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배틀넷 제한 국제이슈 등장, 네티즌 비난 봇물

온라인 통행금지 셧다운제 "스타크래프트 돌려줘"

블리자드 배틀넷 제한 국제이슈 등장, 네티즌 비난 봇물  

스타크래프트
‘온라인 통행금지’ 또는 ‘신데렐라법’으로 불리는 ‘셧다운제’가 국제 이슈로 등장했다.  

21일(현지시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는 자사의 단일 게임쇼 블리즈컨2011에서 11월부터 한국서 시행하는 셧다운제를 준수하기 위해 구버전 배틀넷의 해당 시간 동안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블리자드사의 온라인테크놀로지 부사장인 랍 브라이덴베커 가 직접 발표한 내용으로 “한국 내 셧다운제 시행에 따라 구 배틀넷 버전의 게임 ‘스타크래프트1’,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등의 해당 시간동안 서비스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  

현재 블리자드가 운영 중인 배틀넷은 구버전과 차세대 배틀넷 두 종류가 있다. 구버전 시스템은 어떤 이용자가 셧다운제 대상 연령인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와 같은 블리자드 인기 게임은 청소년은 물론 성인도 야간에 이용을 금지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황당한 상황으로 인해 대다수 유저들은 셧다운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은 PC방. PC방은 법적으로 5년 전 이미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가 마련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로 PC방에서 수익을 많이 올리는 인기 게임을 즐기는 성인 유저들마저 잃게 돼 큰 재앙이 닥친 것. 성인 유저들은 PC방은 물론 집에서까지 블리자드의 게임들을 즐길 수 없는 아이러니에 어이가 없다는 모습들이다.   

한국 내 입법으로 인해 국제적인 게임이 한국에서만 서비스 제한이 이뤄지는 모양새는 심의 절차로 인해 애플과 구글이 한국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고 있는 것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이 같은 ‘온라인게임 쇄국정책’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판도 거세다. 한 네티즌은 “셧다운제 때문에 이용자 줄어들다가 서버를 닫게 되는 게임이 점점 많아지겠다. 마치 70~80년대 통행금지와 같은 발상이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다니 한심하다”라고 반발했다.  

다른 네티즌은 “밤늦게 까지 일하고 오거나, 퇴근 후에 집에서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한 판 하고 자려는데 아예 취미 생활까지 막겠다는 거냐” “왜 국가가 나서 나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냐”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예견되었다. 셧다운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있는 여성복지부에서 입법해 논란을 거쳐 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이다. 그 실효성은 물론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게임 시간까지 통제한다는 발상에 대해 비난이 들끓은 바 있다.  

당시 영국의 유력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게임에 빠진 아이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는 이해가 되나 이로 인해 한국에서 가장 활기찬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게임 심의 절차가 복잡해서 청소년에게 무해한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애플과 구글은 한국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고 있다”며 게임 심의 절차까지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뿐 아니다. 지난 3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 ‘셧다운제’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한국 국회 법사위에 접수했다. 주 내용은 셧다운제가 부모에게서 자녀에 대한 지도 결정권을 빼앗은 것이며 부모의 교육 및 양육권을 침해한다는 것, 게임뿐 아니라 온라인 산업 이용자 전반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PC방 청소년 출입금지가 5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을 국가에서 관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셧다운제를 도입한 것은 부모의 교육 및 양육권을 침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제적인 게임사이트와의 부작용을 낳게 된 것이다.  

셧다운제는 반대로 해외 수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한국 게임에 대해서도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한국 게임을 즐기기 위해 접속하려 해도 특정시간에는 접속이 불가능한 ‘희극적인 상황’이 생기게 됐다. IT강국은커녕 인터넷문화의 국가 통제라는 비판까지 감수해야 할 지경이 된 것이다.  

네티즌들의 비판 중 “게임 강국에서 셧다운제가 웬말이냐” “이러다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 자체를 못하게 하는 건 아닌가” 등의 목소리가 단순한 기우가 아닌 것은 인터넷 문화나 온라인게임이 글로벌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거기에 맞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발상 때문이다. 

지난 8월 문화연대가 주최한 청소년 정보인권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이사는 “셧다운제는 존폐 위기에 몰린 여성부가 존재명분 및 예산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셧다운제 시행에 맞서 기본권 침해를 호소하는 청소년과 학부모, 그리고 게임업계는 2건의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세계 유일 셧다운제는 2003년 태국에서 실시했다 2년만에 폐기된 바 있다. 그래서 몇 년 후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 뻔한 비현실적인 법안을 지켜보는 것은 씁쓸하기만 하다. 국가의 품격에 관한 문제와 IT 산업 발전에 관한 문제가 일개 정부부처의 이기주의 때문에 휘둘린다면 그것은 국가의 불행이 아니고 또 무엇일까.

20111022 게임톡 박명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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