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 ‘K팝’의 파리침공과 유튜브가 만든 자발적 한류

아이돌그룹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K팝이 이틀 동안 1만4000명의 관객 매진을 불러모으며 성공적인 파리 무대 데뷔를 마쳤다. ‘코리안인베이전’이란 말도 등장했다.

K팝은 한국의 대중가요를 칭한다. 코리안인베이전은 비틀스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그 강도가 침공에 가깝다고 해 ‘브리시티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으로 쓰였던 용어를 차용한 신조어다.

그만큼 지난 10~11일 한국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 5개 K팝 그룹의 파리공연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입국만으로도 프랑스 드골공항이 장사진을 친 모습을 보면서 어느 누가 놀라지 않았을까.

공연을 찾은 팬들은 공연시작 4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극성팬은 공연 전날부터 찾아와 밤을 새웠다. 팬들도 프랑스뿐만 아니라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 세르비아 등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현지인이 98%였다.

재미있는 건 ‘K팝 신드롬’이 유럽을 강타한 이유가 대단한 마케팅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로 유통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팬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전세계 어디서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실제 폭풍 열기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다. 모두 유튜브 동영상으로 자연스럽게 팬이 된 자발적 한류였던 것이다.

SM은 2009년부터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공식 채널을 만들어 소속 가수들의 소식과 노래를 동영상으로 소개해오고 있다. SM 소속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를 통해 지난해 6억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조회 수만 4억 건에 이른다. 올 연말까지는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12억 건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1일 유튜브의 SM 공식채널을 통해 업로드 된 샤이니와 f(x), 소녀시대의 공연영상은 다음날 프랑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본 동영상 13~15위에, 팬들이 직접 찍은 공연영상은 최다 즐겨찾기 영상 20위 내에 7건이 랭크됐다(13일 기준). 이 같은 수치는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의 진단처럼 "워크맨시대에는 가사와 멜로디가 위주인 J팝이 떴지만 음악을 비주얼로 즐기는 유튜브 시대에는 K팝이 대세"인 세상의 한 상징이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영상으로만 접하던 스타들의 무대가 눈앞에 펼쳐지자, 폭발적인 환호를 보내며 무대를 즐겼다. ‘고마워’, ‘사랑해효’, ‘우리에게 피자 말고 슈퍼주니어를 달라’등 서툴지만 재미있는 한국어와 태극기도 등장했다. 멤버별 사진과 이름이 담긴 각양각색의 플랜 카드와 태극기를 활용한 응원도구, 한국어 가사와 응원법까지 따라하는 것을 보면 마치 프랑스 파리가 아닌 한국 또는 아시아의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한류 관련 미국의 한 동영상 검색사이트의 경우 올 3월 사이트 방문수가 갑자기 40% 증가해 깜짝 놀랐단다. 조사해보니 늘어난 트래픽 대부분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쪽이었다.

현재 업계에서는 많게는 유럽 인구의 3~5% 정도를 한류문화에 친근감을 보이는 잠재적 팬으로 보고 있다. 인구 5억 명 중 최대 2500만명이 한류팬이 된다면 한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유럽의 한류팬이 되는 것이다.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는 “K팝은 이웃 일본과 중국 사이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는 한국을 세계에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논평했다. 자동차와 전자 이미지만으로 존재했던 한국이 문화의 옷을 입은 것이다.

그동안 SM 해외매출의 80~90%가 일본이었음을 감안하면 ‘파리혁명’은 한류가 북서풍을 타고 유럽까지 뻗어나간 유튜브 인베이전이라 할 만하다. 유럽 한류의 미래는 오로지 유튜브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나는 음악과 화려한 춤을 혼합한 한국 아이돌그룹의 댄스팝은 이 시대 최고의 영상콘텐츠다. 음악을 시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계속되는 한 한류콘텐츠의 인베이전은 달나라를 넘어 우주까지 뻗어나갈지도 모른다.

박명기 기자 일간경기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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