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e스팟] E3, GC, TGS 그리고 지스타, 지상최대의 게임쇼

거창하게도 세계 3대게임쇼를 지향한다는 한국게임전시회의 자존심 지스타(11월 18~21일)의 부스추첨 행사가 지난 주 끝났다. 지난해 블리자드와 마주보고 있어 손해를 본 NHN과 블리자드는 올해 가장 멀리 떨어졌다. 전시장 정 중앙은 전통적으로 넥슨이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위메이드가 꿰찼다.

본디 게임쇼의 출발은 콘솔게임의 신작발표회에서 비롯되었다. 전세계적인 유통망이 형성되기 이전에 각국의 많은 게임 관계자들은 게임전시장에 가 신작 발표를 보고 수입 목록을 체크하거나 신작의 흥행을 점치며 신기술과 진전된 주제, 그 해의 트렌드를 논하곤 했다. 일종의 장터였고, 정보 교환소였고, 미래를 점쳐보는 게임인들의 축제장이었다.

그러던 것이 콘솔게임의 정체와 온라인게임의 성장으로 그 정체성이 흔들렸다. 미국의 E3가 B2B(업계행사)로 축소되고, 콘솔게임의 정수로 통하던 도쿄게임쇼도 애니메이션과 합종연행했던 것이 근자의 흐름이었다. 유럽의 경우 온라인게임을 강화한 게임스컴(GC)이 게임컨벤션을 누르고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차이나조이 또한 글로벌 게임 강자로 부상 중으로 자국 게임목록을 강화하며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올해 6회째를 맞는 한국의 토종게임쇼 지스타도 점차 성숙기에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스타가 글로벌로 도약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게임’ 중심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 빅3로 통하는 EA나 소니, MS(닌텐도는 도쿄게임쇼도 불참하니 제외) 등 콘솔게임업체들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있다. 참가해봤자 그닥 이익도 없고, 한국에 콘솔게임은 마니아틱한 유저만을 거느리고 있어서다.

이 같은 여건의 불리함은 게임쇼의 출발점인 ‘신작발표장’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온라인게임만을 상대로 하는 게임전시회라는 성격의 차이가 낳은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게임은 콘솔게임처럼 신제품을 한꺼번에 소개하고 또한 신기술과 트렌드를 한꺼번에 보여줄 만한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일면 타당하다.

온라인게임은 실제로 온라인을 통해 유저들과 직접 상대한다. 지구촌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홈페이지에만 접속하면 언제든지 그 게임에 대해 게임정보와 출시일정, 유저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 수가 있다. 더욱이 알파버전부터 마케팅에 들어가서 클로즈베타서비스, 오픈베타, 상용화까지 버전이 상시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유저와 소통하며 고쳐나간다. 그러니 딱히 게임쇼와 궁합이 맞는 것은 아니리라.

▲ 지스타 2009는 처음으로 수도권을 떠나 부산에서 치러졌다.
글로벌 업체 참여저조 불구하고 자체 역량은 날로 성숙

지스타엔 글로벌 빅3는 언제나 빠졌다. 이런 한계는 앞으로도 쉽게 극복하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중국게임의 시장성과 성장성으로 인해 차라리 차이나조이의 성장속도가 지스타를 앞지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꾸준이 제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명성을 수시로 강조하면서 ‘온라인게임 전시회’ 지스타를 범국가적으로 지원해왔다. 지난해 수출 15억달러를 달성한 문화콘텐츠의 핵심이고, 여전히 글로벌 온라인게임의 최강자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게임쇼에 대한 인식변화도 지스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같다. 올해 E3(6월 15~17일)는 본래의 B2C(유저 대상)로 돌아왔고, 도쿄게임쇼(9월 16~19일)도 단독으로 게임쇼의 위상을 강화했다. 차이나조이(7월 29일~8월 1일)는 비록 저가 MMORPG 물량을 쏟아냈지만 날로 발전하고 있고, GC(8월 18~22일) 또한 유럽 최대의 쇼로 거듭나고 있다. 여러모로 게임전시회들이 다시 각광받는 추세다.

올해의 부스 추첨을 보면서 지스타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지스타의 숙원사업이었던 지스타와 대한민국게임대상이 처음으로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열리게 됐다. 8월 말까지 접수한 업체는 NHN, 넥슨, 엔씨소프트, 위메이드, 블리자드, 엑스엘게임스, 네오위즈게임즈, 한빛소프트, 엠게임, LNK 등이다.

태평양을 향해 열려있는 항도 부산은 올해는 더 많이 열렸다. 올해의 주제도 "게임 그 이상"이다. 영화(부산국제영화제)와 e스포츠(광안리 프로리그 결승전)의 종가로 이미 이름이 높았는데 지난해 지스타를 통해 젊은이들이 즐기는 첨단 게임도시라는 이미지 그 이상을 만들어냈다.

올해 부산 지스타에가 열리는 벡스코에는 대한민국게임대상을 통해 더욱 많은 게임인들이 모일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보다 더 많은 게임 얘기가, 그리고 게임인들의 교류가 이어질 것이다. 올 11월 부산은 게임인들의 진정한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세 달, 10월 15일까지 추가로 참가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그때까지 게임인들이 지스타를 옥동자로 탄생시키는데 전력을 다하기를 기대해본다.

박명기 기자 플레이포럼 201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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