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검열 지나치다" 의견 나와, 교육권 침해 논란도

IT강국의 역주행, 온라인 통행금지‘셧다운제’  

유신 시절 야간 통행금지는 한국이 독재국가라는 국제적인 비난거리였다. 그렇다면 야간 통행금지를 해제하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놀랍게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최근 그 폭압의 상징이었던‘야간 통행금지’가 부활할 조짐이다. 현실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이 대상이다. 그것도 온라인게임이 타겟이다.  

국회에서 16세 이하 청소년이 자정 이후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되었다.  

소위‘셧다운제’로 불리는 이 법안에는‘아이들을 국가에서 관리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 들어있다. 자녀의 지도권을 국가가 갖겠다는 민주국가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최악의 법안이다. 오죽하면 최근 영국의 유력 주간지‘이코노미스트’까지‘한국에서 게임에 대한 검열제도가 지나치다’라고 비판했을까.  

이코노미스트는“게임에 빠진 아이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는 이해가 되나 이로 인해 한국에서 가장 활기찬 게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게임 심의 절차가 복잡해서 청소년에게 무해한 게임이나 스마트폰 게임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애플과 구글은 한국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고 있다”며 게임 심의 절차까지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뿐 아니다. 지난 3월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셧다운제’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한국 국회 법사위에 접수했다.  

주 내용은 셧다운제가 부모에게서 자녀에 대한 지도 결정권을 빼앗은 것이며 부모의 교육 및 양육권을 침해한다는 것, 게임뿐 아니라 온라인 산업 이용자 전반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한국은 한때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이었다. 그러나 최근‘IT 강소국’으로 불릴 처지에 놓였다. 정보통신에 의한‘미네르바 구속’,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장 이후‘IT의 갈라파고스 군도’라는 말까지 들었다. 개방과 국제적인 룰을 따르지 않고 폐쇄적으로 일관하다 마침내 고립돼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된 섬들을 빗댄 표현이다.

IT강국의 역주행은 스마트폰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언은 무시한 채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생각하며 아이폰 도입을 무려 2년 동안이나 막은 업계와 정부의 공동 작품이다.  스마트폰이 1000만대를 넘어서도 한국의 아이폰의 앱스토어나 구글폰에는 게임카테고리가 아직 없다. 유저들은 홍콩이나 미국 등 해외 앱스토어에 가입해 게임을 다운받는 지경이다.  

물론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용자들의 능력이나 이용횟수로 보면 한국 유저는 여전히 전세계 최상위권이다. 그렇지만 IT강국의 역주행에 나라와 업자도 따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성부는 지난해 11월 입법 발의를 하며“게임은 마약과 같기 때문에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에서 책임져야한다”는 군색한 논리를 폈다.  아이들은 기껏해야 보호대상일 뿐이다. PC방의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금지는 이미 5년 전에 마련되었다. 그렇다면 집에서 인터넷을 하든 게임을 하든 관리하는 것은 국가가 아닌 전적으로 부모들의 몫이 아닌가.  

그토록 아이들을 생각한다면‘입시지옥’속에 허덕이는 청소년들을 위해 취미 활동을 권장하고, 맘껏 뛰어놀 최소한의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게 급선무다. 아이들은 오늘도 아침에 집을 나가 밤11시에 파김치가 되어 귀가한다. 언제부턴가 골목에는 뛰어노는 아이가 없다.  

세계 유일 셧다운제는 2003년 태국에서 실시했다 2년만에 폐기된 바 있다. 그래서 몇 년 후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 뻔한 비현실적인 법안을 지켜보는것은 씁쓸하기만 하다. 자율규제가 아닌 국가통제, 이건 IT문제가 아니라 국격(國格)의 문제기 때문이다.  

박명기 기자 2001.04.23  게임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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