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시장 활짝 기여...스타트업 신화 소멸 ‘대기업 세상’ 우려도

카카오 게임하기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 30일이었다. 이후 한국 게임시장은 명실상부 ‘카톡 게임하기’ 세상이었다.

우선 한국 게임시장은 세계 벤치마킹 모델이 될 정도로 온라인게임 중심의 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모바일 환경에서 소셜 플랫폼과 게임을 접목해 성공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았다.

기존 100만 다운로드도 달성하기 어려웠던 모바일 앱 시장에서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카카오 게임은 무려 8개나 되었다. ‘애니팡’(선데이토즈) ‘드래곤플라이트’(넥스트플로어) 등 2000만에 이어 1000만 다운로드 게임은 ‘다함께 차차차’(넷마블) ‘모두의게임’(핫독스튜디오) ‘모두의마블’(넷마블) ‘윈드러너’(위메이드) ‘캔디팡’(위메이드) ‘쿠키런’(데브시스터즈) 등이다.

이처럼 ‘리그오브레전드’(라이엇게임즈)라는 글로벌 최강자가 한국 PC방 점유율 40%을 차지하며 한국 온라인게임을 초토화시키는 상황에서 카톡 게임은 ‘구원투수’이자 새 생태계 주역이 되었다.

하지만 카톡 게임은 점차 과거 이통사 모바일 담당의 권력보다 더 높은 ‘카느님’의 슈퍼갑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직면하고 있다. 특히 ‘드래곤플라이트’ 같은 초기 스타트업 신화 소멸과 상위권 대기업 독점 심화 등 도로 ‘부익부빈인빈’으로 회귀했다는 말도 나온다.

■ “‘카톡 게임’이 웬만한 대작 온라인게임보다 낫다” 충격
지난해 추석 전후에 국민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애니팡’을 비롯해, 모바일게임으로 하루 매출 14억원을 기록하는 히트작이 쏟아나오자 “몇 개월만에 개발한 ‘카톡 게임’이 4~5년 걸린 웬만한 대작 온라인게임보다 더 벌어들인다”는 사실에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특히 그 무렵 모바일 게임의 선풍을 일으키며 최고 주가를 기록했던 시장 1, 2위 컴투스, 게임빌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모바일게임 매출은 카톡 세계를 받은 순서대로 넷마블 499억원, 위메이드 366억, 컴투스 249억, 게임빌 173억원 순이다

스마트폰 시대의 특성을 잘 살린 카톡 게임은 ‘친구 초대’해 지인과 대전을 펼치고, 게임 업적을 공유하는 ‘경쟁’요소를 선보여 큰 화제를 낳았다. 특히 ‘애니팡’ 같은 남녀노소가 쉽게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을 통해 ‘한 번도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영역까지 확대했다.

스타트업 신화 ‘드래곤플라이트’, 소셜네트워크 게임 ‘아이러브커피’(파티스튜디오)와 남성 유저의 지지를 받은 ‘활’(네시삼십삼분), 새로운 차원의 게임성으로 환호를 받은 ‘다함께 차차차’, 달리기게임 열풍이 된 ‘윈드러너’와 ‘쿠키런’, 모바일 MORPG ‘헬로 히어로’(핀콘), 온라인게임 인기를 모바일로 옮겨 열풍을 일으킨 ‘모두의 마블’ 등 쉬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확산했다.

수익모델도 부분 유료화로 가능한 많은 이들이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었다. 카톡 게임은 이처럼 모바일 게임을 비주류에서 벗어나 하나의 시장으로 당당히 자리잡게 만들었다. 심지어 잘나가는 온라인게임사 중에서는 90% 이상 완성된 ‘온라인게임’을 접게 하는 등 생태계를 확 바꾸었다.

■ 라인업 185개 “입점이 꿈에서 1주일 안 생존 목표”
카톡 게임 누적 가입자수는 3억명, 라인업 185개(7월 17일 기준)로 보면 약 2일에 1종 꼴로 게임이 출시했다. ‘애니팡’ 바람으로 ‘큰 기회’를 발견한 초기 게임사들은 ‘카톡 입점’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엄청난 행운은 대박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박신화가 속속 등장하자 카톡 게임 담당자는 ‘카느님’로 불리기 시작했다. 담당자 ‘간택’이 게임사의 운명을 갈리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문에 카톡 담당자는 중소개발사들에게는 과거 이통사 모바일 담당 울트라 권력보다 더 높은 ‘카느님’이라는 슈퍼갑으로 통한다.

1년 동안 성공한 게임의 대부분이 카톡 게임이고,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앱 20위권 내 비카카오톡 게임은 3종뿐이니 카톡 파워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게임사들은 허들이 추가되었다. ‘카톡 게임 입점하기’라는 목표에다가 ‘1주일 내 살아남기’로 2차 목표가 얹어졌다. 그것도 소위 ‘자뻑’이라는 순위올리기 어뷰징(다운로드 유도 서비스)에 엄청난 물량을 쏟아붓고 있다. 요즘 가요계가 순위 상위권을 위해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사에 물량 공세를 하는 것과 대형 출판사가 책 사재기와 유사한 방법이 등장한 지 오래다.

