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인터뷰]조원영 게임로프트 코리아 대표

▲ 조원영 게임로프트 코리아 대표
[게임톡] 그를 만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4년 전 도쿄게임쇼에서 그가 주선한 세계 최고 모바일게임사인 게임로프트의 미쉘 길모어 CEO와의 인터뷰다. 당시 모바일게임으로만 30년 한길을 걸었던 이 프랑스인 CEO는 “닌텐도나 PSP, 엑스박스 등 가정용 및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스마트폰에 의해 철저히 밀려날 것”이라는 급진적인 예언을 했다.

당시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의 예언은 소름끼치도록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길모어 CEO는 “휴대성과 그래픽, 저장 공간과 인터넷 등에서 스마트폰이 완벽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인터뷰를 주선했던 조원영(43) 게임로프트 코리아 대표. 3년 만에 그를 만났다. 차분한 말투에 친절한 모습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모바일 환경 속에 누구보다 빠르게 스마트폰 게임 시장을 준비해왔던 게임로프트. 그에게서 모바일게임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살짝 들어봤다.

■ 길모어 CEO에게 배운 것, ‘VISION’
게임로프트를 제대로 알려면 먼저 그와 미쉘 길모어 CEO와의 만남을 떠올려보는 것이 좋다. 전에 들었던 얘기지만 다시 들어도 참 배울 게 많다.

▲ 미쉘 길모어 게임로프트 CEO.
“7년 전 파리에서 길모어 CEO와 면접을 봤다. 보통 인터뷰에선 ‘매출 얼마 벌 것 같아요’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아니었다. ‘5년 후, 10년 후 게임로프트 코리아가 어떤 위치에 올랐으면 좋겠나’라고 물었다. 매출액이 아니라 VISION을 물어왔다.” 그는 그때가 자신의 운명의 순간이었다고 했다.

게임로프트는 지금 VISION을 향해 질주하고 있을까. 그는 “사실 몇 년 간 위기였다. 그런데 애플과 스마트폰이 살려주었다. 현재 게임로프트는 하루 50만 유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모든 단말기에 최적화한 게임을 나라별-기종별 200개 버전으로 만들어온 노하우가 이제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게임로프트 코리아는 몇년 전 직원의 3분의 2를 내보내야 했던 참담한 시기가 있었다. 바로 위피(WIFI) 때문이었다. 2005년 국내 시장보호와 세계 시장 석권을 꿈꾸며 시대착오적인 정부 통제, 위피 의무화에 나섰지만, 위피 플랫폼은 이통사들의 배만 불렸을 뿐 아이폰 도입 유예 등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위피 플랫폼의 폐쇄성과 실패를 보며 조 대표는 본사와 협의해 2007년 말 “이제 피처폰은 100전 100패”라며 죽어가는 시장을 과감히 포기했다. 길모어 CEO가 예언한 대로 미래를 보고 내린 큰 결단이었다. 이후 커가는 시장인 스마트폰 게임만을 준비했다. 그리고 게임로프트도 코리아도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 스마트폰 게임시장 지난해부터 완벽 대응
게임로프트 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커질 것에 대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특히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부분유료화 시장이 커진다고 판단에 기획 단계부터 부분유료화로 준비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삼성단말기 등이 등장, 기존 2대 통신사 같은 독점도 없어졌다.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이제 어느 게임사보다 퀄리티 높은 게임로프트가 주목받을 것이다. 게임로프트는 누구보다 엔드유저에 대해 잘 안다. 애플 아이폰을 비롯 안드로이드 기종 등 ‘앵그리버드’처럼 모든 단말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게임당 200개 가까운 버전으로 개발한다. 피처폰 때부터 각 기종에 맞게 다양한 사양에 맞게 개발해왔던 막강 기술력에다 무료게임, 가격 변동 가능 등의 선택권이 많은 스마트폰 게임에서 단연 빛을 발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에 안성맞춤인 게임들을 많이 출시해왔고, 직원이 110명인 게임로프트 코리아 내에서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독자 개발 중인 프로젝트도 2개나 된다.

게임로프트 코리아는 철저한 한글화를 통해 분기별 킬러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쏟아진 ‘아스팔트6’ ‘이터널 리거시’‘9MM’‘식스건즈’ ‘모던 컴뱃3’ 등 인기 검증작과 함께 ‘리얼사커2012’, 모바일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판이라고 할 정도의 주목받는 대작 3D MMORPG ‘오더 앤 카오스’ 등도 각 플랫폼 별로 순차적으로 출시했거나 출시 준비중이다.

▲ 오리건 트레일:서부개척자
SNG(소셜네트워크게임)로는 ‘판타지타운’과 함께 ‘오리건 트레일:서부개척자’가 3월 셋째주에 모두 출시되었다. 최근에는 캐주얼게임 커뮤니티도 개설했다.

■ 게임당 개발비 20억, 유료화 모델 올인
게임로프트의 경우 스마트폰 단말기 업그레이드에 맞춰 하드코어와 캐주얼 라이트게임을 적절히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레인보우 식스’나 ‘페르시아왕자’ 같은 하드코어 고전 명작이 스마트폰에서 초강세였다.

게임 경력 12년 중 7년이 모바일게임사인 그는 “모바일 혁신이 나오면 하드코어가 2~3년 강세를 보인다. 2003년 그 혁신이 시작돼 2년 후 ‘테트리스’ 같은 캐주얼로 주도권이 변화했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8년 이후 다시 하드코어가 잘 나간다. 여기서도 하드코어-캐주얼로 진화하지만 갤럭시 노트나 아이폰5 같은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 다시 하드코어로 갈 것”이라며 사이클에 대해 설명했다.

