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몰튼게임즈 CEO, 게임 ‘블런더버스’ 트위터에 깜짝 공개

“역시 제가 잘 맞는 곳은 게임쪽인가봐요.”

한정원(44) 전 블리자드 코리아 대표가 다시 게임으로 돌아왔다. 그를 다시 만나기로 한 곳은 우연인지 서울 강남구청역 앞 블리자드 코리아 사옥의 인근 한 커피숍. 겨울비가 뿌리는 날씨 속에서 그는 환하게 맞았다.

그가 새로 준 명함에는 몰튼게임즈(Molten Games) CEO & Co-Founder와 샌디에이고 주소가 찍혀있다. ‘쇠가 녹아 액체 상태가 된 것’의 뜻을 담은 이름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역삼역 인근에서 만났을 때는 “SNS(소셜네트워크)에 꽂혔다”며 ‘플래티퍼스 네트워크’ 명함을 주었다.

지난달 27일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PC 기반 게임 ‘블런더버스(Blunderbuss-나팔총)'의 이미지 2종을 공개했다. 이제는 기자가 물을 차례였다. “스릴과 도전이 좋다. 건강한 스트레스가 좋다”는 그에게 그동안 과연 어떤 변화가 있는지 말이다.

■ “내가 잘하는 것이 역시 게임이었다”
한정원 사장은 1996년 게임업계에 입문한 1세대다. 20년 경력을 앞둔 ‘왕고참’이면서 한국게임계의 슈퍼스타 중 하나다. 지난해 만날 때 “LG 빼고 EA와 블리자드 등 외국회사의 월급쟁이”이라고 소개하며 플래티퍼스 네트워크라는 SNS의 회사를 첫 설립했다고 했다.

그는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SNS은 제가 좋아한 것이고 지금도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의 상황은 창업을 환경이 쉽지 않았다. 너무 늦게 들어갔다. 하지만 실패하고 폐업을 했지만 재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첫 대답부터 반전이 있다. 그는 “그동안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SNS 사업의 실패는 반성을 할 계기가 되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뭐냐’고 스스로 물어보니(좋아하는 것이 아닌) 잘하는 것이 역시 게임이었다”며 “지난해 9월 말 어느 날 기가 막힌 게임 아이디어(게임 ‘블런더버스')가 떠올랐다. 좋은 사람을 모여 좋은 제품을 만들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의 두터운 글로벌 인맥이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12월 24일 정식 설립한 회사의 멤버는 드림팀이라 할만했다. “스타트업이 아니라 오랜 스튜디오처럼 느껴졌다. ‘운’이 참 좋았다.” 그가 CEO를 맡았고,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조원영 전 게임로프트 코리아 대표가 COO, 전 블리자드 글로벌 e스포츠 팀을 맡았던 폴 델리 비타가 개발 총괄인 CPO를 맡았다.

특히 개발팀 부 책임자인 블레인 스미스 부사장은 렐릭 엔터테인먼트에서 전략 게임 중 리얼리티와 전략성을 매우 잘 살린 게임 수작으로 평가받은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와 ‘갓 오브 워’ 프랜차이즈를 개발한 유명 개발자다.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에서 미공개 프로젝트 기획 중 한 사장이 직접 찾아가 아이디어를 설명하며 “같이 하자”하니 1주일 후 퇴사하고 합류했다.

■ 한국 대표 게임사 엔씨 김택진 사장 선뜻 투자
게임 아이디어가 소문나고 블레인 스미스 부사장이 주도해 개발팀을 세팅하자 좋은 사람들도 샌디에이고 해변가에 있는 몰튼게임즈로 몰려들었다. “면접 때 아이디어만 듣고 나서는 바로 입사 결정을 할 정도로 ‘필’이 통한” 인재가 벌써 40명이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힘들었다. 제품이 없고 외부펀팅도 없어서다. 그런데 이 게임을 직접 본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상당한 금액을 선뜻 투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가이 한국 게임업계의 슈퍼스타의 만남이었다.

그는 “엔씨소프트는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다. 김택진 사장은 중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성공 경험이 많은 CEO다. 더욱이 게임업계에서 존경을 받는 분이어서 믿음이 갔다”며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을 주요 시장으로 생각하는 몰튼게임즈가 추구하는 비전과 기획 및 전략이 많은 공감대를 공유해 투자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MMORPG 개발 명가로 명성이 높다. 그렇다면 개발 중인 게임도 MMORPG일까. 그는 “뺄셈을 해보자.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MMORPG나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AOS 장르는 이미 유저가 있다. MMORPG로 친다고 해도 개발 기간 대비 원하는 시기에 나올 수 없다”고 반문했다.

하지만 힌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가 트위터에 공개한 이미지아트를 보면 추정을 가능하다. 공개된 콘셉트 아트는 노란 콧수염을 기른 고블린 전사가 그려져 있다. 중세와 증기가 섞어 있다. 그는 “판타지는 20년 동안 나왔다. 다 반지의 제왕의 세계관이다. 미래형 판타지가 필요한 시기다. 기존에서 볼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다”라고 말한다.

“‘블런더버스' 알파 테스트가 한 달 있으면 한다. 40명 직원이 나뉘어 대결하는 사내 테스트를 하곤 한다”는 그의 말을 들어보면, MMOG가 유력할 것도 같다. 처음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인 것 같다는 분위기도 풍겼다.

■ “감동은 역시 2015년 여름 출시 때 맛볼 것”
인터뷰 중 그는 “홈라운드인 미국이 주요 시장이지만 엔씨소프트 노하우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유통-퍼블리싱을 할 것”이라고 두세 차례 강조했다.

특히 ‘블런더버스'를 부분유료화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물었다. 그는“한국과 중국에서는 부분유료화가 대세다. 미국에서는 부분유료화는 후진 게임이라는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프리투플레이(F2P)' 비즈니스 모델이 모든 온라인 게임이 걸어가야 할 미래다. 우리한테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다시 올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게임사를 창립했다는 그는 “어떤 이는 미쳤다고 생각을 하지만 스릴, 도전이 좋다. 건강한 스트레스가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냉철한 비즈니스의 풍모를 발산하는 대신 뜻밖의 ‘느낌’을 따진다는 말도 던졌다. 그는 “세상사가 다 분석으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4명의 창립 멤버가 고민을 분담하고 ‘느낌’을 합의하고 개발해나가는데 만족스럽게 진행된다. 프로페셔널의 감각이 있다는 실감한다”고 말했다.

‘블런더버스’는 2015년 여름에 출시할 예정된다. 미국과 유럽과 한국과 중국에 동시 출시가 목표다. “미국 회사가 아시아에 진출해 성공한 경우가 블리자드와 라이엇게임즈 등 드물다. 마찬가지로 한국 게임사가 미국에 제대로 진출해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할 경우가 거의 없었다. 2015년 출시될 때 감동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LG에서 시작해 EA-블리자드 북아시아 본부 등 글로벌로 향해 뻗어간 한정원 몰튼게임즈 CEO. 그는 한 달의 반을 샌디에이고에서 보낸다. 그가 그곳에서 쓰기 시작한 글로벌 성공기를 어떻게 완결할지 게임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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