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대현-한수민 부부 자밥스튜디오, 2개월 유럽여행 개점 휴업

[인터뷰] 권대현-한수민 부부 자밥스튜디오, 3개월 게임 8개...2개월 유럽여행 화제

장인의 혼이 담긴 명품 가방도 좋지만,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백팩도 필요하다. 유행에 타지 않아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명품 재킷도 좋지만, 유행 따라 기분 따라 바꿔 입는 후드티도 필요하다.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백팩 같고, 유행 따라 기분 따라 바꿔 입는 후드티 같은 게임이 있다. 바로 권대현-한수민 부부가 알콩달콩 운영하는 자밥스튜디오의 게임이다. 권대현 대표가 개발을 도맡고, 한수민 대표가 디자인을 담당해 쉽고 아기자기한 게임을 3일에 한번 찍어내는 어마무시한(?) 개발사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던 3월 4일, 2개월 유럽 유행을 일주일 앞둔 권대현 자밥스튜디오 대표를 신촌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권 대표는 “스튜디오는 홍제동 근처에 있는데, 가정집이라 방문이 어려울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권 대표와 함께 자밥스튜디오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앞으로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부터 무료 다운로드에다 광고형 수익모델을 택한 자밥스튜디오의 수익까지 살짝 이야기해보았다. 어쩌면 이 인터뷰는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른다.

■ “대기업 사원에서 중소기업 CTO 거쳐, 부부 회사 대표까지”

권대현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81년생인 그는 올해 34살이다. 대한민국에서 30대 남자는 한창 대기업에 취직해 열심히 일을 하며 돈을 모으는 고달픈 시기다. 하지만 권 대표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1인 개발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는 “원래 한화 S&C에서 4년 정도 근무했다. 개발을 하긴 했지만 게임 쪽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블루핑거 대표님이 함께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하셔서 3년 정도 CTO로 근무했다. 블루핑거에도 처음에는 ‘전투력 측정’ 등의 엔터테인먼트 앱을 만들다가 나중에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블루핑거도 그만두게 되었다. 이후 집에서 아내와 함께 게임을 만들며 유럽 여행을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권 대표가 일을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2개월짜리 ‘유럽여행’(3월 11일에서 5월 12일) 때문이다. 그는 “퇴직금을 몽땅 쏟아 붓고, 적금도 하나 깨서 가는 여행이다. 유럽여행을 항상 꿈꿔왔지만, 일반 회사에서 1~2개월 휴가를 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회사를 3~4년 다니니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여행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여자 입장에서 남편이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같이 유럽여행을 가자고 말한다면 황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권 대표는 “아내는 별로 화내지 않았다. 스윙댄스 동호회에서 만나 오래 연애를 한 탓인지 나를 잘 알고 이해해준다. 아내는 게임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팬시회사에서 가방이나 필통을 디자인한 경력이 있어 AD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디자인 전공한 아내와 게임 100개 만들 예정”

자밥스튜디오는 어떤 곳일까? 처음 자밥스튜디오를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을 통해서였다. ‘몬스터 기죽이기’, ‘모두의 밥풀’, ‘요리조리 비행기’, ‘가장 이기적인 짓’ 등 특정 게임을 떠올리는 익숙하면서도 트렌드에 맞는 신선한 게임들이 올라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여기에 홍보라기엔 너무나도 솔직하고 발칙한(?) 글도 웃음을 더했다.

“자밥스튜디오의 이름은 평소 게임 아이디로 쓰던 ZACRA의 자(ZA)와 부인의 아이디 밥티스트의 밥이 만나 만들어진 이름이다. 원래 이 외에도 다른 것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부부 스튜디오인 만큼 자밥스튜디오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부부가 운영하는 회사에, 사무실도 신혼집이며, 회사 이름까지 부부의 이름을 한 글자씩 떼어 만들었다니, 어디서 깨 볶는 냄새가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회사를 키워나갈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직원을 고용하고 키워갈 생각은 물론 있다. 하지만 아주 규모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 가내 수공업처럼 알콩달콩 지내고 싶다. 우리 둘 다 대표를 맡자며 서로 대표님이라 부른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홍보모델 겸 성우(?)로 조카를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7살 된 어린 조카가 자밥스튜디오의 게임을 굉장히 재밌게 한다. 그래서 ‘요리조리 비행기’에 애기 목소리가 필요해 성우로 채용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 대표는 달달하게 깨만 볶지는 않았다. 12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태권아기’, ‘모두의 밥풀 for you’, ‘몬스터 기죽이기’, ‘몬스터 기죽이기2: 뜻밖의 역습’, ‘몬스터 기죽이기3: 히어로의 귀환’, ‘요리조리 비행기’, ‘가장 이기적인 짓’, ‘더 라스트 데이’ 등 무려 8개의 게임을 출시했다.