특히 출시 게임이 많아지다 보니 입점=성공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 올초 1월 ‘윈드러너’와 ‘다함께 차차차’의 1위 경쟁이 시작되면서 이후 구글플레이 매출 1위는 넷마블, 위메이드, 데브시스터즈가 독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부터 1주 출시게임이 5~7개로 대폭 늘어나며 ‘카톡 효과’의 약발도 뚝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중소개발사 게임 중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에 올랐던 게임은 ‘쿠키런’이 유일하다. 10위권은 ‘활’, ‘헬로히어로’ 정도다. 초기 카카오가 내걸었던 중소 개발사들의 진입 장벽은 오히려 높아진 것.

중소 개발사의 경우 초반에 성적이 좋아도 순위를 지속시키기 위한 마케팅과 어뷰징을 하려고 해도 총탄(자금)이 없어 ‘1주일 만에’ 사라져버리는 게임들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수익분배에서 개발사는 ‘울며겨자먹기’ 격이다. 구글(애플) 등 1차 플랫폼에서 30%를 가져가고 나머지 70% 중 30%인 21%를 카톡이 가져간다. 퍼블리싱사와 나누고 남은 개발사의 몫은 25%다. 이 때문에 순위에 끼지 못하고 ‘깡통’ 처지가 된 게임이 수두룩하다.

■ ‘부익부 빈익빈’ 대기업 세상...올해 안 줄도산 우려도
가장 큰 문제는 카톡 게임 개발사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 매출 순위 상위 1% 게임사들은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반면 매출 80위 안에 들지 못한 게임(카톡의 50% 안팎)은 “하루 10만원, 즉 월 300만원도 못 번다”는 것이 현실. 한 중소게임사 대표는 “카톡에 게임을 출시해도 개발자 월급도 못주는 경우도 있다. 개발자 수익이 편의점 알바보다 적다는 자조를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카톡 게임은 변함없이 ‘카느님’으로 불리며 ‘무소불위’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중소게임사들은 다른 마케팅 방법이 없어 ‘속앓이’만 할 뿐이다. 2013년 7월 한국에서 모바일게임을 해서 성공할 방법은 카톡 입점이 거의 유일하다.

입점도 까다로운데 ‘어뷰징’과 TV와 지하철 등에 광고 물량공세가 생존하는 외길이다. 그것도 광고와 경품 행사에 수억원을 쏟아부을 ‘총알’을 가진 것은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밖에 없다. 카톡 게임도 도로 ‘부익부빈익빈’으로 컴백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카톡 게임 ‘애니팡’ 열풍 이후 모바일 게임사 창업 열기가 뜨겁다. “카톡 게임이 안 나왔으면 모바일게임 시장이 반으로 줄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죽하면 “모바일게임 사장님 명함만 2000장”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애니팡’ 성공신화의 빛 뒤에 가려진 그림자도 그만큼 짙다. 창업을 해서 카톡 입점도 못하거나 입점해도 큰 혜택을 못본 게임사들이 90%에 이른다. 이 때문에 11월 이후에는 ‘줄도산사태’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소개발사의 경우 1년을 개발+운영의 한계점으로 본다면 말 그대로 11월 이후에는 ‘엄동설한’이 닥치는 게임사들이 부지기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카톡은 직접 개발 안한다...슈퍼갑은 오해”
대형게임사도 줄을 서기 시작하자 카카오도 ‘슈퍼갑’이라는 안팎의 시선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

반승환 카카오톡 본부장(사진)은 “릴리스할 게임은 한정적인데 제안 훨씬 더 많이 온다. 100개의 제안을 받아도 릴리스는 50개밖에 못한다. 나머지 게임과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렵다보니 오해를 받는다. 릴리스한 게임도 수익이 갈려 비판이 나와 내심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고민이 입점 심사다. 그 부분에서 하반기에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중소개발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나둘씩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카톡은 게임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카톡이 ‘갑’이라는 지적은 옳지 않다. 공정한 룰을 적용하고 있다. 수익의 21%를 카카오에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율도 문제가 많지만 수수료율을 바꾸기보다는 개발-기획-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중소개발사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설계 중이다.”

그는 “최근 랭킹 시스템에서 친구간 셰어하는 리더보드를 신설했다. 3~4개 개발사 채택해 이미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전체 랭킹으로 확대할 시행할 계획”이라며 “랭킹 시스템은 개발력 리소스가 반을 차지한다. 대형개발사는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려고 한다. 이 부분을 카카오에서 간단하게 채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중소개발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라고 말했다.

반 본부장은 1년을 맞아 "현재 건전한 생태계를 확대해나가는 한편 올 하반기 중소 개발사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소셜 기능을 대폭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카카오가 중소게임사들에게 체감할 수 있는 상생 모델을 똑부러지게 제시할지 궁금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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