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트위터로 세상과 소통? 가족 불통부터 챙겨라

계절의 여왕 5월이다. 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고 하늘은 푸르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어린이, 부모, 스승을 의무적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달이기도 하다.

해마다 이맘 때면 늘 생각나는 말이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을 비유한 농담 아닌 농담 말이다. "태어날 때는 1촌, 이성 친구가 생기면 4촌, 결혼하면 사돈의 8촌, 자기 자식 낳고 나면 해외 동포가 된다."

흔히 가족을 ‘우리가 돌아갈 수 있는 영원한 안식처’라고 말한다. 쌀로 밥해 먹는 소리지만 현실 속 가족은 다 같은 모습이 아니다. 제 아무리 비둘기 가족도 들여다보면 불화와 대립, 엇나감과 삐그덕거림, 불통 등이 채마밭의 잡초처럼 하나 둘씩 끼어 있다.

최근 이 같은 불통의 원인 중 하나로 SNS(소셜네트워크)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은 ‘트위터를 매일 하는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빨리 애인과 헤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결혼 신청하는 이성 친구에게 가족이 아니라 ‘나의 팔로어(트위터 구독자)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상황이 안 나오란 법이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스마트 문명의 총아’ SNS는 5년 전 뉴욕타임스에서 ‘거의 1초에 하나꼴로 생겨난다’고 한 블로그를 확실히 대체중이다. 페이스북의 전세계 가입회원은 6억명이고, 트위터가 2억명이다. 이제 모든 이슈나 뉴스, 관심사가 이 거미줄 같은 망을 타고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말이다.

기업들도 너도나도 트위터, 페이스북 마케팅에 뛰어든다. 과연 이전 블로그 붐과 판박이다. 뉴욕타임스 기사 중 ‘블로그를 통한 정보 흐름의 변화가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문화가 되고 있다’ 중 블로그를 SNS로 바꿔도 무방할 정도다.

시간과 공간 구분없이 실시간으로 어디서나 대화하고 소통하다 보니 ‘트윗중독’, ‘페이스중독’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트윗질 삼매경’으로 인해 손가락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마저 나온다. 4.27재선거의 분당을 손학규 승리나 오사바 빈 라덴 피격 당시 트위터 생중계 특종처럼 ‘핫이슈를 놓칠 수 없다’는 조바심까지 부추기는 게 SNS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생판 모르는 사람도 여섯 단계만 거치면 알게 된다"는 오프라인의 네트워크 법칙마저 바꾸어버렸다. 단계를 생략하고 곧바로 친구맺기를 하고, 소통도 휴대폰 당일 개통처럼 신속하고 즉각적이다.

요즘 스마트폰 세대는 실제 부모·자식 간보다 SNS에서 만난 친구들이 더 친숙하다는 말도 들린다. 정보든 뉴스든, 공통의 취미든 모든 걸 리얼타임으로 얻고, 나눌 수 있게 해주니 사이버 1촌이 실제 1촌보다 못할 게 뭐냐 싶다.
 

영어로 친구는 세 단계로 구별된다. 친구(friend)-좋은 친구(good friend)-진짜 친구(true friend)다. 한국의 아버지들은 아들에게 “죽어서 네 관을 짊어지고 갈 네 명의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 친구가 영어의 ‘진짜 친구’에 해당될 것 같다.

그렇다면 스마트 시대의 그 많은 SNS 친구들은 과연 부모-가족 같은 1촌이, 관을 매줄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SNS 친구가 제 아무리 친숙할지언정 피붙이처럼 늘 가까이 있는 존재로서의 가족이나 진짜 친구를 대체할 수는 없다. 꽃이 지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함께 울어주는 게 가족이고 친구니까.

참, 혹시 당신은 집에 돌아와서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만 매달려 있지는 않은지. 한때 유행했던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의 가족처럼 밥상머리의 대화마저 뚝뚝 끊기고 있는 건 아닌지.

“아빠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세상과 소통(疏通)하면서 왜 가족과는 불통(不通)해?” 가정의 달 5월, 딸에게 이런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 이달이 가기 전에 아이들과 비눗방울 놀이나 가족사진 찍기라도 해서 그 사진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박명기 기자 일간경기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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