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뷰 비카톡게임 4] 슈크림같은 물과 귀요미 펭귄, 2% 부족한 센스

게임톡은 '카카오톡 게임하기'가 게임판을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非) 카카오톡 게임으로 게임성과 재미, 주목을 받고 있는 '나홀로' 위상을 잡고 있는 게임들을 기자가 직접 플레이하며 리뷰로 조명한다. 지난주 NHN 엔터테인먼트의 ‘드래곤프렌즈’에 이어 네 번째로 소개할 게임은 젬스푼의 ‘와들와들 펭귄즈’다. <편집자 주>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가장 사랑받는 게임 장르는 ‘퍼즐’이다. 이런 퍼즐류 게임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계란프라이’가 아닐까 싶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고, 요리하는 시간도 적게 들면서도 결정적으로 맛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게임도 이런 계란프라이처럼 플레이 방법도 쉽고, 짧은 시간동안 즐길 수 있으면서 재밌다는 장점 때문에 오랜 기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게임 장르다. 하지만 이 프라이나 저 프라이나 비슷하듯, 비슷비슷한 게임에 조금씩 지쳐가는 유저들에게 사슴 모양 계란프라이처럼 참신한 게임이 나왔다. 바로 젬스푼의 ‘와들와들 펭귄즈’다.

2012년 11월 부산에 설립된 신생 인디 게임 개발사 ‘젬스푼’(대표 김성완)의 처녀작인 ‘와들와들 펭귄즈’는 쉽고 간단한 퍼즐이다. 하지만 기존의 팡류와는 다르게 참신한 게임 방식으로 별다른 광고 없이 국내 앱스토어 퍼즐 게임 순위 6위까지 올라갔다. ‘와들와들 펭귄즈’의 참신하면서도 맛있는 매력을 리뷰를 통해 살펴보자.

■ “아이 혼자가 아니라 가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최근 우연히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나무에게 받기만한 소년과 소년에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준 나무의 이야기는 어릴 때와는 다르게 다가왔다. 5살에게 나무는 그저 ‘착하다’라는 느낌이었다면, 25살에게 나무는 ‘헌신하면 헌신짝된다’는 명언과 함께 4년간 대학 등록금을 내준 부모님 생각까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동화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어른들에게도 큰 의미와 교훈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와들와들 펭귄즈’는 동화 같은 게임이다. 귀여운 펭귄 캐릭터와 간단한 게임 방법은 처음 볼 때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난이도가 있어서 어른들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매우 간단하다. 아기 펭귄들이 엄마 펭귄에게 무사히 도착하도록 얼음길을 깔아주는 것이다. 차가운 물을 뿌리면 얼음이 얼고, 뜨거운 물을 부리면 얼음이 녹는다는 간단한 원리만 안다면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아기 펭귄들이 걷는 속도와 얼음이 어는 시간, 녹는 시간을 계산해서 아기 펭귄들의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원리는 간단해 아기들도 할 수 있지만, 25살 먹은 기자도 얼음길을 잘못 깔아 아기 펭귄들을 모조리 물에 빠트리기도 했다.

따라서 엄마가 아이에게 게임을 켜주고 설거지를 하러 가버리는 게 아니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엎드려서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이 훨씬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 “슈크림같이 말캉말캉한 '물'과 거부할 수 없는 '펭귄'"

‘와들와들 펭귄즈’를 플레이하며 가장 눈이 갔던 것은 ‘물’과 ‘펭귄’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물 물리엔진으로 말캉말캉하면서도 부드럽게 찰랑거리는 슈크림 같은 물이 자연스럽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얼음이 얼고 녹는 원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물’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인디 모바일 게임사지만 물이 갖는 중요한 역할을 감안해 직접 엔진을 개발했다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다. 진짜보다 더 사실적인 물의 움직임으로 볼 때 젬스톤의 도전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펭귄’은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의 동물이다. 동글동글한 몸매에 호기심 많은 얼굴과 짧은 날개와 다리로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로 귀엽다. 게임 속 펭귄의 모습도 정말 귀엽게 표현되었다.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인기 무료’나 ‘최고 매출’처럼 ‘귀여움’ 카테고리가 있다면 분명 상위권을 기록했을 것이다. 기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본 친구는 반응속도 0.1초만에 “아 귀여워”라며 감탄했다.

‘와들와들 펭귄즈’의 그래픽은 손으로 그린 따뜻한 느낌은 게임 속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이라는 소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만화같은 그림체는 어린 아이들도 거부감 없고, 어른들도 피곤함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따라서 엄마와 아이가 게임 속 펭귄들처럼 사이좋게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깨알 같은 요소를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와들와들 펭귄즈’를 후원한 사람들의 이름이나 닉네임이 랜덤하게 뜬다는 것이다. '와들와들 펭귄즈'는 사실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해 성공한 게임이다. 국내 인디 게임의 크라우드 펀딩 모금의 초기 사례로 개발 전부터 성공 여부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게임의 시작 화면, 레벨 선택 화면, 아기 펭귄들이 보석을 먹었을 때 등 나오는 이름 때문에 처음엔 보석 이름이 ‘송길섭’, ‘안일범’ 인줄 알고 ‘보석 이름이 참 독특하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게임 개발의 도움을 받은 ‘와들와들 펭귄즈’의 센스 있는 감사 표시이다.

■ “섬세한 센스가 2% 부족했던 펭느님”

‘와들와들 펭귄즈’는 외모도 번듯하고, 똑똑하고, 성격도 좋지만 옷을 잘 못 입는 남자 같다. 한마디로 약간의 센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게임의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뜨거운 물이 나오는 물총과 차가운 물이 나오는 물총을 사용할 때 손의 동선이 필연적으로 꼬인다던지, 종종 엉뚱한 물총이 눌린다던지, 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올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펭귄들이 얼음길 위를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데 너무 느려 한참을 기다려야 하거나, 이마저도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라서 엄마의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기다려야 할 때,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결정적으로는 얼음길을 잘 만들지 못해 펭귄이 바다로 떨어졌을 경우, 물에 빠진 펭귄이 사라지는 것도 슬펐지만, 더욱 충격을 받은 것은 따로 있었다. 상단에 표시되는 아기 펭귄들의 생명력 중 하나가 새카맣게 변했기 때문이다.

마치 담뱃불로 지지거나 호적에서 판 듯한(?) 까만 자국을 볼 때마다 ‘언니가 부족해서 미안해..’라며 게임을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해야 했다. 특히 보석을 먹기 위해 무리해서 얼음길을 만들었다가 펭귄들이 빠지기라도 한다면 ‘아..내가 보석하나 때문에 펭귄을 죽였어’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지난 8월 초 업데이트를 통해 젬스푼도 ‘물총 조작’의 어려움이나, 아기 펭귄의 걸음 속도 등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성적인 섬세함은 조금 부족하다는 평을 하고 싶다.

뽀로로가 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으로 아이들을 이해시켰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입식으로 이해시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의 자연스러움은 ‘섬세함’을 기반으로 한다. ‘와들와들 펭귄즈’가 펭느님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섬세함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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