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 '나가수 임재범'에 열광하는 진짜 이유

그야말로 ‘임재범 신드롬’이다. 가수 생활 25년 만에 첫 예능프로인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에 출연한 가수 임재범 얘기다.

그는 지난 1일 첫 방송에 출연했다. 이후 한 주 동안 구글 웹검색 전체 1위에 올랐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어디 가나 화제였다. 처음에는 딸을 위해 이 프로에 출연했다는 사연이 팬들의 가슴에 불을 붙였다. 이어 애절한 아내의 암투병 소식이 전해졌고, 그가 원로 아나운서 임택근의 아들이라는 것과 배우 손지창이 이복 동생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됐다.

그의 남성성을 자극하는 거친 음색과 소름 끼치는 ‘미친 가창력’도 팬심을 흔들었다. 11년 전 발매한 그의 베스트 앨범은 ‘나가수 효과’에 힘입어 며칠 만에 7000장 이상이 팔려나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가 방송에서 부른 자신의 히트곡 ‘너를 위해’와 선배가수 남진의 ‘빈잔’ 등은 조횟수와 음원다운로드에서 단숨에 상위권에 휩쓸었다. 심지어 출연도 하지 않았는데 10년 전 노래가 모 음악 프로그램의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현재 오디션 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슈퍼스타K’ ‘오페라’ ‘위대한 탄생’ 등 많은 서바이벌 음악 프로가 앞다퉈 생겨나는 가운데 임재범의 상상을 초월한 인기는 분명 특이한 현상이다.

왜 팬들은 임재범에 열광할까. 하나의 사회현상이 된 ‘오디션 붐’에 대해 어떤 사회학자는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치열한 생존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독특한 진단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임재범 신드롬’은 이 사회에 목말라 있는 ‘스토리텔링’에 대한 갈증이 낳은 사회현상이 아닐까 싶다.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와 탈락을 놓고 벌이는 아슬아슬한 오디션의 묘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쓰나미급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가수다’와 유사한 오디션 프로지만, 내용이 다른 ‘위대한 탄생’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나가수는 실력파 가수들이 출연해 실력대결을 펼친다. 위대한 탄생은 가수 지망생들의 오디션이다. 단순 비교가 힘들겠지만 신드롬의 배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위대한 탄생’ 출연자 중 중국 연변청년 백청강, 캐나다에서 온 셰인, 가난한 연극배우 손진영 등은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구가한다. 오랫동안 그룹 ‘부활’의 리더였지만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최근 예능프로 출연으로 ‘국민할매’로 불리는 김태원이 심사위원인 것도 이들의 인기를 뒷받침한다.

김태원이 멘토(스승)가 된 소위 ‘외인구단 3인방’은 가창력 논쟁에도 불구하고 빅4에 이르기까지 탈락자가 없었다. 그 이유를 놓고 “김태원에 대한 인기투표다”, “심사위원들의 역할이 뭐냐” 등 뒷말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무명들의 스타도전기인 ‘위대한 탄생’에서는 노래도 노래지만 그들의 삶, 살아온 인생 역정이 보통 사람의 가슴을 더 파고든다. 그것이 심사위원들의 악평이나 독설도 전화 투표하는 팬들에게 맥을 못추는 진짜 이유가 아닐까.

임재범이 목에 건 값싼 이어폰이 팬심을 흔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변 사투리를 쓰는 백청강의 감춰진 슬픔과 열정이 감동을 연출한다. 한국에 온 조선족들이 백청강에게 열광적인 투표를 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무관하게 말이다.

현재 글로벌 IT업계의 슈퍼스타는 누가 뭐래도 애플이다. 아니 애플 CEO 스티브 잡스다. 버려진 자식이었고, 대학 중퇴자고, 한때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던 사나이. 불교신자이고 채식주의자인 잡스는 애플PC,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세계를 장악했다.

삶 자체가 ‘스토리텔링’인 그의 철학은 ‘단순히 기계만 파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판다’이다. ‘다르게 생각하라’ ‘해적이 되자’는 애플의 캐치프레이즈처럼, IT든 노래든 진정한 감동은 역시 ‘스토리텔링’에서 나오는 것 같다.

박명기 기자 20110520 일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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