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야구게임 개발 F4] 4. 껑충한 키 ‘엘리트 오빠’ 스타일 김승회 PM

게임 개발자는 딱 봐도 게임을 좋아하게 생긴 스타일에 체크무늬 남방을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고, 헝클어진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다닌다? 큰 오산이다. 주변에 ‘괜찮은 여자는 많은데, 괜찮은 남자는 다 어디 갔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자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갖고 싶은 남자’들이 게임업계에 숨어있다고 말해주자. 화려한 가을야구 시즌을 맞아, 게임톡 여성 황인선 기자가 사심 가득한 기획 인터뷰로 ‘같이 야구장 가고 싶은’ 훈남 야구 게임 개발자 F4의 마지막 주인공을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야구 경기가 없어 한적한 가을을 만끽할 수 있었던 10월 21일, 훈남 야구 개발자 특집의 종지부를 찍을 마지막 꽃남을 만나보았다. 바로 넥슨의 ‘프로야구 2K’ 김승회 PM이다. 기둥이 걸어오는 줄 착각할 만큼 큰 키와 자상한 미소가 돋보이는 ‘엘리트 오빠’ 스타일이다.

실제로도 연세대학교 게임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남다른 스마트함을 보여주는 인재다. 그는 “훈남 기획자라니.. 주변에서 웃을 것 같다”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아침에 아내한테 꾸미고 나간다고 혼났다”며 은근히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프로야구 2K'는 세계적인 굴지 게임사 테이크투인터렉티브의 자회사 2K스포츠가 자랑하는 콘솔 리얼 야구 명품 타이틀이다. 온라인게임으로 2K와 네오플이 공동 개발했고, 넥슨이 지난 5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맡았다. 

김승회 PM을 만나  '프로야구 2K'의 쫄깃한 매력과 푸짐한 9첩 반상(밥, 국, 김치, 장, 찌개, 전골 외에 아홉 가지 찬품을 내는 반상) 같은 재미를 놓고 왕수다(?)를 나누었다.  김승회 PD의 '프로야구 2K'는 물론 할수록 헤어나지 못하는 야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 “게임 연구원 출신, 게임을 학문적으로 접근”

영화 ‘시월애’에서 여주인공 은주는 “세상에는 감출 수 없는 게 세 가지가 있어요. 기침, 가난 그리고 사랑. 감추면 감출수록 티가 나기 때문이래요”라고 말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일 수 있다면 ‘지식’이라 말하고 싶다.

김 PM의 첫 인상은 ‘오빠, 야구에서 도루가 뭐야?’라고 물으면 야구의 역사부터, 전설적 도루의 기록까지 줄줄이 이야기해줄 것 같은 똑똑한 인재st(스타일)였다. 영락없이 야구게임 PM을 될 팔자가 있다는 증명할 듯이 말이다. 

 그는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이후 게임 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게임 심의 정책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게임 문화를 연구하고, 한국 콘텐츠 진흥원(KOCCA)에서 보조일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처음에는 언론을 전공해서인지 ‘아프리카TV’같은 뉴미디어 콘텐츠에 관심이 매우 많았다. 그중 특히 게임 방송에 집중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게임과 뉴미디어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논문 주제도 게임에 대한 내용으로 썼다.”

이후 게임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김 PM은 게임을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주로 연구원으로 일할 때 했던 일은 게임에 뉴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연구원인 만큼 실무적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접근했다. 아마 실무자분들이 보시면 물음표를 던지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실무적 부분으로는 도움이 크게 되지는 않지만, 문화 연구를 하다 보니 실제 유저의 플레이 방식과 소비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가닥을 잡으며 오프라인 유저 행사 때 이벤트 등에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빙그레 어린이 야구단의 노란 실내화 가방 못 잊는다”

그렇다면 그의 겜력(게임력)은 얼마나 될까? “어릴 때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포트리스’, ‘리니지’ 등은 물론이고 콘솔 게임은 거의 다 했다. 특히 스포츠 게임을 좋아해서 새롭게 출시되는 게임은 거의 다 했다. ‘프로야구2K’도 처음엔 콘솔로 만났다. 그래서인지 더 각별하고 내새끼 같다. 친구들과 하던 게임을 더 재밌게 키워서 바꿔야겠다는 생각으로 런칭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이야기했다.

야구 사랑도 대단했다. 김 PM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빙그레 어린이 야구단으로 활동했다. 노란 독수리 실내화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은근히 자랑했다. 그리고 나눠준 지우개를 일부러 책상 한가운데 올려놓기도 했다”며 옛날을 추억했다. 하지만 나이가 한 자리수일 때부터 야구를 사랑했던 그도 개발사인 네오플의 야구사랑(한때 이 회사는 '신야구'라는 온라인게임을 출시한 적도 있다)은 따라갈 수 없다고 한다.

