95년에 창업했는데 1~2년 만에 기업공개도 하고...그렇게 빠르게 진행될 줄 몰랐다. 그 당시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로 의미있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길게 보고 하자는 마인드를 가졌다. 돈은 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IMF도 닥쳤다. 난세가 꼭 영웅을 만든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난세가 길게 보게 하는 힘을 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 94년에 설립했다. 전성기는 96~98년도 즈음이다. 운 좋게 98년도 IMF 오기 전에 회사를 미국에 잘 팔았다. 성공적으로 위기 잘 넘겼다. 최근 2~3년 전부터 과거 97~98년에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다행히도 지난 10년동안 없었던 기회의 창이 열렸다. 그러나 지속되는 시기는 2년 정도다. 2년 후에는 대충 교통정리가 끝날 것이다. 과거 네이버, 다음이 자리 잡은 것도 불과 2~3년에 불과했다. 지금부터 짧으면 내년 말, 길어도 내후년을 넘지 않을것이다.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자리잡느냐가 이후의 10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중박은 가능해도 대박은 늦었다는 회의론이 있는데?
 
: 우리 말 중에 '염불에는 관심없고 잿밥에만 관심있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살면 안된다. 중박·대박 그런 것이 왜 우리의 질문인지 모르겠다. 그로 인한 결과가 삶의 목표인지, 그것을 이루면 행복하고 아니면 불행한지. 그건 아니다. 이 세상에 나와서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좋은 세상이다.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정말 지금은 재미있는 세상이다.
 
이 : 외부에 잘 안나오는데 개발자 콘퍼런스라서 나오겠다고 결심했다. 엔지니어들은 주어진 이론과 자원을 갖고 시험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이다. 자전거든 소프트웨어든 마찬가지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을 그려보고 만들어볼 수 있다. 그것 자체가 큰 축복이다. 하다보면 운이 좋을 수 있고 결과물로 난세에서 꼭 필요한 것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대단한 아이디어를 갖고 내가 뭘 해야겠다 접근할 때 이미 엔지니어로서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적으로 김택진 대표의 말에 동의한다.
 
허 : 대박·중박이냐 그것을 꿈의 크기로 보면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갔을 때 과연 가능하냐는 질문을 해보면, 다시 말해 다음·네이버·엔씨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 보면 사실은 부정적이다. 과거 5년 단위로 야후, 구글, 이베이, 아마존, 페이스북 등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바껴왔다. 국내에선 그런 흐름은 없다. 제2의 다음·네이버·엔씨가 나올 것인지 볼 때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꿈의 크기로 따지면 가능하다. 모든 사람이 마크 주커버그나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조조, 손권이 될 필요는 없다. 제갈공명, 주유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하고 그 과정에서 꿈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이재웅, 이해진, 마크 주커버그가 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후배들을 위해 이것만큼은 길을 터줄 책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허 : 브렛 테일러(Bret Taylor)라는 사람을 아는가? 페이스북의 CTO다. 나이도 어리다. 구글 맵을 만든 사람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플랫폼을 새로 발표하면서 확 바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이크 버튼과 오픈 그래프다. 라이크 버튼을 어떤 웹사이트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페이스북 커넥트가 10만~20만개 사이트 밖에 안됐는데 지난해 라이크, 오픈그래프 발표한 후 100만개 사이트가 넘었다. 모든 인터넷이 페이스북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가 됐다. 그것을 만든 사람이 브렛 테일러다.
 
마크 저커버그도 중요하지만 그런 사람이 더 중요하다. 이재웅, 저커버그 같은 사람도 나오겠지만 브렛 테일러 같은 사람이 100명만 나오면 우리나라 인터넷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 일은 기획자는 절대 못하는 것이다. 기술자만이 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김 : 개발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엔씨를 최초의 프로그래머만 근무하는 회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며칠전 회사에서 선언했다. 앞으로 우리 회사의 모든 의사소통은 랭귀지는 7~8개로 하고, 표준 랭귀지는 자바 스크립트로 하기로했다.
 
모든 세상 사람들이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다. 보통 사람들은 일본, 중국을 갔다오면 불끈 언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외국에 가는 것보다 컴퓨터 나라에 가는 시간이 더 많다. 왜 컴퓨터 언어를 모를까? 모든 사람이 컴퓨터 언어를 알았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우리 아이를 위해 컴퓨터 언어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추천하고 싶은 언어가 없다.
 
이 : 나는 엔지니어라는 게 굉장히 행복하다. 개발자는 주어진 리소스를 가지고 언제까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식으로 사고한다. 그런 식의 접근 방법을 세상사람들이 가진다면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다. 여러분들의 사고, 훈련 방식 등 장점을 잘 살리면 세상이 밑에서부터 바뀌게 만들 수 있다. 
 
-개발자의 미래는?
 
: 지금의 시대는 과거 2차원, 3차원과 달리 '0차원'으로 가고 있다. 0과1로 이뤄진 0차원 세상을 만드는 게 바로 개발자다. 10~20년이 지나 우리의 후손들이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선조가 어떻게 이런 디지털 세상을 만들려고 했을까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 개발자들의 역할, 사명이 크다고 본다. 우리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우리가 만드는 변화된 세상을 꿈꾸며 가야한다.
 
허 : 코딩, 아키텍처, 기획, 세일즈 등 다양한 쪽으로 나갈 수 있다. 평생 코딩만하다가 끝나지 않는다. 시야를 조금만 더 넓혀라.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책도 읽고, 경험을 넓히면 10년 후 꼭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어떤 일을 하던지 잘 준비된 사람이 돼있을 것이다.
 
이 : 미래에서 지금을 돌이켜볼 때 지금이야 말로 엔지니어들이 더 많은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는 시기다. 세상이 문제 해결을 잘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더 인식하고 알아줄 것이다. 꿈을 크게 가지고 갈 것이냐, 아니면 주어진 것을 잘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개발자가 사회 경제 문화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게 개발자의 힘이고 미래다.
 
-올해의 키워드는 '스마트'였다. 내년은?
 
허 : 최근에 모바일 게임 시장이 완전히 바꼈다. 기존 PC기반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론칭했는데 하루 매출 700만원 수준이다. 굉장히 상징적인 변화다. 과거 피처폰에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 생겼다. 내년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시장규모 1조원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 소셜이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름을 회사 창업할 때 지었다.컴퓨터가 사람을 연결해준다. 세대 뿐 아니라 도시, 농촌 다 연결됐다. 소셜게임, SNS 등의 용어가 있지만 소셜을 더 넓은 의미로 보고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있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통해 더 좋게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소셜 뿐 아니라 오늘과 같이 오프라인에서 모이는 것도 주목해보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개발자로서의 나의 미래는?
 
김 : 천일의 사랑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치매에 관한 내용이다. 뇌건강은 인류의 중요한 테마다. 아직까지 게임은 지탄 받는다. 하지만 나중에는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할 것이다. 게임은 인류의 뇌에 주는 선물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인터넷이고 싶다. 사람들의 뇌를 즐겁게 해주는 디지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10년 뒤 여기까지 발전 할 수 있었어?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 시대를 잘 만나 재밌으면서도 힘들기도 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는데 거기에 도움을 주지 않았나'라는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작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내가 갖고 있는 소스로 도움을 주고 싶다. 10년 뒤 자랑스럽게 작은 문제를 아주 많이 풀었다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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