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 오바마 암살’오보와 신상털기의 덫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암살됐다." 전세계를 잠시나마 '얼음 땡'으로 만든 이 글은 지난 4일 해커들이 폭스 뉴스의 트위터 계정을 탈취해 올린 거짓 글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암살 오보 소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전 지구촌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뉴스였다. 그 내용도 구체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이오와 로스 식당에서 캠페인을 벌이던 중 두 발의 총성을 맞았다"는 것을 포함한 6건의 허위 메시지가 올려진 것.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타블로이드 신문이 실종 후 살해된 소녀의 휴대폰을 사설탐정을 고용해 음성메시지를 해킹한 사실로 온 영국이 떠들썩하다. 

맨유 축구선수 라이언 긱스의 불륜을 폭로해 주가를 올린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불법 해킹은 왕실 인사를 비롯, 유명여배우, 전직 총리, 7.7 테러 희생자 등 그 범위가 광범위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흔히 해킹은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 침입해 정보를 빼내고, 그 정보로 이익을 취하거나 파일을 없애버리거나 전산망을 마비시키는 것을 말한다. 

해킹의 악의적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남의 휴대폰 음성메시지나 소셜네트워트'(SNS) 계정을 해킹해 허위 메시지를 띄우는 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기나 소통방식의 변화에 따른 발빠른 대응전략의 진화라고나 할까. 

경우는 다르지만 ‘신상털기’ 또한 가끔씩 엄청난 사회적인 파장을 야기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몰염치한 행동의 동영상'이나 '망언'의 주인공이 되어 공개되면, 스스로 정의의 사도나 네티즌 수사대를 자칭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표적이 된 사람의 개인신상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소위 ‘신상털기’를 행한다. 

신상털기는 빛과 그림자가 혼재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 신상을 공개해 사회적으로 매장 또는 모욕을 주자는 긍정적인 취지가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신상정보를 허위로 유출해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기도 한다. 죄인의 신상도 보호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가 있는데 인권보호차원에서도 개인정보 유출은 안된다는 반론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여대생 이모씨의 황당함도 그런 경우다. 이모씨는 웹서핑을 하다 자신의 성형전후 사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자신의 미니홈피에만 올려진 사진을 누군가 무단으로 캡처해 유포시킨 것이다. 스마트폰 대중화로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찍고 이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시대라 '신상털기'의 사례도 그만큼 늘고 있다. 

해킹과 신상털기가 당사자뿐 아니라 당사자의 친구와 가족들까지 만신창이로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당한 접근 권한이 없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물린다는 법이 이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파력을 갖고 삽시간에 퍼지는 온라인에서는 항상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해킹이나 신상털기는 아무도 모르게 한 사람의 개인 신상은 물론 영혼까지 도둑질하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 중 신상털기의 경우 네티즌 수사대의 정보가 상당부분 본인의 선택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노출된 정보일 경우가 많다는 점이 다르다.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자기도 모르는 기록-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나 카페, 게시판 등-때문에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노출되고 명예훼손까지 당할 수 있다. 자신의 덫에 자기가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지난달 23일 SNS에 반기를 든 유명인이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과 이 회사의 CEO 마크 저크버그에 관한 영화 '소셜네트워크'의 각본을 쓴 애런 소킨과 이 영화의 주인공 제시 아이젠버그가 모두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소킨은 "트위터가 빠른 건 인정하지만 깊이가 없다. 인생은 단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시 아이젠버그도 "영화가 제작될 때 페이스북에 가명으로 가입했으나 페이스북이 친구 권유로 보내주는 인물들 가운데 내 여동생의 고교 때 친구가 포함된 것을 보고는 재빨리 탈퇴했다"고 했다. 

해킹이든 신상털기 등 불의를 보면 참지 말아야 하는 것, 정의로운 것은 좋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정의가 정의롭지 못한 것과 동의어가 되고 만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박명기 기자 20110708 일간경기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