“정말 야구를 사랑한다. 나는 명함도 못 내민다. LG, 롯데 등 골수팬들이 많이 분포했다. 어떤 이는 걸어다니는 역사서다. 선수 이름만 말해도 기록을 줄줄이 꿴다할 정도로 머릿속에 야구 생각뿐이다. 운영자들도 야구를 사랑해서 모두 즐겁게 일하고 있다.”

■ “‘프로야구 2K’는 야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경험 총집합”

김 PM의 자식 같은 ‘프로야구 2K’는 어떤 게임일까? 그는 “올해 5월 출시된 ‘프로야구2K’는 다른 야구게임에서 경험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야구백화점’인 셈이다. “직접 공을 쳐볼 수도 있고, 감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감독, 선수, 관중 세 가지 중 원하는 시점에서 플레이 가능하다. 물론 모두 할 필요는 없지만, 원하는 것을 골라서 할 수 있는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어 “리얼리티를 강조해 진짜 사람이 움직이는 듯한 그래픽도 큰 강점이다. 실제 야구선수의 모션을 캡처해 액션을 구현할 때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병살, 슬라이딩 등의 모션을 다양하게 사용해 지루하지 않게 플레이가 가능하다. 민훈기 해설위원과 이기호 캐스터가 100시간 넘게 녹음한 코멘트도 사실감을 더한다. 같은 상황에서 같은 멘트를 들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꼽았다. “오프라인 유저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중 부모님과 함께 온 아들이 같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야구가 소재인 게임이다 보니 아들과 함께 전략도 구상하고 조언을 해주면서 게임을 즐기는 아버지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김 PM은 “사실 직접 보기 전에 가족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본 이후 경품으로 야구 티켓 등을 많이 지급했다. 게임을 통해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스포츠 게임이 감당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 “유저 입장서 RPG 요소 기획...2014엔 훨훨 날 것”

런칭 프로젝트부터 함께 달려 상용화까지 온 ‘프로야구2K’에서 김 PM의 역할은 이벤트와 행사, 각종 게임 내 콘텐츠 기획이다. 그가 지금까지 기획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지금 생각해도 눈앞이 캄캄한 ‘마이 플레이어 모드’이다. 거의 재런칭을 하는 수준의 기획이었다. 특정 선수 한 명을 선택해 육성하는 방식이다. 즉 내 선수를 내가 플레이하는 것. 만약 1루수인 선수를 택했다면, 시뮬레이션에서도 배치가 가능해 그 방향에서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지금까지 야구 게임에서 없었던 것으로 RPG적 요소를 넣은 도전적인 기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PM이 눈앞이 캄캄해지도록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한 이유는 모두 유저들의 피드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저 행사를 할 때 개선점을 직접 워드로 작성해 프린트해서 제출하는 유저도 있었다. 유저들과 소통을 이어가기위해 노력중이다. 그래서인지 ‘프로야구 2K’는 ‘친절하고 착한 운영자’로 유명하기도 하다.”

유저의 입장에서 생각한 ‘강석구가 간다’와 ‘강석구가 건다’ 이벤트도 있었다. 그는 “‘강석구’라는 운영 담당자분이 있다. ‘강석구가 간다’는 CBT때부터 계속 이어진 전통같은 이벤트이다. 직접 유저가 준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강석구가 건다’는 직접 유저에게 전화를 해서 건의사항을 듣는 이벤트다. 소통의 계기를 만들다보니 강석구씨가 많이 고생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그가 ‘프로야구 2K’에 갖는 목표는 무엇이 있을까? 김 PM은 “2013년은 처음 게임을 런칭한 후 자리를 잡는데 주력했다. 돌아오는 2014년에는 이제 기지개를 펼 예정이다. 새로운 콘텐츠로 무장하고 1위를 한번 노려보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그런 그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이다. 김 PM에게 ‘프로야구 2K’란 어떤 게임일까?

“‘프로야구 2K’는 9첩 반상이다. 모든 것이 들어있는 토털 야구 게임이다. 오직 리얼리티만 살린 게임도 아니고, 매니지먼트만 하는 게임도 아니다. 관중이 될 수도, 감독이 될 수도 있다. ‘답답하면 니들이 뛰어라’란 말도 있듯, 이도저도 안 끌리면 직접 선수로 뛸 수도 있다. 푸짐한 9첩 반상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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