그는 “규모가 있는 게임을 만들어볼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여행 이후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3일에 하나씩 게임을 만들었다. ‘몬스터 기죽이기’의 경우 디자인은 거의 바뀌지 않고 몬스터만 바뀌었고, 게임 자체도 매우 간단하고 디자인도 일관되어 크게 품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밥스튜디오의 전략은 간단하고 쉬운 게임을 많이 출시하는 일종의 박리다매라 말할 수 있다. 그는 “물론 게임 중 하나가 빵 터지길 하는 바람이 있다. 막연하게 100개 정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중 하나는 터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몬스터 기죽이기’ 시리즈는 10까지 나올 예정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몬스터 기죽이기3’다. ‘플래피버드’와 비슷해 해볼만하다. ‘몬스터 기죽이기’ 시리즈가 하나 뜨면 사람들이 ‘전작은 뭘까?’라고 궁금해하면서 다른 시리즈도 터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근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가장 이기적인 짓’의 다운로드는 올라갔다”고 웃으며 말했다.

■ “한국의 ‘플래피버드’처럼 광고 수익형 모델 공략”

기존의 모바일 게임이 막대한 개발비용과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며 온라인게임을 방불케하는 모바일 끝판왕들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유저들이 단순히 다운로드를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만들기 어렵다. ‘게임 내 지나친 결제는 감사합니다’라는 마음으로 게임 내 아이템과 뽑기 시스템 등의 부분유료화 출시를 기획한다.

하지만 자밥스튜디오의 게임들은 일단 무료 다운로드에 부분유료화 시스템도 구축되어있지 않다. 다만 광고가 듬뿍 들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권 대표의 게임은 대부분 광고에 의존하는 ‘광고 수익형’ 모델을 택한 것이다.

그는 “요즘에는 다운로드가 50만 건 이상이나 되어야 매출에서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온다. 하지만 5만 건도 되지 않는 게임이 많다. 이런 게임은 투입한 비용을 보았을 때 망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인건비만 몇 천 만원이고, 카톡을 포함한 각종 플랫폼 수수료로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최근에 이런 광고 수익형 모델의 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베트남의 20대 1인 개발자 응우옌하동이 만든 ‘플래피 버드(Flappy Bird)’가 있다. 그가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전세계 각국에서 1위에 오르자 한국에서도 인기가 없었던 광고 수익형 모델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개발자들이 하나둘 나오기도 했다.

권 대표는 “‘플래피 버드’ 이전부터 미니게임들을 만들고 있었다. 사실 인원도 적고, 유럽여행도 있어 2개월 남짓 시간동안 큰 게임을 만들 수 없었다. 또 시장 상황이 부지기수로 게임이 망하는 가운데, 미니 게임을 계속 만들자는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장 궁금한 것은 도대체 수익은 어느 정도나 날까? 그는 “광고수익형 게임은 다운로드가 많아야 의미가 있다. 게임 하나당 1000원 정도 버는 꼴이다. 따라서 게임이 총 8개니 하루에 만 원 정도 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만약 게임이 100개라면 하루에 10만원을 버는 셈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어떤 방식으로 광고 의뢰가 들어오는지 묻자, “광고 플랫폼에 신청을 하면 광고는 알아서 나온다. 내 게임에 나도 무슨 광고가 들어올지는 모른다”고 전했다.

■ “일인 개발자들은 빨리 출시해서 빨리 망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지 소개를 부탁했다. 권 대표는 “우선 앞서 말씀드린대로 ‘몬스터 기죽이기’를 10까지 만들고, 규모가 있다기보다는 특이한 컨셉의 게임을 만들고 싶다.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는 아기자기하게 양을 키우는 게임도 기획하고 있고, 불지옥에서 방황하는 특이한 느낌의 게임도 고민 중이다. 물론 무서운 게 아니라 귀여운 컨셉이다”고 말했다.

독특한 사업 전략으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 먼저 뛰어든 만큼, 일인 개발자에게 작은 충고를 부탁했다.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일인 개발자는 게임을 빨리 출시하고, 빨리 실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끌면 끌수록 실패의 크기도 커진다. 시장 상황이 어떤지 파악하고 트렌드를 빨리 잡아내야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잘 모른다. 어쩌면 유럽여행을 다녀와 정 안되면 다시 취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에는 규모 있는 게임을 만들려면 몇 천 만원는 턱도 없다. 5000만 원 이상을 투입해야 순위가 올라간다. 중소 개발사의 경우에는 퍼블리셔를 끼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으니 이래저래 어려운 시장이 된 것 같다”며 걱정을 전했다.

권 대표의 목표와 기대는 무엇일까? 그는 “부인과 내가 먹고 살만큼 버는 것이 목표다. 둘이 소박하게 게임을 만들며 알콩달콩 지내고 싶다”고 마지막까지 깨 볶는 소망을 전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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