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연휴 속 생활 리듬-스마트폰 배터리-롤 서버 폭발-조카-대리 랭킹 위험 조심

2년간 고생한 보람이 있다. 2011년 일-월-화에 이어 2012년 토-일-월이었던 추석 연휴 참사를 지나 드디어 수-목-금으로 주말까지 총 5일을 쉴 수 있는 꿀 같은 황금연휴를 맛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꼭 연휴가 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래 쉬는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휴가 될 수 있으니, 추석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5가지를 상상하며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우선 오랜 연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일은 생활리듬이 깨지는 것이다. 동료 기자 중 한 명은 여름휴가를 다녀왔지만 피곤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이유를 물으니 ‘도타2’를 정복하겠다는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삼일 밤낮을 꼬박 새느라 생활리듬이 엉망이 된 것이다.

▲ tvN '코미디빅리그' 프로그램 '게임폐인' 코너 중 캡쳐
물론 밤에 먹는 라면이 더 맛있는 것처럼 새벽에 하는 게임이 더 짜릿하다. 기자 역시 대학생 시절 ‘6시 내고향’ 프로그램과 함께 게임을 시작해 새벽 3시 점검과 함께 게임을 마치는 야행성으로 한 달 남짓 생활한 적이 있다. 완전히 밤낮이 뒤바뀌어 개학 후 한참을 고생한 기억이 있다. 5일이면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9월의 마지막을 초췌하게 장식하기 싫다면 추석 동안 생활 리듬을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는 바로 스마트폰 배터리다. 군인이 전쟁터에 나갈 땐 총알을 빵빵하게 챙겨야 한다. 귀성길 꽉 막힌 도로 위 지루함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마트폰 게임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넘치도록 빵빵하게 충전해 가야 한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배터리가 나가는 일은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것만큼이나 절망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가는 것도 좋지만, 산에 오를 때는 옆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일이듯 꽉 막힌 도로 위를 운전하는 운전자에게는 정신없는 조수석보다 조용한 뒷좌석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세 번째로 현재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의 서버 폭발을 들 수 있다.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듯 멈출 줄 모르고 터지는 롤 서버 때문에 한 친구는 페이스북에 ‘현재 지구상 최고의 폭발물은 롤 한국 서버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업계의 대목인 추석. 긴 연휴인 만큼 오랜 시간 플레이하겠다고 마음먹고 PC방으로 향하는 소환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서버 불안정의 위험도 커진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한 시간 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다 멘붕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가 필수다.

또한 명절이 되면 카드 명세서보다 무서운 이름이 있다. 바로 ‘사촌 동생’과 ‘조카’다. 이상하게 조카들이 만지기만 하면 왠지 컴퓨터가 느려지고, 안 뜨던 팝업창이 뜬다. 한국 모든 조카들이 가진 능력인 것으로 보아 ‘종특(종족 특성)’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여기에 “나 이거 줘” 스킬과 결합되면 크리(치명타)가 터지기도 한다.

한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랑 엑스박스가 나오고 얼마 안돼서 사촌들이 집에 놀러왔는데 둘 중에 하나 달라고 울고 떼쓰고 난리를 쳤다. 절대 안된다고 했더니 어른들이 ‘넌 나이가 몇인데 게임기 가지고 애를 울리고 그러냐. 하나 줘라’라고 했다. 그래서 하나에 40만~50만원이라 했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래도 많이 했잖아. 애들 하나 줘라’라고 해서 ‘그럼 차 많이 타셨을 테니 저한테 좀 주시죠’라고 받아쳤다”며 자신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추석 당신의 소중한 게임기가 끌려가지 않도록 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게임 랭킹’이 있다. 꼭 집안에 한 명쯤은 스마트폰 게임에 능한 걸출한 인재들이 있다. 지난해 추석의 경우 ‘애니팡’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막 결혼해 시부모님 댁에 간 한 새댁은 한 커뮤니티에 “시어머니께서 옆집 아주머니는 항상 애니팡 랭킹이 자기보다 높다며 자존심 상해하시기에 대신 깨드렸더니 매우 좋아하셨다. 애니팡 덕에 어머니께 점수 좀 땄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특히 말랑말랑한 뇌와 재빠른 손까지 가진 어린 애들은 절대 이길 수 없다. 순위에 있는지 없는지, 심지어 게임을 하는 줄도 몰랐던 사람이 추석 연휴 때 갑자기 1위를 치고 올라와 ‘자랑하기’를 보낸다면, 대리 랭킹을 의심해볼만 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은 풍요로운 날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 무리하게 달리는 대신 요리를 도와준다면 분명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이야기도 좀 나누고, 게임방에서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고향 집도 한 바퀴 둘러본다면 새삼 추석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카들에게 쿨하게 컴퓨터도 한번 양보해주고, 엄마의 스마트폰 게임의 랭킹도 올려주며 2년 만에 돌아온 만큼 더욱 풍요로워진 축제를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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