문제는 무료-부분유료화 등 스마트폰의 결제 방식. 무료게임은 그의 말대로 “벤처기업이나 돈에 민감하지 않고 이름 날리고 싶은 학생들이 노려볼만한 게임이다. 0.99센트 가격도 마찬가지”다. “연매출 3000억원, 직원 5000명의 게임로프트는 개발 기간 1년 이상 걸리는 게임당 개발비가 20억원이 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6.99달러에 팔아야 한다. 무료게임에 비해 퀄리티가 20배 이상 좋아야 한다.”

한국 시장을 보자. T스토어에서 5000원에 팔린 스마트폰 게임의 경우 30%가 이동사몫이고, 나머지 3500원에 10%VAT를 빼면 3150원이 게임사몫이다. 20억원 개발비를 뽑으려면 최소 450만 다운로드가 필요하다. SKT T스토어 회원 2000만명 중 게이머를 10%로 잡으면 200만명 정도.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시장이다. 장기투자나 기획, 해외진출이 없이는 성공하기란 까마득하다. 물론 게임로프트는 무료 게임 대신 프리미엄 모델을 채택했고, 부분유료화으로만 매출이 나오고 있다.

▲ 오더 앤 카오스 스크린샷
■ “스마트폰 게임시장에 더 많은 투자-성공 있었으면...”
최근 한국에서도 기존 피처폰 회사뿐만이 아니라 온라인게임사들도 앞다퉈 스마트폰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개발사 출신 개발자 또는 임원들의 스마트폰용 게임사 창업이 유행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확대가 군불을 지폈다면 SNG ‘룰더 스카이’를 월 20억 매출 대박게임으로 만든 온라인게임사 JCE의 성공도 자극제가 되었다. 그는 “온라인게임사들이 스마트폰용 게임을 만드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투자도 많이 받고 좋은 성공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더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커지는 파이는 N분의 1(1/N)이 아니다. 하나의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것도 하게 돼 ‘윈윈’이 된다.”

이용자들은 게임성이 없으면 다른 게임을 찾아간다. 좋은 게임이 많이 나오면 업계에 대한 투자도 늘고 유저 관심도도 커진다. 스마트폰 게임시장이 특이한 것은 하나의 게임이 독점을 못하고 할 수도 없다는 것.

그는 “성공하는 게임 많이 나오면 기존 콘솔이나 PC유저들이 들어와 시장이 더 커진다. 위메이드 같은 온라인게임사들의 스마트폰 게임 시장 진출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 “곧 애플 IP TV 모니터에 게임로프트 게임 뜬다”
그는 모바일게임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SNG게임 시장의 확대와 함께 요금은 부분유료화, 게임 방식은 멀티플레이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또한 스크린이 작은 걸로 끝나지 않고 3년 내에 TV모니터로 똑같은 게임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모바일 게임은 앞으로 작은 스크린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애플IP TV에 게임로프트 게임이 지원되고 있다. 앞으로 TV나 모바일의 차별성이 없어지고 모바일에 있는 화면이나 TV 화면이 똑같은 시대가 올 것이다. 저희 게임이 TV에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가령 “축구 한일전 봤니?”라고 물어보지, TV로 봤는지, 인터넷으로 봤는지, 모바일로 봤는지 물어보지 않듯이 앞으로는 ‘모바일게임’이라는 단어없이 “그 게임 해봤어?”라고 묻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언하는 조원영 게임로프트 대표.

그는 “올해 게임로프트는 SNG와 ‘레인보우식스’ 같은 하드코어가 매출 상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할 것 같다”며 2년 전부터 과감히 피처폰을 버리고 스마트폰 게임을 준비해온 결실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 조원영 대표(왼쪽)와 게임로프트 코리아에 근무하는 미국인 개발자 루크.
15명 팀워크, 게임 빼닮은 ‘럭비’ 취미
팁-조원영 게임로프트 대표는?
미국 유학파로 IT금융 컨설턴트로 일하다 친구였던 한정원 전 블리자드 코리아 대표와 역시 블리자드에 있던 친구 최영의 권유로 게임업계에 입문한다. 2001년 아타리 코리아 지사장을 역임한 이후 온라인게임사에 입사하고 싶었지만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 코드마스터에 잠깐 있었고, 유비소프트에는 도장만 찍고 나왔다.

이후 2005년 모바일게임사인 게임로프트 코리아 지사장을 맡아 7년째 한국 모바일게임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레인보우식스’ ‘카운터스트라이크’ ‘언리얼 챔피언십’ ‘헤일로’ ‘노바’ ‘모던 컴뱃’ 등 FPS게임을 즐겨해왔고, RPG로는 ‘문명3’을 좋아했다.

그의 취미는 ‘럭비’다. 15명이 팀워크를 이루는 이 스포츠는 “한 명이 아무리 잘나도 팀워크가 더 중요하다. 이 점에서 게임과 비슷하다”. 보호장비 없이 하는 운동이라 몇 번이나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지금도 1년에 해외 원정 경기를 두 번쯤 한다.

FPS 장르 게임을 좋아하는 그는 “헤일로랑 비슷하게 만족감을 주었던 ‘노바’ 같은 게임을 개발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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