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IT의 신’ 스티브 잡스의 아름다운 퇴장

“애플의 가장 찬란하고 혁신적인 나날이 우리 앞에 있다.” ‘IT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티브 잡스가 2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편지를 통해 애플의 CEO직을 사임했다.

한때나마 IT 관련 담당을 맡았던 필자도 출근 시간 트위터로 그 소식을 들으며 복부를 심하게 강타당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적어도 그는 나에게 ‘IT의 신’이었고 ‘세상을 바꾼 무협지의 최고수 주인공’이었다.

 잡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과 ‘성서 대신 아이패드를 든 애플 최고 경영자’라는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다. 그는 그 연설에서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굳은 의지로 말했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애플의 기업 이념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단어 선택이 청중들의 가슴에 꽂혔다. 

이코노미스트 표지에는 예수의 이미지를 덧씌운 그가 모델로 서서 성서 대신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들고 있다. 전세계 애플 신도로부터 ‘IT의 신’으로 추앙받는 분위기를 반영하고 패러디한 것이다.

잡스는 세상을 다섯 번 바꾼 인물로 평가된다. 애플2, 맥,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가 그것이다. 적어도 잡스=애플 등식이 성립한다고 믿은 한 그의(애플의) 혁신적인 IT 제품은 한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 IT세상의 생활패턴을 바꾸어놓았다.

그는 1976년 스티브 위즈니악과 함께 애플을 설립했다. 애플2와 매킨토시로 명성을 얻었다. 85년 자신이 영입한 펩시콜라 CEO 출신에 사장에 의해 쫓겨났지만, 픽사를 설립 ‘토이스토리’로 3D애니메이션의 새 역사를 썼다. 97년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에 12년만에 복귀, 아이맥과 아이팟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디지털 음악을 통한 앱스토어 시장 개척,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로 모바일 시장까지 석권했다. 올 8월에는 애플 주가가 엑손모빌을 제치고 전세계 시가 총액 1위에 올랐다.

잡스는 ‘윈도우’ 시대를 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검색 영역’을 확장한 에릭 슈미츠 구글 전 대표와 함께 ‘세상을 바꾼 1955년생 동갑내기’다. 이 희대의 삼각편대는 PC, 검색, 모바일 등 40년 동안 IT 세상을 쥐고 흔들었고 바꾸어왔다.

빌 게이츠(2008)에 이은 잡스의 퇴장은 한 트위터의 말처럼 “한 시대가 다시 변곡점을 만나며 변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의 퇴장은 올해 초 병가를 낸 것으로 미루어볼 때 췌장암 수술(2004)과 간 이식 치료(2009) 등 건강상의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잡스의 등식과 ‘CEO 리스크’를 감안하면 애플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또 평생 독신으로 산 깐깐한 워커 홀릭 이미지의 후계자 팀 쿡(현 COO)이 뒤를 잇는다지만 과거의 애플의 명성을 이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정색 터틀넥 티셔츠와 청바지로 상징되는 잡스는 인생 자체가 열정과 도전이었다. 부모에게 버려졌고, 말썽꾼이었고, 우연히 차고에서 조립 컴퓨터를 만났고,대학을 중퇴했고, ‘애플’이라는 개인컴퓨터의 표준을 만들었다. 젊은 시절 승려복을 입고 인도를 떠돌았고, 명상을 즐기고 채식주의자다. 그리고 그 유려한 프레젠테이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당대 최고의 공상가,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로 통하는 잡스는 단지 IT기기만을 만들지 않았다. 창의적인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도입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꿨고, IT기기를 산업디자인의 차원으로 바꾼 애플의 영혼이었다. 마치 신의 손길이나 마법처럼 말이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잡스의 아름다운 퇴장을 보면서 한 네티즌의 ‘잡스의 성서’ 중 한 대목이 떠올랐다. 성서를 비유한 Mac OS X 창세기 1:1~1:15라는 글이다.

‘1:1 태초에 잡스신께서 애플을 창조하시니라. … 1:14 잡스신이 이르시되 OS X에 패밀리가 있어 데스크톱과 아이폰을 나뉘게 하고 그것들로 데스크톱과 모바일 컴퓨팅을 이루게 하라’
박명기 기자 일간경기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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